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속으로 정리되지 않는 그림을 그리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려지는 그림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 딱~ 나타나면
그림은 끝이 나는데
기분은 끝이 나지 않는다. 계속, 하루종일 그 기분으로 산다.
왜, 아침에 들은 노래가 하루종일 머리속에서, 입속에서 생각나고 웅얼거리게 되는 것처럼.
그림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좋은 사람들과
그사람들에게 듣는 좋은 이야기들과
그 이야기들로 인해 파생되는 힘찬 기운들이 모여서
된다. 꼭 된다.
하루에 백번씩 다짐하기.
된다.
430 전야제에 다녀왔다. 아니 갔다가 중간에 나왔다.
나는 대학때 몸짓패 활동을 했고 내 인생에 가장 열정을 쏟은 부분이 문선과 민가였다.
그래서 430은 노동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현장의 소리를 듣는 자리였고
함께 하는 몸짓, 노래일꾼들을 볼 수 있는 기회이고 그들과의 소통의 공간이 되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노학연대를 외치는 학생들의 머리속에, 430에 참여한 학생들의 머리속에
과연 노학연대의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어제 고대의 민주광장에 수많은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모였다.
어이없는 것은 430에 민주노총이 불참한 것이다. 청주인가에서 남북 노동자 축구대회를 정부, 한총과 함께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떡~ 하니 붙어있는 노학연대를 위한 노동자, 학생 문화제라는 현수막 아래 많은 사람들은 모였다.
자, 이제부터가 문제인데
하나. 적어도 최소한의 예의로 노학연대를 위한 문화제에서는 노동자들에게 무대 중앙을 좀 내어주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한다.
학생문화제는 9시부터 따로 기획되어 있었다. 7시부터 9시까지는 노동자와 학생의 연대를 위한 문화제였고 학생문화제는 따로 있단 말이지.
그럼, 적어도 그 두시간만큼은 노동자들에게 "당신들 뒤에는, 옆에는 청년학생들이 있소이다!" 라고 외치는 자리가 되어야 하는거 아닌가?
노동자들은 이미 와서 자리를 잡고 있고 학생들 대오를 기다리고 줄맞추기를 기다린다음, 무대중앙은 전학투위 학생들을 위해 비워달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별거 아닐수도 있다. 하지만 별거 아닌것을 실천할 수도 있다. 자리를 바꾸는 것이
"에이 뭐 그런걸 가지고~" 라는 의식이 아니라
"그래 바꿔야지~ 뭐 어렵나~" 라는 의식이 되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도 2004년의 모습이 머리속에 떠나지 않는다. 노학연대 문화제가 끝나고 중앙에 있던 노동자들이 모두 옆쪽으로 빠져주고 학생들과 자리를 바꾸던 모습이.
둘. 노동자들이 나와서 연대발언을 한다.
그때 학생들 뭐해? 논다. 발언 안듣는다. 자기네들끼리 삼상오오 앉아서 떠들고 아예 동그랗게 앉아있는 학생들도 부지기수다. 그러다가 몸짓패가 연대공연을 하러 올라오면 "와~~ 멋지다~" 한다.
언제부턴가 430은 전국의 몸짓, 노래일꾼들의 장기자랑, 페스티벌이 되어 가는 것 같다. 그렇게 즐기고 본대회에 안가고.
솔직히 고대에서 430을 한다기에 참 많은 기대를 했다. 출교문제도 있었고 학생운동에 빼놓을 수 없는 학교이니까.
하지만 어제의 모습은 참으로 실망스러웠고 결국 혼자 괜한 분노에 9시가 좀 넘어 그냥 나와버렸다.
아무리 앞에서 불참한 민주노총 지도부를 욕해도,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노학연대의 중요성을 역설해도 그걸 듣는 청년학생들의 머리에는 몸짓패의 공연만 기다리고 있으니까 문제다.
나오는 길에, 무대 옆쪽에 설치된 "우리가 해요" 라는 현수막 아래에서 노래하고 있던 꽃다지의 조성일씨를 보았다.
