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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87회

 

1


옆에 앉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가 바라는 건 뭐야? 돈의 제약이 없다면 하고 싶은 거?”
엄마는 한참을 생각했다. 너무 뜸을 들여서 내가 하품을 하려고 입을 벌릴 때쯤 그녀가 대답했다.
“언젠가 독립하고 싶어. 이 가정으로부터.”
그 말을 하는 사이 엄마의 코가 빨개지더니 금방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엄마는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아직 몰랐다.

 


이슬아씨가 쓴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라는 책의 한 대목입니다.
그 엄마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이해한다는 표현을 쓰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우리의 엄마들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홀로 살고 있는 저는 벗어나고 싶은 가정이 없습니다.
아, 아니죠.
제 부모님과 동생들이 지금의 저를 많이 도와주고 있기 때문에
홀로 독립해있지만 가족들에게 의지해 있기도 하네요.
내가 필요한 건 가족들에게 의지하면서도
가족들이 필요로 하는 건 회피하며 살아가는 이기적인 삶입니다.
그래서 이슬아씨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거겠죠.


뭐, 굳이 상대의 마음을 완변하게 이해해야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그냥 그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 충분할 때도 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되던 것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되는 것만으로 충분하니까요.

 


2

 

외롭고 머나먼우주여행 고맙스니다 여기는 나홀로36호

 

지난 방송에서 우주에 대한 얘기를 했더니 이렇게 우주에서 댓글이 날아왔습니다.
나홀로36호님이 우주에서 이 방송을 들으셨군요.
이제는 이 방송이 우주로까지 진출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지구에서는 별볼일 없지만 우주에서는 무한대로 퍼져나가는 방송이지 않을까요?
망망한 우주 속에서 이렇게 수신확인을 할 수 있으니 상상 이상의 즐거움입니다.

 


여기는 읽는 라디오 살자
나홀로36호 수신 확인했다.
우주여행 잘 해나가길 바란다.
송신 너무 고맙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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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랑 산책을 하다가 이곳을 지나게 되면
사랑이가 집쪽을 가만히 쳐다보곤 합니다.
저 집쪽에서 다양한 개들이 뛰어나오곤 했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사랑이랑 잠시 뜨거운 기간을 보냈던 행복이가 저 집에 살았었고
그 행복이 주변을 떠나지 않고 제 집처럼 지냈던 우정이가 머물렀기도 했었고
사랑이와 행복이 사이에 태어난 귀여운 강아지들도 뛰어다니곤 했었고
바로 윗집에 살고 있는 또 다른 개도 가끔 나타나곤 했었던 장소입니다.
하지만 그 개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서 지금은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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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돌담 위에 앉아있다가 저를 발견하면 뛰어오곤 했던 우정이가 많이 생각납니다.
가끔 멀리서 들려오던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걸 보면 이 동네를 떠난 것 같습니다.
많은 우여곡절 속에 정이 많이 들었던 개여서 돌담을 보면 제 마음이 휑해집니다.
이제는 떠난 인연이기에 마음을 비우자고 생각을 하지만 돌담을 볼 때마다 생각이 납니다.
3년 동안 쌓인 정이 그리 쉽게 사라질 수는 없겠죠.
그동안 나름 마음을 다해서 대해왔기에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없습니다.
어딘에 있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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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선의 ‘그리고 별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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