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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후회

저소득층 집수리 사업과 집짓기 사업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누군가 혼자사는 노인에게 컨테이너로 된 집하나를 만들어 주기를 요청했다. 거의 평생을 노숙자로 떠돌다가 노년에 고향에 정착하고자 하는 할아버지인데 집이 다 무너져간다고 했다. 연락받은 것은 지난 1월 쯤 이었는데, 예정되어 있는 다른 집수리 사업을 진행하느라 차일피일 미루다가 얼마전에야 현장을 다녀올 수 있었다.

 

 

컨테이너 구입하고 난방시설과 수도시설 넣고 창문 달고 개조하면 500만원 정도 예산이 필요한데,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시에다가 얘기하니 컨테이너는 불법 건축물이라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지역의 기업체에서 300만원을 지원받고 우리가 조금 부담하면 부족하지만 살만한 공간은 만들어 드릴 수 있겠다 싶어 추진하기로 하고 사업계획서를 만들었는데, 우리 조직에서 난색을 표한다. 만약 불법 건축물로 인해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하는 우려로 합법적인 경로를 찾아보자 한다.

 

 

그래서 관련법을 이것저것 찾아보니 컨테이너도 가건축물로 신고하면 합법적인 건축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규정이 있어 토지 소유주에게 동의서를 얻고 기본적인 설계도면을 건축사무소에다가 의뢰해야겠다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관할 읍사무소의 사회복지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컨테이너 집 짓는 것을 중단해 달라고 한다. 할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가시다 다리 밑으로 실족하셔서 돌아가셨다고...

 

 

1월에 연락받았을때 바로 가서 봐 드릴 것을..

불법이든 합법이든 누가 책임질지 몸사리기 전에 그냥 밀어부쳐 집을 지어드릴 것을...

내가 한발 더 뛰고 조금 더 힘 들었으면 그나마 살만한 집에 며칠이라도 사셨을 것을... 아니, 어쩌면 그렇게 술드시고 돌아가시지도 않았을 지도 모르지.

 

후회는 치명적인 결과 후에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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