누가 듣던 듣지 않던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던 모습을 보고 괜히 나도 모르게 찡해졌다.
어제의 문화제는 많이 실망스러웠다.
학생들의 의식에 대해 실망스러웠고,
민주노총의 불참에 대해 실망스러웠다.
무엇을 위해 그자리에 모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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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 그래도 노조 활동가인 저는 학생들이 기특하고 고맙기도 하던데요;; 대오자리 위치 같은 거는 학생들이나 오히려 신경쓰지 노동자들은 그런거 상대적으로 별로 신경안써요, 저도 학생 때는 사소한 것에 너무 예민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다만 학생들 연설이 너무 천편일률적이고 (게다가)너무들 길더군요. 신자유주의 강의하는데는 질려버렸어요,(그나마 '이론'도 아니고 현상들만;;) 다들 똑같은 책에서 읽은 똑같은 이야기를 똑같은 발언 톤(요즘에 학생들 발언은 전혀 선동의 느낌이 없고...뭐랄까 나래이터모델 이야기같은 느낌이..;;)으로 하는데 거참.. 삶의 구체성이 없다는 느낌인데 그럴 때는 겸손할 필요가 있지요. 대표자 학생들 강의들으러 학생이나 노동자들이 문화제 온 거는 아니잖아요.
하긴 똑같은 얘기 반복하는 걸로 치면 오늘은 민주노총 집회에서도 똑같은 꼴을 봤으니 할 말 없지만. 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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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가 짧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거든요. 행동과 일치되는 의식.
네, 책에서 읽은 지식을 자신의 지식으로 만드는 과정, 실천이라던지 토론등의 과정이 생략된 시점이기에 발생하는 문제점인거 같아요.
반갑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선배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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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자리 문제나 발언을 경청하는 자세의 문제로 지적하는 건 좀 과도한 면이 있지 않나 싶네요. 왠만한 집회 나가보면, 노동자들 집회 참여보다는 술판이 주로 벌어지죠...제 기억엔 민주노총이 전야제 비슷한 걸 한 것도 2001년도부터죠. 비정규직 문제가 민주노총 자신의 문제로 인식?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문화제 성격같은....좀 형식적인...마침 해마다 화물연대니 덤프는 규모있는 비정규, 특수고용 사업장들의 투쟁이 있기도 했었고...메이데이 조차도 축구대회로 치르는 마당에...또 예전부터 잘 풀리지 않는 고민이긴 한데, '노학연대'가 연대라면, 노동자들 입장에서 학생들과의 연대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지도 궁금합니다. 연대란 일방의 지지나 지원이 아닐텐데 말이죠...예전엔 동원의 대상으로, 요즘처럼 학생운동이 쇄락한 시점에선 그 조차의 의미도 별반 가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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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쭉//뭔가 본문과 상관없는 댓글입니다만 ㄷㄷㄷ
지적하신 부분이 너무 공감되어서 공감!! 이라고 꼭 한 마디 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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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사랑// 앞에서도 언급했다 최소한의예의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당연히 지켜야 할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또한, 메이데이 전야제가 그 의미를 부여하고 동력을 이끌어 내기 위함이 아닌 문화제의 의미에만 너무 집중되어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불만의 소리이기도 하구요. 청년학생문화제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는것 같습니다. 노학연대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에 대한 고민역시 빠져 있는 것 같구요.
노동자 입장에서는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발언을 들으면서 그들이 그들과 같은 삶을 우리 청년들이 살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느낍니다. 우리와 함께 연대해서 싸웁시다 + 우리처럼 되지 않는 세상을 바랍니다. 그래서 슬픕니다. 그건 현실이고 우리의 일인데 청년학생들은 그것을 위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고민이 행동으로 표출되지 못하고 (제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예의가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입니다.
참고로 제 이름이 고집이라는 점을 염두해 두시고 읽어주세요 ^^ 말도 안되는 고집일수도 있습니다.
C급좌파// 저 역시 겨울철쭉님의 글에 공감합니다. 그냥 끝까지 앉아서 학생대표자들이 뭐라고 하는지 들어볼걸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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