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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안의 문제

얼마 전에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그리고 진보신당의 탈당파인 통합연대가 합당하는 방안이 민주노동당 대의원 대회에서 통과되었다는 소식이 있었다. 90%정도 인가 하는 압도적인 지지였다고 한다.

 

처음에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이 합당을 시도했을 때, 내 생각은 섣불리 합당하지 말고 각자 내실을 기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겠냐는 것이었다. 이후 달라진 것은 이른바 진보신당의 통합파가 진보신당을 탈당하여 민노 + 국참의 합당에 참여한다는 것이었다. 예전 진보신당과의 탈당에서 진보신당으로 돌아선 심상정, 노회찬, 조승수 등이 고대로 거기게 속해 있었다. 세월 참....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어쨌든 통합연대의 참여로 인해 얘기가 많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합당에 대해 좌파들은 이것은 자주파의 배신이며, 신자유주의 정당이 하나 더 탄생할 뿐이라는 비판과 푸념 쏟아 부었다. 하지만 이른바 좌파로 분류되었던 사람들, 혹은 세력이 이들 합당에 참여하게 됨으로서 당의 색깔이 조금 짙어지게 되었다. 물론 그들마저 배신자라고 하면 할 말이 없긴 하다.

 

통합연대의 참여로 인해,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합당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던 사람들 일부가 합당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서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 이제 어쨌든 합당은 기정 사실이고, 아마도 이변이 없는 한 합당의 논의가 구체적으로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새롭게 만들어질 통합신당은 과연 어떠한 정당이 될 것인가? 좌파들이 비판하는 대로 결국 우경화의 길로 들어서는 것일까? 국민참여당은 과거 노무현 정권 하에서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을 밀고 나갔던 사람들이고, 그들이 지금은 다른 말들을 하고 있지만 그저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있다. 국민참여당 세력이 결국 본의를 드러내어 통합신당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자주파와 좌파 일부를 모두 말아먹거나 제압해버릴 거라는 이야기이다. 뭐 그런 시나리오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러한 좌파들의 비판은 너무 경직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들의 합당은 좌파정당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다. 특히 통합파가 빠져나감으로서 진보신당은 과거 주요인물들을 진보신당에 빼앗겨 버린 민주노동당의 입장에 처해버렸다. 생각할 수록 처량하고 불쌍하다.

 

나는 이들 합당의 노력이 한국에서의 사민주의 정당 실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상황은 열린우리당이라는 이름으로 전면에 등장한 자유주의 세력들이 문재인을 비롯한 자유주의 우파와 유시민이 대표하는 국민참여당의 자유주의 좌파로 나뉘어 각자의 정치세력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유시민을 비롯한 국민참여당의 국가관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열린우리당 같은 신자유주의 정당으로의 회귀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여 민주노동당과 통합파, 그리고 국민참여당의 합당은 한국에서의 사민주의적 정당의 탄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급진적인 혁명을 꾀하거나 급진적인 변혁은 경계하면서도, 복지의 증대, 노동권의 보호, 사회적 형평의 실현, 자본주의적 폐해의 완화에 힘쓰는 모습을 보이는 방향으로 신당의 정체성이 잡일 것이다. 또한 그러한 온건한 좌파의 정체성 하에서 남북 간의 화해, 통일, 그리고 동아시아 공동체까지 바라보는 로드맵을 고민하는 정당이 될 것이다.

