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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간, 넘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 등록일
    2008/07/13 03:29
  • 수정일
    2008/07/13 03:29

지금 들어와서 팬티 빼고 다 젖어버린 옷을 벗어던지고 뜨거운물로 온몸을 헹구고 나왔더니, 기분이 삼삼하다. 발만 빼고...

비가 오다가 그치고 다시 오고, 또 오기를 반복하면서 비옷도 입었다 벗었다. 다시 입었다가 벗었다를 숱하게 반복을 하다가 결국 입고 버티기 시작했다.

 

늦은 시간 도착한 YTN빌딩서 "공영방송 사수"와 낙하산을 거부하는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머리위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비행기들에 모두들 잠시나마, 유쾌한 웃음을 찾는 기분이다.

 

솔직히 얼마나 더 가야할지 알수 없는 촛불 행렬속에서 지치지 않고 스스로를 지켜간다는 것을 결코 쉬운 일은 아닐것이다.

그럼에도 오늘밤 수많은 이들이 다시 시청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이제 쓸데없다는 것을 알듯도 한 경찰간부의 해산발언을 듣게 된다.

 

오랜만에 집으로 들어와 사진을 정리했다. 내가 전문찍사가 아닌 관계로 피곤한날은 이제 카메라를 들기도 귀찮아 지기 시작한다.

 

지난 7월 4일, 이미 예고된 불법집회가 합법적으로 열렸다.

 

아불일체 - 이제 성불할 일만 남았다. - 내맘이지 뭐

 

솔직히 TV빼고 이런 장면은 첨봤다. 신기하다.

 

멋지게 정말 잘만들었다. 그간 이곳 저곳에서 수많은 행사를 봤었지만, ~~대단

 

연꽃촛불은 만들고 있다.

 

배짱도 좋은 명박이와 청수, 느끼는 것이 없을까.

 

사실 이날 집회가 너무(?) 경건하여 힘들었다.

 

열반까지 멀다.

 

그림자처럼 언제나 한결같이...

 

사진찍기 모드,,, 옆에서 째려보고 있다.

 

본인도 찍어달라고 우겨서 ^^;

 

7월5일, 한판의 승부가 벌어질 것을 예감하고 시청으로 향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이 이상한 모양새를 하고 나타났다.

 

너도 나도 가면을...

 

전국에서 모인 촛불참여자들은 지루하기만한 촛불문화제에 지쳐버렸다. 여기저기 전화하여 꼭참여하라고 우겼던 나는 밤새 동지들로 부터 욕을 먹었다.

 

이중인격,,, 평소의 장난스러움과 재기넘치는 유머가 사진기를 보자 사라져 버렸다.

 

"주여~ 이들을 이끄소서"가 아니라, 벌서기인가???

그렇게 그렇게 7월5~6일은 가버렸다. 지역의 동지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돌아갔을까, 이를 준비했던 대책위와 민주노총은 어떤 평가를 하고 있을까, 또 이를 방관하고 있는 우리들은 어떤가,

희망을 버린자에게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그래 희망을 버리지 말자.

결국 7월6일 새벽에 집으로 들어갔다가 저녁에 다시 촛불에 결합하여 쓴웃음을 짓고 집으로 돌아왔다.

 

7월7일, 휴가를 내고 하루를 푹쉬었다. 오랜만에 잔차를 끌고서 한강변을 달렸다. 한강에는 숲이 있었다. 전시성일지라도 이렇게 가까운 곳에 푸른 숲과 예쁜 꽃들이 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축복이다.

 

63빌딩옆의 나무숲이 마른 땅에 잔듸처럼 작아만 보인다.

 

촛불로 11년만에 만난 지역 동생을 만나기로 했다. 시간이 남아서 잔차를 끌고서 이곳 저곳을 달려본다.

 

새 카메라(아니지, 하여튼) 성능확인겸하여 찰칵...

결국 이날 여의도 고수부지에서 만난 후배와 캔맥주로 배를 채웠다. "한병만 더" 외치면 마신 깡통이 발밑에 가득하게 채워지고 결국 지갑에 현금이 사라질때까지, 고수부지의 편의점을 들락거렸다.

 

7월 8일 동해로 달렸다. 이것 저것 챙길것은 많았지만, 모르쇠하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달려간 동해에 "몸짓선언"이 와 있었다.

 

이곳에서도 촛불은 켜지고...(들리는 얘기로는 청와대에서 봤을때, 매일 전쟁이란다. 전국에 켜진 촛불세다가 청와대 귀하(?)신 분 머리가 뽀개진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7월 8일 늦게까지 술을 푸다가, 7월 9일 서울을 들렸다가 긴급상황이라하여 달려간 민주노총 충북본부 회의실에 왠 자전거 자물쇠가 잠겨있다.

결국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대의원대회 진행을 위해 싸우다가 지쳐버렸다.

정부는 국무총리의 직접지시로 전국각지의 도,시,군과 각 경찰서에 연락을 취해 무조건 막으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날 청주에는 지역 5개중대+5개중대가 지원하여 10개중대가 배치되었다고 한다.아마도 뚫고 들어가서 대대를 진행할 경우를 대비한 듯하다.

대대가 무산되고 나서 강원도 치악산 기슭 누군가의 집에서 밤새워 술을 푸다가 7월 10일 서울로 향했다.

이날 5명의 늦다리들이 홀라당 벗은 몸으로 냇가에서 놀았다. 술기운에...

7월 10일 저녁 촛불을 보면서 쾡한 눈으로 집으로 향했다.

 

7월 11일 다시 촛불을 들고 청계광장으로-손목이 넘 아프다.

 

공안탄압본쇄를 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민주노총 위원장이 낼 사과를 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잘했으면 한다. 사과라도

 

비가 겁나게 내리고 바쁜 행진으로 사진한장 찍기도 힘들었다. 돌고 돌아 다시 도착한 시청앞에 가득한 전경들...

 

엊그제 누군가가 밥을 사겠다고 하더라. 아마도 치악산에서 먹은 술 냄새가 점심이 다 되도록 펄펄 나는 것이 안쓰러웠나보다. 사실 오락가락하는 듯한 상태로 봤을때, 꼭 술을 마셔서 그런것만은 아닌듯 싶은 나의 상태를 보면서, '100M달리기가 아니니깐, 좀 쉬면서 했으면 한다"라는 말을 남긴다.

 

스스로도 상당히 질주하는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되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이것마저도 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꽤 오랫동안의 미래도 결코 우리의 것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마냥 질주만 한다고 목적지에 도달하지는 못하겠지만, 시동도 걸지 않고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지켜ㅂ면서 그렇게 어영부영 무임승차하는 것이라면 다른 길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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