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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5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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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조그만 가게가 있습니다.
전체면적이 3~4평 정도 되어 보이는 말그대로 구멍가게입니다.
그 가게는 몸이 불편하신 아주머니 한 분이 운영하고 계신데
서너살 정도로 보이는 손자가 같이 있습니다.
근처에 사는 딸이 일을 다니느라 할머니에게 봐달라고 부탁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몸이 불편한 할머니는 손자를 제대로 보기가 힘듭니다.
그래서인지 얼마부터 손자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쥐어져있더군요.
당연하겠지만 손자는 스마트폰에 푹 빠져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 걱정이 되기는 하는데 딱히 방법이 없으니...


그 아이는 아직 말을 잘 못하지만 저를 보면 아는 척을 합니다.
아이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아이를 위해서 종이접기를 했습니다.
시간이 남을 때마다 간간히 접어놓은 것들을 가게에 가는 길에 갔다줬습니다.
그랬더니 아이가 신이 나서 뭐라고 말 종알거리더군요.
할머니도 아이 때문에 기분이 좋아서 입이 환하게 벌어졌습니다.
그 모습에 제 마음도 덩달아 출렁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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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님 나눠주신 옷은 잘 전달했어요. 정말 감사드려요.

 


예맨분들에게 겨울옷이 필요하다는 글을 보고 겨울옷 몇 벌을 전해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정신지님이 지난 방송에 이런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고요한 섬 같은 이곳에도 이런 훈풍이 불어오니까 기분이 좋네요.


덕을 베풀고 그것을 자랑하면 공덕이 쌓이지 않고 날아가버린다는데
저는 오늘 두 개의 공덕을 날려버렸네요. 헤헤헤
아, 뭐, 이런 식으로 날아가버려도 괜찮습니다.
좋았던 기분은 남아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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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생존자들의 작품 전시회에 갔다왔습니다.
그리 많지 않은 작품들이 다소곳이 놓여있었습니다.
투박한 기운이 풀풀나는 그속에서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고통을 짐작해봅니다.


이 작품들을 만드는 그 시간만큼은 머리 속을 무겁게 짖누르는 생각들을 잠시 잊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그저 진통제일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약효가 떨어져서 다시 고통이 찾아오는...


제가 종이접기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였거든요.
읽는 라디오라는 요상은 짓거리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였고요.
하지만 진통제도 10년 가까이 장기복용하다보니 치료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제 경험이 남들에게도 통하지는 않겠지만
그저 비슷하게 되길 바래봅니다.

 


(Chavela Vargas의 ‘Ado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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