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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85회

 

1


감귤나무 전정을 드디어 마쳤습니다.
혼자 낑낑거리면서 한달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마음도 조급하고 몸도 지쳤는데
이제는 홀가분합니다.


전정을 마치고나니 숨돌릴 틈도 없이
감귤나무에 진드기가 보이기 시작해서 약을 쳤고
잡초들은 다시 무성하게 자라서 제초기로 정리를 했습니다.
하우스 주변 텃밭에도 잡초들이 많이 자라서 뽑아줘야 하고
마늘과 양파 수확도 해야 하고
매실을 수확해서 청을 담가야 하고
가지 오이 고추에는 지주대를 박아줘야 하고
고구마와 콩과 참깨를 심을 준비도 해야 합니다.
이래저래 밀린 숙제하듯이 해야할 일들이 아직도 많지만
큰 숙제를 하나 처리했다는 것에 기분이 더없이 가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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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을 거의 끝내가던 중에 가지에 달려있는 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숨어있던 귤을 따서 껍질을 벗기고 입에 넣어더니 그 맛이 정말 달콤하더군요.
이렇게 봄이 지나고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2


<초딩과 놈현의 대화>


놈현: 이라크 추가파병은 해야 한다!
초딩: 즐~
놈현: 500명쯤 죽을 수도 있다는 각오로 가는 것이야.
초딩: 헐...
놈현: 안그러면 한미동맹을 지킬 수 없어!
초딩: 까셈
놈현: 뭐?
초딩: 무슨 말인지 모르셈? 모름 즐~
놈현: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난 대통령... 어쩌구...
초딩: 난 리니지 레벨 50이다.
놈현: 무슨 헛소리야?
초딩: 즐~
놈현: 너 정말 죽고싶냐?!
초딩: 즐~ 즐~ 즐~
놈현: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초딩: ᄂ ㅣ ᄀ ㅣ ᄆ ㅣ
놈현: 뭔말이야?
초딩: 못 알아들으면 즐~
놈현: 니가 뭘 모르나본데 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고...
초딩: ᄂ ㅣ기미 대통령이면 난 신이셈~
놈현: 씨발!!!
초딩: ᄌ ㅣ 랄~ 즐~ 엿먹고 짜지셈~
놈현: 너 진짜 죽는다. 경찰 동원해서 아이피 추적...
초딩: pc방이셈 맘대로 하셈~
놈현: 개자식! 우와아악!!
초딩: 애자~ 즐~ 반사~
놈현: 그래 상대를 말자...
초딩: 내가 이미 상대 안하고 있는뎀?
놈현: ...
초딩: 벼 ᄋ ᄉ ㅣ ᄂ 즐~ 니ᄀ ㅣ 미 엄창~
놈현: 뭐라고? 진짜 이 자식이!
`초딩` 님께서 나가셨습니다.
놈현: 우와아악!!!
`노짱` 님이 들어 오셨습니다.
노짱: 왜 그러세여?
놈현: 어떤 자식이... 이러쿵 저러쿵...
노짱: 다 떠들었슴? 즐!
`노짱` 님께서 닉네임을 `초딩`으로 바꾸셨습니다.
`초딩` 님께서 퇴장하셨습니다.
놈현: .....
(귓말) 초딩: 즐이다 등 ᄉ ㅣ ᄂ. ᄂ ㅣ ᄀ ㅣ ᄆ ㅣ 엄창 드셈~
(귓말) 놈현: 너 죽여 버린다!!
`초딩` 님께서는 현재 접속중이 아닙니다.

 


이 글을 보고 깜짝 놀라신 분들이 계신가요?
“이게 왠 일베스러운 글이람”이라며 화를 내시는 분도 계실까요?
이 글은 이라크 파병반대투쟁이 한창이던 2004년 노무현 정권을 비판하기 위해 작성된 글입니다.
도통 대화가 되지 않는 노무현 정권을 향해 이렇게 조롱하면서 비판했던 거였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추모분위기가 높아지는 요즘입니다만
제 기억 속의 노무현 대통령은 아름답지도 사람냄새가 나지도 않았습니다.
대추리에서는 국회의원까지 학교 구석으로 몰아붙여서 아주 잔인하고 살벌한 진압을 자행했습니다.
김선일씨가 “나는 살고싶다”고 절규하는데도 눈과 귀를 꽉 틀어막고 이라크로 군대를 보냈고
손배 가압류에 고통받던 노동자가 연이어 죽어가는데도 모른척 등을 돌렸고
멕시코 칸쿤에서 농민이 자신의 가슴에 깔을 꽂고 세계화반대를 외치며 죽었지만 한미FTA를 꿋꿋히 밀어붙였고
시위 중이던 노동자와 농민이 진압경찰과 용역깡패들에게 의해 연달아 맞아 죽었는데도 인권변호사 출신의 대통령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거기다가 제주도에 뜬금없이 해군기지를 만들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것도 평화와 인권을 외쳐대던 노무현 대통령이었습니다.
이렇게 노동자와 농민들은 얻어터지고 쫒겨나고 죽어가는데도 재벌들은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것도 사람사는 세상을 외쳤던 노무현 대통령 시절입니다.


너무도 뜻밖에 닥쳐온 그의 죽음이 안타깝고 안쓰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그의 모든 행동이 미화되거나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인간 노무현을 제대로 추모하기 위해서는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해서는 안됩니다.
그의 통치기간 동안 무수하게 죽어갔던 사람들의 안타깝고 안쓰러운 사연들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노무현이나 그들이나 존중받아야 할 하나의 인간이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3


지난 한주는 날씨가 좀 유별났습니다.
가뭄 끝에 시원한 비가 내리면서 상쾌하게 시작하더니
점점 기온이 올라가서 한여름 날씨처럼 순식간에 치솟다가
다시 비가 내리면서 한주를 마감했습니다.
이제 곧 장마와 무더위가 닥칠거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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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 이렇게 안개가 잔득 낀 날이 잠시 끼어있었습니다.
이게 미세먼지였다면 문이란 문은 다 걸어잠그고 집안에서 짜증을 내고 있었겠지만
비온 뒤의 안개였기에 모든 문을 활짝 열고 상쾌한 기분으로 사랑이와 산책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런 안개 속을 여유롭게 걸어보는 게 오래간만이어서 천천히 즐기면서 걸어갔습니다.
차들도 거의 다니지 않는 시골길을 사랑이와 함께 여유롭게 걷다보니 여기가 무릉도원이더군요.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높다란 펜스가 쳐진 공사장을 마주하고는 30분만에 무릉도원이 문을 닫아버렸지만 말입니다.

 


(범능스님의 ‘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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