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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근한 다리

  • 등록일
    2008/07/14 01:34
  • 수정일
    2008/07/14 01:34

지난 토요일 오후부터 새벽까지 연신 쏟아지는 비를 맞고서 오랜만에 정말 폭~~~잤다.

오후쯤 일어나 대충 몸을 헹구고서 자전거를 탈 궁리를 했다.

 

'그래 시청 앞으로 가자', 결정은 내렸지만, 너무도 이른 시간(오후3시경)인지라, 한강변을 내달렸다.

얼굴과 팔뚝에 잔뜩 번질거릴 정도로 썬크림을 바르고 여의도에서 깝죽거리는 보트와 제트스키를 바라보며 맥주를 들이켰다. 하나의 약속을 만들고서 마포대교를 거쳐서 시청앞에 이르자, 전경버스가 역시나 사방을 장악하고 있다.

검은 옷은 입은 닭들의 사기앙양을 위해서 청수가 요즘 외박에, 휴가에 온갖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도착시간 저녁 6시, 청계광장과 시청, 주변으로 알듯 모를듯한 사람들이 군데 군데 모여있다.

7시쯤, 한무리의 사람들이 종각으로 이동하여 따라서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미 자리를 잡고 있던 사람들까지 하여 대략 10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고, 나눔문화 사람이 와서 몰래 숨어만 다녔던 날 아는 척한다. 대책위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면서 "어제 말이죠, 그 뭐시기한 대책위가 투쟁을 망쳤다"는 그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논다.

난 동의하는 듯, 모르는 듯, 그냥 가볍게 웃음을 던졌다.

그리고 나의 한마디, "혹시 불있으세요."

7시가 가까워오자, 어디선가(시청앞에서) 누군가에(정보과 짭새가 꼰질러서) 닭장차 6대가 나타나 대오와 종각을 세상과 단절시킨다.

그리고 또 누군가 나타난다.

소형 엠프와 촛불을 들고서 나타난 대책위 소속 친구들이 대오를 정비하면서 몇가지 안내와 변명부터 시작하면서 촛불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리고 첨부터 자리를 잡고 있던 이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대책위와 몇사람만을 남긴채 말없이 청계광장으로 이동해버린다.

얼결에 우유부단한 난 청계광장으로 이동한다.~~ 잔차타고 쓸쩍(꼭 뭐 동의해서가 아니라, 잔차를 쉴수가 없었다고 말하고 싶다. 아님 말든지)

8시경 보신각에는 50여명이, 청계광장에는 3~4백명이 모여서 촛불을 진행하고 있다.

 

드뎌 아는 사람이 나타났다.

종로의 터줏대감 등장...9시까지 커피한잔하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약속장소로 향했다.

약속장소는 합수부(한강과 안양천이 만나는 곳)의 쉼터에서 밤10시...

다시 시청을 거쳐, 충정로, 공덕동로타리, 마포대교, 여의도 실외수영장(낮에 많이 민망한 장소 괜히 눈도 돌리기 힘듬)을 거쳐서 여의도를 빠져나갈 즈음 전화가 왔다.

"좀 늦을 것 같으니, 행주대교에서 봤으면 한다"는 전갈을 받고 아무 생각없이 알았다고 하고 열심히 엔진을 가동했다.

그리고 후회했다.

합수부 바로 건너 다리인줄 착각하였지만, 현실은 2개의 다리를 지나 한참을 더 가야 행주대교가 나왔다.

결국 약 1시간을 넘게 페달을 밟고서야 행주대교에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몇년간 묵힌 수다를 떨기시작했다. 다시 맥주를 들이키면서...

 

**노조와 ##노조 뒷담화, 민주노총 씹기, 이런저런 단체 거론, 온갖 정치조직 안주를 삼아서~~~ 그리고 촛불까지...

다시 힘차게 페달을 밟아서 집으로 향하는 동안, 늦은 시간이어서인지 도로에 사람들이 없다.

어둠이 깔려서 그렇지, 편안한 기분 속에서 힘차게 더 힘차게 달려서 집으로 향했다.

다시 땀이 쏟아지면서 온몸이 젖어버렸지만, 기분은 상쾌하기만 하다.

 

특히나, 블질하면서 나의 피를 빤 모기를 잡으면서 피곤하지만 푹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쥐새끼도 모기처럼 한 바닥으로 팍~~하고 잡을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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