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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거부에 대한 두 가지 형벌

병역 거부에 대한 두 가지 형벌
시민단체 '양심적 병역거부' 지지, 연대회의 발족


금기가 깨지고 있다.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군복무를 해야 한다는 의무. 이것을 거역한다는 것은 세금을 내지 않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법적 책임과 더불어 사회적 금기를 위반한 것에 대한 이중의 처벌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 너무도 겁 없는 젊은이가 있다. 이름 오태양. 나이 스물 여섯. 현재 병역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최근 미국 시민권 획득으로 '병역 기피자'란 여론의 화살을 온몸에 맞고 있는 가수 유승준 처럼 인기인도 아니다. 그런 그가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고 말았다.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발족

4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오태양씨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었다. 이미 언론 매체에 수도 없이 이름이 오르내렸던 그였다.
"병역의 의무를 회피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내 개인의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내 인생관과 종교관에 따라 집총 및 군사훈련을 거부하고 저와 같은 소수자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 할 뿐입니다."
그는 이미 지난 해 12월부터 입영 통보를 거부하고 나름대로 사회 봉사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런 그가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화두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호와의 증인'으로 알려진 종교 신자들이 집총을 거부해 병역의 의무 대신 교도소 수감생활을 선택한다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인권단체 등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권'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제까지 금기시 돼왔던 '병역 거부권'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날 오태양씨가 카메라 세례를 받게 된 것은 참여연대, 환경연합등 29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를 발족 시켰기 때문이다.

오태양씨 7일 경찰 출두 예정
보수단체, 참여연대 앞에서 시위

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이석태 변호사는 "자신과 이념이 다르다고 타인의 가슴에 총을 쏘는 부처님을 상상할 수 있겠느냐?"며 '불살생(不殺生)'의 교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오태양씨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단지 형제를 향해 총을 들지 않겠다는 '평화적 양심' 때문에 1천6백여명이 감옥에 있습니다. 이처럼 추방과 배제의 논리만 있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닙니다. 하루속히 인권후진국의 오명을 벗어나야 합니다" 이 변호사는 이것이 바로 연대회의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커져가는 것은 하나의 흐름일 뿐, 오태양씨에게는 두가지 형벌이 엄습해 오고 있다. 7일 동부경찰서에 출두, 병역 거부에 대한 조사를 받을 예정. 상황에 따라 다른 병역 거부자 처럼 곧바로 영어의 몸이 될지도 모르는 형편이다.
또한 법적 처벌에 못지 않은 사회적 형벌은 이미 가해지고 있었다. 연대회의 발족을 알리는 기자회견장 앞에는 '민주참여 네티즌 연대'라는 피켓을 들고 나온 보수 단체 회원 20여명이 "양심적 병역거부로 병역 기피자 늘어난다"는 구호를 외치며 금기의 벽을 기어오르는 오씨를 떠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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