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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117회


1


그리 춥지 않은 겨울이라서 몸도 마음도 한결 부드러운 요즘입니다.
사랑이와 산책을 할때면 여유로운 발걸음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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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은 온통 녹색의 향연입니다.
브로콜리밭은 진한 녹색을 뿜어내고 쪽파밭은 초록색을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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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나물밭은 녹색이 뱀처럼 탈피를 합니다.
취나물을 수확하면 진한 녹색이 연두색으로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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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이 주변을 장악해있지만 레몬은 기죽지 않고 노랗게 얼굴을 드러냅니다.
진향 향기만치 노란기운이 주변으로 펴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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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이 노랑을 자랑하고 있으면 탱자가 점잖게 한마디 합니다.
“얘야, 노랑은 그렇게 가볍지 않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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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의 얘기를 들은 감귤이 씩웃어보이며 톡 쏘아붙이지요.
“어르신, 노랑은 달콤해야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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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익어가기 시작하는 카라향은 아무말 없이 그들의 얘기를 듣고만 있습니다.
레몬과 탱자와 감귤이 모두 수확되어 노란기운이 가물가물해질 때 혼자 남아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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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나무들이 서로 노란기운을 겨루는 소리를 듣고 있던 민들레가 아주 작은 소리로 속삭입니다.
“나도 노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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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따뜻한 날씨 때문에 겨울에 얼굴을 내민건 민들레만이 아닙니다.
“봄인줄 알고 나왔는데 아직 빠른가요? 세상에 노란색만 있는건 아니예요. 나는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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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와 과일과 꽃들이 서로의 색을 자랑하는 한편에는 억새가 연한 금색을 뿌리고 있습니다.
아직 겨울이라는 걸 잊지 말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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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집 감나무에는 아직도 감이 그대로 달려서 노랑과는 다른 주황색을 자랑합니다.
가을이 좀더 짙어지면 이렇게 된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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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모든 얘기를 다 듣고나서 동백꽃이 껄껄껄 웃습니다.
겨울에는 짙은빨강만한 색이 있느냐는듯한 자신감이지요.


하하하 참으로 컬러풀한 겨울이지요?

 

2


서울에서 치료중이던 아버지가 잠시 내려오셨습니다.
아직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서 침대에 누워 계시지만 정서적인 상태는 많이 좋아져서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해졌습니다.
3차 항암치료를 진행해야하는데 너무 야위어서 보름 정도 치료를 미뤄두고 재활치료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확연한 병자의 모습을 지켜보는 게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멀리서 간접적으로 소식만 듣다가 직접 곁에서 볼수 있는건 마음이 편합니다.
아버지 집을 왔다갔다하면서 간병을 하다보니 생활리듬이 깨지기는 했지만
바쁜 동생들이 서로 마음을 함께하고 있어서 깨어진 리듬이 이어지고는 있습니다.
나름대로 노력해보지만 마음이 앞서는 아버지 모습에 가끔 짜증을 내기도하지만
묵묵히 곁을 지키는 어머니를 보면서 반성을 하기도 합니다.


이틀에 한번씩 집을 비우느라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사랑이는 제가 없을 때는 밥도 많이 먹지 않습니다.
그런 사랑이에게 미안해서 더 잘해주려고 마음을 먹어보지만 마음으로만 그치기도 하지요.


상황이 점점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좋아지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리 춥지 않은 겨울의 한복판을 조심조심 건너고 있습니다.

 


(Cesaria Evora의 ‘Mar de Ca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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