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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영화를 보는 내내 포레스트 검프가 생각났다.

 

고등학교 때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 당시엔 감독의 의도를 전혀 모르고 재밌게만 봤는데

 

나중에 철들고 다시 보니 곳곳에 역사적 장치들이 꽤나 많이 깔려 있더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가다를 보기 전에는 그런 비슷한 느낌을 상상했다.

 

개인의 일대기가 좌~악 펼쳐지고, 숱한 역사적 사건들이 양념으로 들어가고,

 

그 이야기가 죽음으로 마무리 될 때는 어느 정도 달인의 경지에 이른 군상들의 면면을 볼 수

 

있을테다. 허탈함, 씁쓸함, 달관과 수용, 넉넉함, 이해와 용서, 축복, 고귀함, 반성...내가 생각하는

 

최상의 죽음이란 그런 모습이다.

 

 

본 사람들 의견은 대체로 지루하다는 평이 많았다. '좋았는데...조금 기~~일더라.' 정도.

 

나는 지루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중간에 살짝 졸긴했다.)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한다. 성장영화 포함.

 

저 인생이 대체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저 순간에 어떤 판단을 할 것인가? 생각하다보면 지루하지 않다.

 

 

포레스트 검프보다는 최대한 감독의 주관적 개입이 자제된 느낌을 받았다. 역시 중심에 사랑 이야기가

 

있기 때문일까? 주변 이야기들은 절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사랑이 전개되는 방식도 조금은 맘에

 

들었다. 영원이란 없다는 벤자민의 현실적 사고, 그럼에도 한 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모습.

 

최고의 발레리나로 명성을 얻다가 부상을 당한 후 방황하지만 멋있게 제 삶을 찾아나가는 데이지,

 

적극적이면서도 성숙한 모습. 무엇보다 그 배우 둘은 왜 그리 멋지고 아름다운지...브레드 피트는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해도 멋있고...케이트 블란쳇은 매력적이고 우아하다.

 

 

 

먼 길을 돌아 제나와 결합하는 포레스트 검프에서는 미국 보수주의가 취할 수 있는

 

가장 도덕적이고 올바른 결론에 이르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니까 포레스트 검프는 너무 착해서 조금은 정치적이고 유치해 보인다.

(한 시대를 살아낸 사람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모든 삶이 다 다큐멘터리다. )

 

반면 '벤자민~~'의 담담한 어조는 극적 재미가 크진 않지만(그래서 지루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겠지)

 

나이듦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멋있게 늙는 것은 어떤 것일까? 세월을 대하는 여러 가지 태도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역할은 데이지였다. 아름다운 외모, 절정의 발레리나. 부상으로 발레를 접고

 

점점 어려지는 벤자민과 대조적으로 주름이 늘어가는 얼굴. 끝내 이별을 받아들이지만 한시도

 

마음에서 내려놓지 않았던 그 말 '굿나잇 벤자민'....

 

마지막 순간까지 애 늙은이 벤자민을 보살피는 장면이 조금 지루하긴 했지만.

 

세월을 대하는 벤자민의 태도도 성숙해보였다. 젊어진다는 사실 자체를 무기로 쓸 수도 있었을텐데...

 

늘 미래를 대비하며 마음을 가다듬는 행동이 괜찮아보였다. 뭐랄까 가장 기쁜 순간에도 존재하는

 

숙명적 비관주의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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