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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33회


1


지난 주에는 줄기차게 눈이 내렸습니다.
며칠 동안 집에 갇혀지냈는데 힘들더군요.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


1월부터 수확해야하는 브로콜리를 아직도 수확을 못했는데
날씨가 계속 이러니 올 겨울 농사는 종친 것 같습니다.
나만 그런건 아니니까...


metoo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터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입을 다물고 귀를 열어야 할 때라 했으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눈보라가 휘날리고
세상이 요동쳐서
내 마음도 출렁이는데
눈꽃과 함께 매화가 피었습니다.


잡생각은 놓아버리고 꽃구경이나 해볼까요?
오늘 방송은 음악방송으로 진행해볼까합니다.
첫곡은 범능스님의 ‘끽다거(喫茶去)’입니다.


 


2


말들이 나빠지고 미워져 헹구는 중이야
기억이 약해지기 싫어 옮겨 적는 거야
별들의 합창을 건져 올릴 새벽 그 물이야
너무 약하기만 하니까 멍드는 법이야
내가 사랑을 다루는 건 다 거짓말이야
우리 가난을 맞대는 게 나의 자리야
작은 아이의 젖은 소맬 말려줄 거야
할 수 있는 위롤 다 털어 안아줄 거야


난 인디야
달이야
밤이야
이야기야
난 인디야
달이야
밤이야
이야기야


벌들이 달콤했던 수다들을 옮겨줄 거야
마음이 약해지지 않게 달 타툴 새기자
얼굴이 솔직하기 싫으면 눈을 감는 거야
공손히 아파봐야 깨끗이 아무는 거야
우린 어디 묻힐지 몰라 그냥 살아가기 바쁘고
그때 또 살아야 될 힘과 이율 놔두고
나는 노래나 만드는 베짱이가 되고
그게 미안해서 오래도록 인디가 되죠


난 인디야
달이야
밤이야
이야기야
난 인디야
달이야
밤이야
이야기야


나의 이름을 잘 알면서 낮엔 찾지마
누구의 노래완 달리 난 지구 밖이야
눈이 어두우면 맘이 더 잘 보일 거야
이건 지루했던 말들의 마지막 소절이야


난 인디야
달이야
밤이야
이야기야
난 인디야
달이야
밤이야
이야기야

 


얼마 전에 우연히 알게 된 노래의 가사입니다.
‘문문’이라는 가수가 부른 ‘인디’라는 노랜데요
가사가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이렇게 운치있는 가사를 접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여러분도 그러신가요?
이 멋진 가사를 음미하면서 노래를 들어보실래요?

 

 


3


예전에는 가사가 아름다운 노래가 참 많았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올드한 제 나이랑 취향이 뽀록나겠지요. 하하)
직설적으로 쏟아내는 말들보다 한번쯤 걸러낸 말들이 정겨울 때가 있습니다.
옛 노래의 가사들이 비교적 그런 편이죠.
그런 노래들을 듣고 있으면 가는 채로 마음의 물을 걸러내는 기분입니다.
우~ 저의 표현도 시적으로 변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예전 노래 중에 멋진 노래가 많은데요
오늘 왠~지~ 이 노래가 끌립니다.
도라지 위스키 한 잔 마시며 들으면 어울릴 노래
(그렇다고 ‘낭만에 대하여’는 아니고요.)
최백호가 부릅니다.
‘보고 싶은 얼굴’

 

 


4


드라마 ‘응답하라’시리즈를 보고 있으면
우리가 예전에 가졌던 감성들이 다시 살아나곤합니다.
앞에서 최백호의 노래를 들으면서도 마찬가지고요.
언제부터인가 그런 감성들이 사라져버린 것에 아쉬움을 느끼지요.


하지만 우리들의 과거에는 아름다고 아련한 것들만 있지는 않습니다.
숨이 막히거나 얼굴이 화끈거려서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들도 많지요.
그런데 그런 기억들은 쉽게 지워지지도 않습니다.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김질하다가 불쑥불쑥 튀어나오곤합니다.
그렇게 이중적인 것이 인간의 모습이기는 합니다만...


뭐, 그러면서 살아가는 거겠지요.
‘시와’의 ‘오래된 사진’ 듣겠습니다.

 

 


5


하지만
가슴 속에 쌓여있는 걸
그렇게 묻고 삼키고 참으며 살아가는 건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합니다.
시원하게 쏟아냈으면 좋으련만
그럴수 없으면 조금씩 흘려보내기라도 해야합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조심스러운 분들이 많지요?
그래서 이 노래가 만들어졌는지도 모릅니다.


‘브루콜리 너마저’의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6


혹시 제 맨트만 줄줄 읽어내리면서 노래들은 건너뛰고 계신가요?
아마 대부분이 그러시겠죠? 헤헤헤
만약 여건이 되신다면, 노래 하나 하나를 귀기울여 들으시며 방송을 즐겨보시렵니까?
오늘의 이 방송을 작은 콘서트라고 생각하시고
제 멘트와 노래 가사를 음미하며 감정선을 따라와보세요.
그래야 이 마지막 노래가 제대로 느껴지실 겁니다.
음악방송이라고 적당히 노래 몇 개 선곡해서 퉁쳐먹는 것 같지만
나름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선곡하고 배열하고 멘트도 정리한 겁니다요.
아이고, 말이 길어져버렸네요.


세상살이 다 내려놓고 차가 한 잔 마시자고 시작해서
편안하고 아름다운 노래를 따라가다보니
슬며시 마음 속의 찌꺼기들이 스멀스멀 흘러나와버렸습니다.
덕이 높은 스님처럼 잡념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유지하는 건 어려우니
그냥 마음이 이끄는데로 흘러와봤더니
그것도 뭐,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가끔 이렇게 마음을 청소하면서 자신을 돌아본다고 생각해보자고요.
청소한다고 해봤는데 흙탕물만 되버렸기는 했지만
그래도 뭔가 아주 쪼~금은 변화가 있는 것 같지는 않으세요?
나만 그런가?


입춘도 지나고 설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겨울은 끝나지 않아서
징헌 눈은 또 내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매화가 핀 것처럼
힘들지만 봄은 오고 있습니다.
봄이 오면 황사와 스모그가 덮칠테고
그 뒤를 이어 무더위가 금방 몰려오겠지만...


오늘 마지막으로 들려드릴 노래는
‘단편선과 선원들’의 ‘순’이라는 노랩니다.
다소 실험적인 음악을 하는 분들이라서
많이 낯설고
귀에 잘 들어오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는 분들입니다.
이해하려고 하시지 말고 그냥 느껴보십시오.
그러다보면 가슴 속에서 새순이 올라오는 걸 느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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