 

물론 유럽에서조차 사민주의 정당이 현재 우파적인 정책을 실시하는 일이 많으며, 결과적으로 사민주의적 경제정책은 오늘날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이 이미 드러났기 때문에, 결코 밝은 미래만을 예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민주의 정당이 출현했다 해도, 그 안에서 자유주의 무역과 보호주의 무역의 균형을 어디로 맞출 지, 민족주의적 외교정책과 전통적인 친미적 외교정책을 어떻게 조화시킬 지, 재벌에 대한 사회적 규제를 어느정도까지 실시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사민주의 정당은 좌와 우로부터 수도 없이 많은 비판과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아마도 열린우리당이 직면했던 좌우 샌드위치 보다 더 심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파적인 정책을 몇몇 허용했을 경우, 좌파들로부터 거센 비판과 비난을 받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미 좌파들은 신자유주의 정당의 탄생이라고 비아냥 거리는 데, 이것이 아마도 사실로 드러나는 때가 분명 있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의 시도는 헛된 일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통합에서 나타났던 불안한 부분은 통합연대가 잘 메꾸어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민주노동당 대의원 대회의 승인을 얻어낸 결과로 나타났다. 사민주의 정당의 출현은 레드컴플렉스에 막혀 섣불리 제기하지 못한 많은 문제들을 사회적인 차원에서 이끌어내고 논의하는 개방된 장을 열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평등, 노동, 자주, 복지 등의 가치는 개발과 국제화, 자유화, 세계화, 경쟁, 선진화 등의 가치에 막혀 단 한번도 사회적으로 고민된 적이 없었다.

 

아마도 사민주의 정당은 이러한 문제들을 열린 장으로 끌어들이는 대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것은 좌파들에게도 유리한 일이다. 비록 좌파들은 이번 통합을 격렬히 반대하지만, 통합신당의 출현을 통해 그들은 좌파정당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사민주의 정당이 마련한 열린 장 안으로 들어와 사회적으로 '좌파'의 존재가 알려지게 될 계기를 갖게 될 것이다.

 

사실 한국의 좌파들은 그들 나름의 정치적 이념이나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일보다는 사안마다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는 일에 집중해왔다. 이러한 모습은 과연 이들이 원하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정말 옛날처럼 맑스 레닌주의 식의 폭력혁명을 추구하는 것인가, 아니면 진지전이야? 대체 어떤 나라, 어떤 사회를 만들려는 것인지 그들은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못해왔던 것이 사실이다.(다함께 제외). 맑스레닌주의 정당도 아니고, 사민주의도 아니라면 어떤 방식으로 어떤 혁명을 이끌려는 것인지 한국의 좌파들은 이제 고민해야 될 때가 왔다. 그리고 그들의 좋은 상대가 되어 줄, 이른바 샌드백이 되어 줄 상대는 사민주의 정당이다. 그들은 샌드백을 치면서 점점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남북의 통일 이후에는 이탈리아, 프랑스 좌파에 대응하여 한국 좌파라는 특색있는 모습으로 등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결국 나는 사민주의 정당의 출현은 적극 지지하는 바이다. 그것이 비록 많은 비판에 직면하고 있을 지라도, 한국 정치의 하나의 실험이라는 점은 분명하고 한번 해볼만한, 해야하는 실험인 것도 사실이다. 이제 통합신당의 등장을 전후로, 아마도 '다함께'는 필연적으로 퇴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진보신당과의 분열 중에도 남아 있던 좌파들이었으나, 자주파는 이미 대중정당으로의 전환을 결심하였다. 이제 자주파는 탄압받던 신분을 버리고 지배하고 다스리는 보수화의 길을 택하였다. 아마도 통일이 완료되면 자주파는 보수세력으로, 자신의 역사적 사명을 마치게 될 것이다. 이제 다함께와 함께 할 동지는 통합신당에는 없다.

 

이들의 맑스 레닌주의 혁명, 혹은 대중혁명에 대한 강한 열의는 결국 그들 스스로 살 길을 마련해야 한다는 결과를 낳았다. 앞으로 지하에서 전위당으로의 역할을 할 것인지, 새로운 신당을 창당할 것인지, 기존의 좌파들과의 어색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주목된다. 아마도 다함께는 통합에 극렬하게 저항할 것이고, 저항하고 있지만 통합이 계속되는 한 계속 거기에 남아 있을 수는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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