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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라는 것에 대한 배신감.

내가 보낸 10대는 90년대여서 그러한지, 갑자기 2000년 하고도 10년이 더 흘렀다는 사실이 참 새삼스러울 때가 있다.

 

90년대에 생각하는 2000년, 21세기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런 세계는 아니었다. 이런 세계는 꿈도 꾸지 아니하였다. 21세기는 90년대와의 연속적인 세상이 아닌, 완전히 단절적인 새로운 세상이라고  TV에서, 라디오에서, 전문가들이, 학자들이 다들 얘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0년하면 더 말할 것도 없다. 10대의 감성으로 얘기하자면, 2010년에는 이미 우주여행이 보편화되어 있어야 하고, 로봇이 인간의 힘든 일을 대신하고 있어야 하며,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류는 친환경 녹색 첨단 테크놀로지의 힘으로 훨씬 질 높은 삶을 영위하고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이것은 다 뻥이었다. 어릴 때 보던 '2020 원더키디'는 정말 공상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2020년도 10년밖에 안 남았는데, 그 만화 따라잡을려면 한참 남은 듯 하다. 애도 아니고 갑자기 한숨만 나온다.

 

이 세계는 90년대와 비교하였을 때, 휴대폰 산업과 인터넷이라는 정보통신산업의 발달 외에는 전반적인 측면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그것도 큰 변화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어쨌든 모두가 꿈꾸었던 21세기는 어느덧 '뭐 다 그런거지...'하는 자조와 함께 그때 그때 살아가면서 잊혀지고 있다.

 

나는 억울함을 느낀다. 그런 꿈을 주입했던 당시의 어른들에게 화가 난다. 뭐 그리 잘난 세상이 온다고 그런 오두방정을 떨었을까. 물론 그 어른들도 그런 세상을 기대하였겠지...하지만 아직도 이 세상은 내 생각에는 진정한 21세기를 맞이하지 못 하였다.

 

21세기는 거창한 꿈으로 시작하였지만 21세기의 인간은 20세기 인간들이 꿈꿔왔던 것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훨씬 암울하고 어두워졌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새로운 경제 위기, 에너지 고갈, 환경 오염,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지역 간의 전쟁, 고용 불안, 빈부 격차로 인해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으로 가득하다.

 

우주여행과 행성개발, 로봇의 활약은 언제쯤 이루어질지....다 개뻥인지도 모른다. 씨부랄 아직도 로봇은 음악에 맞춰 간신히 춤을 출 정도이고, 계단을 올라가다가 넘어지기도 한다. (우당탕! 어머나 이 비싼 로봇이!) 우주여행은 개뿔, 로켓 발사 기술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냥 지축을 존나게 큰 에너지로 박차고 올라가는 거....(우르르르르르 꿍꽝꿍뽕뿌르르르르르르르 슈슈슈슈슈슉...아 실패라능..) 이런 방식이 에너지 사용이 엄청나다는 것이 최근들어 문제시되고 있다. 행성개발은 당연히 소설 속 이야기일 뿐..

 

내가 어릴 적 꿈꾼 미래는 이런 세계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면서 실망하고 있다. 이미 나는 과거인이 동경하는 미래인이지만, 일반적인 삶은 과거인과 다를 바 없다. 어른들은 멋진 세상을 만들지 못했고, 골치아픈 문제들은 이제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가 맡아버리고 말았다.

우리는 뻔지르르한 미래를 후손들에게 약속하지 말자. 뭐 먹고 살기 힘들어서 후손들도 큰 기대는 하지 않을 것이다. 하늘에서 베틀크루져가 떠다니는 그런 세상은 오기나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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