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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에 사는 대학 동기 녀석이 경주에 내려와 같이 술한잔 했다.
한창 술을 먹다 녀석이 속이 좀 쓰렸는지 돼지국밥 한그릇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면서 역시 돼지 국밥에는 부추를 듬뿍 넣어 먹는게 맛있다며 입맛을 다시는데...
내가 농담삼아 그랬다.
부추 보다는 돼지국밥에는 정구지가 최고라고..
그랬더니 서울 토박이인 녀석이 의외로 정구지가 뭔지 모른다. 대충 눈치 긁은 다른 일행들이 금방 한 사람 바보 만드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정구지는 지방 특산물이라 서울에는 아직 보급이 안되어서 잘 모를 거라고 얘기했더니 다른 후배가 한술 더 떠 정구지는 특용작물이라 북방한계선이 있어 충남 이북으로는 자라지 못해 그렇다는 둥, 정구지가 얼마나 비싼지 정구지 넣은 돼지 국밥은 한그릇에 만 팔천원쯤 한다고 허풍을 떨었댔다.
그랬더니 어리버리한 그 녀석이 도대체 정구지가 뭔지 식품영양학과 나온 와이프한테 물어봐야겠단다.
배꼽 빠지는 걸 억지로 참으며, 정구지의 효능에 대해 허풍을 떠는데
워낙 비싸고 귀한거라 잘 먹지 못하지만 한번 먹으면 홍삼보다 좋다는 둥, 매일 녹즙으로 갈아 먹으면 온갖 병이 다 낫는다는 둥, 어버이날인데 엄마에게 정구지 한단 사 드려야겠다는 후배의 말에 궁금함을 참지 못한 녀석이 새벽 1시가 다 된 시간에 울산에 사는 친구에게 결국 전화를 했다. 정구지가 도대체 뭐냐고 혹시 인삼이나 죽순 비슷한 거냐면서....
한참 전화통화를 하던 녀석의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녀석은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그렇게 우린 또 한 사람 바보 만들었다.
*주) 정구지는 부추의 경상도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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