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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생각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을 끄고 살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일이 바쁘다 보니 간간히 인터넷 뉴스를 통해 눈팅을 하는 것 말고는 전혀 세상 돌아가는 일에, 정치권의 향방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논의가 물 건너 갔다고 한다. 예전에 분당이 되었을 때 많은 논란과 비난이 있었고 나 역시 좋게 보지 않았었지만, 다시 통합 논의를 한다고 했을 때는 좀 기분이 이상했다.

사실 분당 이후,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과는 다르게 자신만의 입지를 다지며 충실하게 현실 정치의 영역에서 살아 남았거나 적어도 그럴 수 있다는 자신감만 있었다면 재통합 논의는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다시 통합 논의가 나온다고 하였을 때, 떨어져 나가서 잘 좀 해보지 왜 다시 통합하자고 하는 것인지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통합을 결의하고 통합의 과정과 합의안을 낑낑대며 만들어 냈지만 결국 통합은 사실상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그런 배경에는 국민참여당의 문제가 있다고 한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과의 통합 논의와는 따로 국민참여당이 제안하는 민주 통합 논의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었고, 이에 질새라 민주당에서도 대연합, 대통합의 논의를 꺼내면서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진보신당이 보기에는 전혀 진보도 아니며, 예전 열린우리당에서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정책을 밀어붙이던 참여정부의 잔당들이 국민참여당을 만들어 지들이 마치 진보라도 되는 듯이 통합을 들먹이는 꼬라지가 상당히 맘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또 혹해서 끌어들어가는 듯이 보이는 민주노동당의 행태도 이해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이런 습관은 분당 이후에 달라진 당의 위상도 큰 역할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좌파가 빠져나간 민주노동당은 엔엘 자주파 계열만이 남게 되었다. 물론 다함께가 잔류하기는 했지만 그들의 언어는 어차피 현실 정치 체제에는 통할 수 없는 것이기에 사실상 묻히기 마련이었다. 좌파 내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다함께가 민주노동당 내의 소수 의견 그룹으로 남아 있는 가운데, 당은 당연히 자주파의 정체성을 반영하게 된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민주노동당이 민족주의 노선과 햇볕 정책의 추억을 공유하는 국민참여당과 가까워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유시민이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의 잘못을 인정하는 발언까지 하게 되면서 상당한 정서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진보신당과의 통합이 무산되면서 민주노동당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물론 민주노동당의 기층 당원들의 정서가 자주 계열의 정치 노선을 완전히 따르는 것이 아니며,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운동 세력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논의는 민주노동당 내에서도 큰 논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은 당대당 통합의 모든 논의가 다시 또 분열될 위험을 안고 있는 위험한 거래라고 생각한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이 통합한다고 해도 이것이 오래갈 것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현재 통합의 논의는 이 빌어먹을 정도로 덩치가 큰 한나라당을 이기기 위해서는 합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정책적 단결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단결만이 요구되는 정치적 상황이기 때문에 그 상황과 환경이 바뀌면 당과 당은 다시 제 갈길 가기 위해 분열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때문에 나는 일단은 국민참여당은 그들 대로, 민주노동당은 민노당대로, 진보신당은 그들대로 나름의 내실을 기하는 노력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이 현재 지지율도 찌질하고 국민들에게도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고 해서 지금 당장 힘을 합치자는 생각은 내가 보기에는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한 것 같다. 사실 그런 정치적 상황은 선거 연합이라든가 정책 연대 등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당대당 통합까지 꼭 가야 할 일인가?

 

진보신당은 통합 논의도 물 건너 간 만큼 그들의 내실을 기하는 일부터 하였으면 좋겠다. 사회당과의 통합이라도 좀 해주었으면 좋겠다. 세간이 평가도 그렇고 진보신당은 너무 작다. 너무 작은대 요구하는 것은 많은 말많은 좌파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당이라는 좋은 친구가 있는대 왜 한번 싸운 적이 있는 민주노동당과 어려운 통합을 하려 했던 것일까? 내실을 다지는 일부터 했으면 좋겠다.

 

민주노동당은 분당 이후 김이 빠져버린 측면이 많았다. 그렇기에 선거 연합에 매진하고 몰두하였던 것인데, 그런 식으로 내실을 다지는 것도 좋지만, 좀더 정책적 측면에서 도타운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선에서 '복지'가 이슈가 될 것이라고 한 만큼 인민들이 이해할 수 있고 또 현실적으로 실현이 가능한 합리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북한에 온정적인 정당, 민족주의 정당이라는 이미지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나머지 영역에서는 무식하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이건 좀 안타까운 모습이다. 민주노동당은 이 나라를 어떤 국가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상을 마련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면 사람들은 부자들이 모두 탄압받고, 나라는 친북, 친중으로 갑자기 돌아서서 미국과 날카롭게 대립하고, 복지 정책을 마구마구 남발하여 나라 예산을 거덜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인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이미지이다. 이런 이미지로 무슨 놈의 집권을 바랄 수 있겠는가. 합리적인 복지정책, 안정된 정치력을 갖고 균형이 잡히되 일관된 외교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노동당은 당장의 통합이내 뭐내 하는 것보다는 민주주의 정책 학습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민주노동당이 다함께에서 주장하는 식의 지하 혁명 정당을 지향하지 않는다면 이런 과정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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