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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46회


1


요란한 태풍이 지나갔습니다.
어떤 분들은 실제 태풍보다 언론이 더 요란했다고 하시는데
제주도에서 맞이한 태풍은 정말로 요란했습니다.
보통 5~6시간이면 지나가는 태풍이 이곳에서 24시간을 머물렀으니 오죽했겠습니까.
왠만한 바람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이곳이지만
좀처럼 멈추지 않는 광풍이 나중에는 무섭더라고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도 태풍이 지나고난 자리는 생각보다 상처가 많지 않았습니다.
비닐이 몇군데 찢어지고 물받이가 떨어져나간 것이 피해의 전부였습니다.
2년전 태풍에는 애써 심어놓은 브로콜리 모종이 뽑히고 곳곳에 방풍림이 쓰러져 있어서 전쟁터 같았는데 이 정도면 많이 양호한 편입니다.


그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주변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는데
감귤나무에 병충해가 생겨서 급하게 방제를 해야했습니다.
방제 후에 비가 오락가락 해서 신경을 쓰고 있는데
정수기가 고장이 나서 물이 나오지 않는 거였습니다.
정수기 a/s를 불렀더니 원인을 알수 없다며 일단 지켜보자고만 하는데
다음날 화장실 세면대가 말썽이 났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전부터 변기에도 문제가 있었는데 말입니다.
이것저것 연이에 자잘한 일이 터진 것에 살짝 신경이 쓰였는데
안방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전등이 나가버렸습니다.
자칫 잘못됐다간 큰일이 날뻔한 사고였습니다.
설비하는 분을 불러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고 안방 천장을 보여드렸더니
위쪽을 뜯어내서 다시 설치해야한다네요.


태풍이 지나고 며칠이 지났지만
해결한 일은 병충해 방제와 화장실 시설 정비뿐입니다.
비닐하우스 수리를 하고 보험처리를 위해 서류절차도 밟아야 합니다.
정수기는 고칠 수 있을 때까지 생수를 마시면서 계속 a/s를 불러야합니다.
안방 천정 문제는 공사가 커서 하나씩 처리를 해야합니다.
조만간 비소식이 있는데 비가 오기전에 텃밭도 갈아둬야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잘 살펴야합니다.
예상 외로 밀려드는 일들에 짜증이 나지 않도록
“아, 여기에 문제가 생겼구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봐야겠네”
라고 달래면서 하나씩 풀어 나가야겠습니다.
8월도 끝나가면서 먼저 바빠지고 앞서가려는 마음에게도
“같이 가자, 혼자서 너무 서둘지마”
라는 얘기도 자주 해야겠습니다.


환절기라서 이런저런 변화들이 많아지는 때입니다.
그 변화들에 조급하지 않도록
제 마음과 대화를 자주해야겠습니다.

 

2


성민아, 잘 지내고 있냐? 오래간만이제?
올 여름이 억수로 더웠는데 잘 견뎠는지 모르겠다.
글을 읽어보니까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사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살짝 부럽기도 하네. 하하하하


가끔 니 생각나서 여기를 둘러보기는 한다만 만날 수 없어서 아쉽다.
어쩌겠냐, 그렇게 된걸.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라도 볼 수 있어서 좋다.


이 요상한 라디오를 이리 오랬동안 하는 걸 보면 너도 참 독한 놈이다.
세상 너무 독하게 살지마라. 그러면 힘들다.
이 형님이 경험으로 하는 말이니까 새겨들어라.


오래간만에 편지를 쓸려니까 무슨 말을 해야할지 생각이 안나네.
내 스타일알제? 이 정도면 엄청 길게 쓴거다.
잘 지내고, 건강하고, 술 많이 먹지 말고, 사람도 좀 만나고 그렇게 살아라.

 


박현정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오래간만에 아는 분에게서 받은 사연이라서 기분이 좋네요.


‘세상 너무 독하게 살지 말라’는 얘기가 가슴에 내려앉습니다.
이 벌어먹을 세상에서 쓰러지지 않으려면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었고
현실에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부러지지 않으려면 내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고
너무도 차가운 현실 앞에서 죽지않으려고 발버둥치다보니 몸과 마음에 온통 독한 기운만 가득차버렸습니다.
그렇게 버텨온 힘이 내공이라면 내공인데 너무 독하게 살지 말라네요.
음... 이제는 이것들을 버리며 살아가야겠군요.


박현정, 몇 달 전에 이사를 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새로운 동네는 적응이 됐어요?
에이 뭐, 박현정이니까 잘 적응하고 있고 있겠지... 그치?
한 번 찾아가지도 못하고 연락도 자주 하지 못해서 미안하네.
성민이가 원래 싸가지가 없어서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네.
박현정은 내게 이것저것 많은 걸 걱정해줬는데 나는 박현정에게 걱정해줄 것이 별로 없어서 속상하다.
원래 말이 많은 놈인데, 속상해서 더 길게 얘기하지 못하겠네요.


박현정, 나를 잊지 않아줘서 정말 고마워!


오늘은 특별히 박현정님에게 노래 선물 드립니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김희진이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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