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창

from 읽은책-짧게 2011/06/08 16:33

 

  그녀는 프랑스에서 학위를 받았으며 현대 서양철학에 통달한 사람이다. 그녀는 지금-여기의 상황을 레비 스트로시식 사회인류학과 맑스-라캉적인 좌파정신분석학을 접목시켜 논의한 프랑스어로 된 A4 팔십장짜리 논문을 완성하였으나 아무도 그 글에 관심이 없자 좌절하여 P시의 논술산업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초등학교 일학년에서부터 고등학교 삼학년에 이르는 모든 학생들에게 일관되게 들뢰즈와 데리다를 강의하며 안도한다. 그리고 틈틈이 자신의 논문을 영어로 번역하고 있으며 일본어로 번역할 생각도 있으나 한국어로 옮길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한국어는 그 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언어란 그에 어울리는 상황과 의지가 있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어란 그녀의 논문적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녀는 한국어로 설명한다. 그러나 그녀의 글은 단순히 실패작일 뿐이다. 그녀의 글은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을 어설프게 따라한 일련의 하이픈과 대시 그리고 따옴표와 쉼표 들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다. 그녀의 글은 에셔의 그림과 같이 폐쇄공포증적이며 자기모순적인 색채를 띈다는 점에서 그녀의 생애와 일치하지만 에셔의 그림과 같은 미학적 성취를 이루지 못한 채 조잡하고 난해하다는 점에서 완전한 실패작이다.

 

 

김사과, 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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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8 16:33 2011/06/08 1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