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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학연대? 웃기지 마라

430 전야제에 다녀왔다. 아니 갔다가 중간에 나왔다.

                                            

나는 대학때 몸짓패 활동을 했고 내 인생에 가장 열정을 쏟은 부분이 문선과 민가였다.

그래서 430은 노동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현장의 소리를 듣는 자리였고

함께 하는 몸짓, 노래일꾼들을 볼 수 있는 기회이고 그들과의 소통의 공간이 되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노학연대를 외치는 학생들의 머리속에, 430에 참여한 학생들의 머리속에

과연 노학연대의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어제 고대의 민주광장에 수많은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모였다.

어이없는 것은 430에 민주노총이 불참한 것이다. 청주인가에서 남북 노동자 축구대회를 정부, 한총과 함께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떡~ 하니 붙어있는 노학연대를 위한 노동자, 학생 문화제라는 현수막 아래 많은 사람들은 모였다.

                                              

자, 이제부터가 문제인데

                                                                   

하나. 적어도 최소한의 예의로 노학연대를 위한 문화제에서는 노동자들에게 무대 중앙을 좀 내어주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한다.

학생문화제는 9시부터 따로 기획되어 있었다. 7시부터 9시까지는 노동자와 학생의 연대를 위한 문화제였고 학생문화제는 따로 있단 말이지.

그럼, 적어도 그 두시간만큼은 노동자들에게 "당신들 뒤에는, 옆에는 청년학생들이 있소이다!" 라고 외치는 자리가 되어야 하는거 아닌가?

노동자들은 이미 와서 자리를 잡고 있고 학생들 대오를 기다리고 줄맞추기를 기다린다음, 무대중앙은 전학투위 학생들을 위해 비워달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별거 아닐수도 있다. 하지만 별거 아닌것을 실천할 수도 있다. 자리를 바꾸는 것이

"에이 뭐 그런걸 가지고~" 라는 의식이 아니라

"그래 바꿔야지~ 뭐 어렵나~" 라는 의식이 되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도 2004년의 모습이 머리속에 떠나지 않는다. 노학연대 문화제가 끝나고 중앙에 있던 노동자들이 모두 옆쪽으로 빠져주고 학생들과 자리를 바꾸던 모습이.

                                             

                                                           

둘. 노동자들이 나와서 연대발언을 한다.

그때 학생들 뭐해? 논다. 발언 안듣는다. 자기네들끼리 삼상오오 앉아서 떠들고 아예 동그랗게 앉아있는 학생들도 부지기수다. 그러다가 몸짓패가 연대공연을 하러 올라오면 "와~~ 멋지다~" 한다.

언제부턴가 430은 전국의 몸짓, 노래일꾼들의 장기자랑, 페스티벌이 되어 가는 것 같다. 그렇게 즐기고 본대회에 안가고.

솔직히 고대에서 430을 한다기에 참 많은 기대를 했다. 출교문제도 있었고 학생운동에 빼놓을 수 없는 학교이니까.

하지만 어제의 모습은 참으로 실망스러웠고 결국 혼자 괜한 분노에 9시가 좀 넘어 그냥 나와버렸다.

                                                                       

아무리 앞에서 불참한 민주노총 지도부를 욕해도,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노학연대의 중요성을 역설해도 그걸 듣는 청년학생들의 머리에는 몸짓패의 공연만 기다리고 있으니까 문제다.

                                                           

나오는 길에, 무대 옆쪽에 설치된 "우리가 해요" 라는 현수막 아래에서 노래하고 있던 꽃다지의 조성일씨를 보았다.

누가 듣던 듣지 않던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던 모습을 보고 괜히 나도 모르게 찡해졌다.

                                               

                                                    

어제의 문화제는 많이 실망스러웠다.

학생들의 의식에 대해 실망스러웠고,

민주노총의 불참에 대해 실망스러웠다.

                                                              

무엇을 위해 그자리에 모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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