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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극을 달리고 있는 이 작은 도시에서 촛불문화제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우린 아무래도 판을 잘 못 읽었다.
처음에 이 문화제를 기획하며, 우린 참여인원 목표를 200명으로 잡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초를 500개 준비했다.
그런데 중간에 초가 모자라 두번이나 사러 갔다. 정확하진 않지만 이날 모인 인원은 대략 1,000명쯤.
대박이다.
서울에서야 몇 만명 쯤 우습게 모인다고 하지만, 문화제나 집회나 하면 애써 동원하지 않으면 기껏 오십명 쯤 모여 조촐하게 하는 것이 전부였던 우리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반응이 좋지 않으면 그냥 이번 한번으로 끝내려 했던 촛불 문화제는 이제 매주 토요일 열리게 되었다.
우리에게도 이런 기적같은 일이 벌어질지 정말 몰랐다. 2mb가 삽질을 제대로 하긴 했나 보다.
어디선가 나타난 초등생 한명이 젖소 옷을 빌려달래더니 저 피켓을 들고 행사장 주변을 인라인을 타며 끊임없이 돌아주었다. 훌륭한 선전 일꾼이다.
다른 초등학생 한명은 피켓을 달래서 본인의 차량(?)에 장착한채 선전을 계속 해 주었다. 저들의 훈늉한 선전 덕에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집회 1호 참가자. 사무실에 같이 일하는 형인데,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드는데 부끄러운 경상도 사람들이라 자리에 앉지 않길래 우리가 먼저 앉아서 자리잡자고 해서 강제 동원(?)해서 앉혔다. 형은 날씨가 추웠는데 저 옷 때문에 따뜻했다고 좋아했다.
아이가 아픈데도 친정에 맡겨놓고 기꺼이 집회에 참석한 울 와이프와 공부방 예진이..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고 빈 피켓에 이것저것 쓰고 싶은 말들을 쓴다.
오호~! 모인다. 예정된 시간 7시가 넘어가자 어디서 나타나셨는지 사람들이 모인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주부부터 한우를 직접 키우신다는 농민들, 삼삼오오 손잡고 나온 학생들 까지.. 정말 모인다.
준비한 초가 동이나고 부랴부랴 추가로 사온 초도 동이나고, 운동하러 나온 주변의 주민들도 같이 참석하고 이렇게 대략 1,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촛불로 하나가 된다.
지역의 학생들로 구성된 B-boy 팀의 공연.. 인기 폭발이다.
청소년 문화행사에 참여했다가 즉석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요청해서 끼를 발산하고 있는 여고생 댄싱동아리 '아이리스' 사전 섭외된 공연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훌륭한 공연을 해 주었다.
지역의 장애어린이집 교사 노래패의 노래공연
지역 풍물패 '얼지기' 풍물 공연..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내심 불안했던 우리에게 이날 시민들의 반응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미숙한 공연에도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고 행사 후 말끔하게 청소하고 사용한 초들을 모아 고스란히 돌려주는 그들에게서, 나는 희망을 본다.
촛불은 이제 매주 모일 것이다.
될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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