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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대란의 시대와 로하스

 * 학보사 칼럼 원고로 작성한 글

최근 떠오르는 사회적 이슈 중의 하나는 물가 상승이다. 생필품 가격의 상승으로 일부 품목에 대한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기도 하고, 유가는 끝을 모르고 치솟고 있는가 하면 금값 또한 몇 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그런데 자세히 분석해보면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세계의 식량공급 부족에 따른 곡물가격의 상승이 유가 상승과 더불어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가가 상승하자 대체 에너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기 시작했고 곡물을 이용한 바이오에너지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곡물 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고 바야흐로 '식량 대란'을 맞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올해 세계 곡물 생산량이 소비량에 비해 2,900만t 부족하고, 곡물 재고율(연말 재고량/연간 소비량)도 사상 최저 수준인 14.6%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돈을 주어도 곡물을 살 수 없어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받게 되는 국가 식량 안보의 위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 이제 식량이 곧 국력이 되는 시대가 초래한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작년 곡물수입은 전년에 비해 액수로는 34.8% 늘었지만, 물량은 2.6% 줄었다고 한다. 점점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얻을 수 있는 식량의 양은 적어지고 있는 것이다. 식량 자급률 27%, 쌀을 제외한 곡물 자급률은 5% 미만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하면 애그플래이션(Agflation: Agriculture + Inflation 농산물가격에 따른 물가상승의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식량의 위기는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 해소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농산물의 자급율을 높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면 언제든 국가적 위기에 봉착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기업형 농업을 기반으로 하여 대량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는 외국의 농업자본에 우리의 식탁을 의존하다보면 국내 농업의 생산기반이 붕괴되기 싶고 농업 생산 기반의 붕괴는 ‘식량 주권’의 문제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식량 주권’은 소비자가 자신의 식량을 선택할 권리와 각 나라가 자국의 식량정책을 주권국가로서 추진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식량 주권을 잃게 되면 외국의 농업자본으로부터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수입을 강요당하게 될 것이기에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받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법제화하여 국가적으로 농업의 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정책보다도 더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의식변화이다. 지역생산·지역소비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공동체 시스템을 구축하고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우선 구매하여 지역의 농촌기반이 확충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동체 전체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소비생활을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친환경 중심으로 전개하자는 생활양식ㆍ행동양식ㆍ사고방식을 뜻하는 로하스(LOHAS :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는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생활운동이다. 로하스는 환경보전과 웰빙 뿐 아니라 후대에 물려줄 소비기반의 지속성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개인적인 소비행위가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경제발전과 공동체의 소비활동을 연결시켜 주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친환경 농산물의 꾸준한 소비를 통해 지역 농업의 활성화를 꾀하고 값싼 외국 농산물과 차별화함으로써 농업의 부가가치와 경쟁력을 높여 식량 자급률을 높여가는 운동을 하자는 것이다. 지금처럼 실용주의라는 명목으로 개발의 논리만 앞세워 우리의 농업을 붕괴시키고 환경을 파괴하는 일이 지속된다면 돈이 있어도 먹을 것을 사지 못하는 위기를 맞이할지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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