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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48회


1


이제 가을로 접어들었음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새벽 명상과 스트레칭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비닐하우스에 일을 하는 것이 훨씬 편해졌습니다.
감귤들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오후까지 일을 하게되니 일하는 게 여유로워졌습니다.
무는 순이 올라왔고, 배추 모종은 뿌리를 잘 내렸습니다.
일을 마치고 샤워를 하지 않고 세수만 해도 됩니다.
밥을 먹을 때 여름때처럼 대충 차려먹으면 금방 허기가 져버립니다.
사랑이와의 산책도 훨씬 즐거워졌고, 산책 횟수도 늘었습니다.
잠을 잘 때 이불을 덮고 자야 해서 좀 더 두터운 이불로 교체했습니다.


해야 할 일들이 널려 있어서 마음이 분주해지는 요즘이지만
계절의 변화와 함께 몸과 마음도 변하고 있음을 지켜보고 있으면
그 변화의 흐름이 경쾌하고 좋습니다.


저녘을 먹고 사랑이랑 같이 산책을 하는데
하늘이 너무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 행운에 감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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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정이가 사랑이를 공격했습니다.
가벼운 견제가 아니라 아주 격렬한 공격이었습니다.
그 공격으로 사랑이가 다쳤습니다.
심한 부상은 아니지만 한쪽 다리를 절룩이는 사랑이를 보면 속상합니다.


한달쯤 전에 작은 일로 우정이의 마음을 상하게 한 이후
우정이는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렸습니다.
그 이후 우리집에 놀러오는 일도
저를 보면 꼬리를 흔들며 달려오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사랑이랑 산책을 할 때 가끔 보이지만 멀리서 멀뚱거리기만 합니다.
그런 우정이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멀리서 우정이가 보이면 “안녕, 우정아”라고 인사하며 마음이 돌아서기만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사랑이와의 산책길에 마주친 우정이는 급작스럽게 공격을 가해왔습니다.
저는 급히 사랑이를 잡아 끌면서 싸움을 말리려해봤지만 둘의 싸움은 더욱 격렬해졌습니다.
그때 마침 근처에 있던 분이 달려와서 우정이를 발로 차더군요.
발길질을 당한 우정이가 달아나면서 싸움은 끝났지만 사랑이는 발에 상처를 입어서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발길질 당하는 우정이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마음은 불편했습니다.


성격이 온순한 우정이는 다른 개나 사람을 공격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사랑이를 그렇게 격렬히 공격한 것은 마음의 상처가 그만큼 컸다는 것이겠지요.
사랑이와의 산책길에 우정이가 보이면 긴장을 하겠지만 우정이를 향해 돌을 던질 수는 없을 겁니다.
우정이의 마음을 헤아릴 길 없는 저는 그런 우정이를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습니다.
우정이가 마음의 문을 다시 열고 다가와주길 바랄 수 밖에...

 



(이상은의 ‘돌고래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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