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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86회

 

1


읽는 라디오 ‘살자’ 여든 여섯 번째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성민입니다.


오늘 방송은 우주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갑자기 뜬금없이 왠 우주냐고요?
혼자서 주절거리며 매주 진행하다보면 얘깃거리가 떨이질 때가 있습니다.
그 와중에 우주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내용이 재미있어서 소재를 빌려오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얘기해버리면 오늘 방송이 좀 성의없어 보일까요? 헤헤


읽는 라디오라는 걸 진행한지 8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세 번의 버전으로 진행하면서 약간씩 변화를 주기는 했지만
찾는 이가 거의 없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 현실입니다.
그렇게 혼자서 주절주절거리며 방송을 하다보면
목적지도 방향도 없는 우주 속을 혼자서 여행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방송은 그 느낌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오늘 방송이 좀 성의있어 보이나요? 하하하


뭐, 암튼, 우주 속으로 날아가봅시다!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무인탐사선 보이저 1호가 명왕성 부근을 지날 때 지구를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 위쪽에 갈색 구름띠처럼 보이는 곳에 있는 아주 조그만 파란 점이 지구라고 합니다.
보이시나요?
태양계 끝부분에서 바라보면 지구가 이렇게 보인다네요.


이 사진을 찍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칼 세이건이라는 분은 지구를 가리켜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분은 이렇게 멋진 말도 남겼습니다.
“천문학은 인격 형성을 돕는 겸손한 학문이다. 먼 거리에서 찍은 지구 사진만큼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것이 또 있을까? 우주를 탐구하다 보면 사람들은 더욱 친절하게 대하고 지구를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지구는 우리의 유일한 집이고, 인류는 한 지붕 밑에서 함께 사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지구가 우리집이고 인류가 한가족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진을 보면서 겸손해져야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태양계 끝에서 조그만 점으로 겨우 보이는 지구는 태양계를 벗어나면 보이지도 않을 겁니다.
넓디넓은 우주에서 태양계를 벗어난다는 것이 지구에서 달팽이가 집밖으로 고개를 내민 정도일테데 그 정도만으로도 시야에서 사라져버리는 곳에 살고있다니...


우주여행이라는 것도 영화 속에서는 흥미진지하게 그려지지만
실제로 우주로 날아간다고 생각하면 생각만큼 재미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는데 35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태양계를 벗어나서 가장 가까운 별은 빛의 속도로 날아갔을 때 4년 3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빛의 속도라는 것이 초속 30만km라고 하니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속도로 날아간다면 평생을 달려도 가장 가까운 별에 다다를 수 없겠네요.
그러면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한평생 동안 깜깜한 어둠 속을 항해하다가 아주 가끔 행성이나 소행성을 볼 수 있는 것이 우주여행의 전부라는 얘기가 되는데...
그렇다면 우주여행은 깜깜한 어둠 속을 하염없이 돌아다니는 일이라는 얘기죠.
그동안에는 먹을 것도 아껴야 하고, 온갖 불편함도 감수해야 하고, 외로움도 숙명으로 끌어안아야 하겠지요.


‘창백한 푸른 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 아주 많은 분들이 실제 그런 우주여행을 하고 있을 겁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하염없이 돌아다니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런 여행말이죠.
그러고보면 ‘내 자신이 우주’인지로 모릅니다.
그 속을 평생 동안 여행하면서 살아가는 것인지도...
잠시 눈을 감고 자신의 마음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곳에서 ‘창백한 푸른 별’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3

 

전체 수명의 절반을 살아온 태양은 매초 6억 톤의 수소를 헬륨으로 바꾸면서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으며, 이 과정은 앞으로 50억 년동안 계속될 예정이다. 태양은 처음부터 다소 유리한 조건을 타고났기 때문에 막판에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수소가 모두 고갈되면 태양은 잠깐 동안 수축했다가, 헬륨을 원료 삼아 두 번째이자 마지막 핵융합 반응을 재개하여 산소와 탄소를 생산하고, 이 과정에서 생성된 에너지에 의해 바깥쪽으로 팽창하면서 몸집을 키울 것이다. 처음에는 잘 느껴지지 않겠지만 이때 태양에서 발생한 여분의 열에너지는 서서히 지구를 잠식할 것이며, 태양의 지름이 지금보다 250배 가까이 커지면서 수성과 금성을 집어삼키고 지구를 행해 다가올 것이다.

......

지구에 생명체가 멸종한 후, 태양은 지평선을 가득 채울 정도로 커졌다가 결국은 지구를 완전히 집어삼킬 것이다. 한때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먹여 살렸던 태양은 최후의 순간에 적색거성으로 변한다. 앞으로 60억 년이 지나면 태양은 아름다운 빛을 방출하는 행성상성운으로 존재하면서 서서히 소멸해갈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천문학자들이 지난 100여 년 동안 삶의 마지막 단계에 도달한 별들은 꾸준히 관측해온 덕분이다. 밤하늘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는 행성상성운이 곧 우리의 미래인 셈이다.

......

그후 태양은 빛을 대부분 잃고 원래 크기의 100만분의 1도 안 되는 백색왜성으로 추축된다. 현재의 지구보다도 작은 크기다. 이것이 우리 은하에 속한 거의 모든 별이 앞으로 겪게 될 운명이다.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평생을 노력하다가 한줌 흙으로 사라지는 우리의 운명과 너무도 비슷하지 않은가?

 


‘경이로운 우주’(브라이언 콕스, 앤드루 코헨 지음)라는 책에 나오는 태양의 최후에 대한 내용입니다.
별들 중에 비교적 크고 밝은 편에 속하는 태양의 마지막 순간은 태양계를 숙대밭으로 만들어버리면서 끝난다고 하니 좀 끔찍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끔찍하다고 해도 50억년 뒤의 일이니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도 영원히 빛을 발하지는 않는다는군요.
주변을 초토화시킨 후 급속히 쪼그라들며 최후를 맞이한 별은
주변에 거대한 먼지구름을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그 먼지구름 속에서 화학작용이 일어나면서 먼지들이 뭉치고 커져서
다시 새로운 별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별들도 생로병사를 경험하고 하나의 별이 죽음으로서 새로운 별을 태어나게 한다는 사실이 신비로웠습니다.


이 우주 속에 존재하는 아주 작은 벌레에서부터 거대한 태양까지 모두 태어나서 죽어가는 존재들이었습니다.
심지어 우주 자체도, 지금 청년기를 보내고 있는데,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미래에 종말을 맞이할 운명이라고 하니
이 우주는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존재임에는 분명합니다.

 


(Pink Floyd의 ‘Shine On You Crazy Dia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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