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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118회


1


읽는 라디오 살자 백열여덟번째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소한을 거쳐 대한으로 달려가는 요즘은 겨울이 한창입니다.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겨울은 겨울입니다.
지난주에는 일주일 내내 비가 오거나 흐린날이어서 몸보다 마음이 더 움츠러들었습니다.
이번주도 그런 날씨가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고하니 기운을 내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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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방송에서 컬러풀한 겨울풍경을 소개해드렸는데요
거기에 자기가 빠졌다며 매화가 부랴부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겨울은 머니머니해도 흰색이죠”라며 뾰얀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조금 급하게 나오느라 그랬는지 얼굴이 좀 굳어있고 친구들도 많지 않네요.
다음주가 되면 나무 한가득 매화가 활짝 피겠지요.


다른 꽃들은 날씨가 조금 따뜻하면 일찍 피기도하고 그러는데
매화는 조금 다릅니다.
겨울 추위가 매섭게 몰아치고 폭설이 내리던 때에도 이맘때면 어김없이 꽃을 피우고
유난히 따뜻해서 다른 꽃들이 미리 고개를 내밀어도 때가 되어야만 꽃을 피웁니다.
거참~


겨울을 견뎌내는 매화를 볼때마다 힘이 나곤했었는데
꽃을 피는 시기까지 자기중심을 잡는 걸 보니 존경스럽기까지하네요.
매실액으로 따뜻한 차를 타서 마시며 겨울의 한복판을 바라봅니다.
춥다고 게으름 피우는 요즘인데 몸을 좀 움직여야겠네요.

 

2


책을 보다가 이런 내용의 글을 읽었습니다.
미국에 사는 어떤 분이 기르던 개가 열두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분은 사랑스럽던 그 개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렸고 많은 분들이 애도의 댓글을 달아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날 시리아내전으로 죽어가는 무수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내전을 끝내기위한 국제적 노력을 호소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글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까칠한 무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생을 다한 미국 개 한 마리에 대해서는 진심어린 공감을 보이면서도 굶주림과 폭격으로 고통받는 수만명의 시리아 아이들에 대해서는 싸늘한 거리감만 확인시켰다는 겁니다.


이 얘기를 듣고 머리 속에 많은 생각들이 오고가더군요.
우리는 사람이 개만도 못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걸까요?
개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지만 사람은 사람에게 무수한 상처를 주기 때문일까요?
자기와 관계된 일에는 반응을 하면서 자기와 거리가 먼 일에는 무덤덤하기 때문일까요?
작고 가까운 것에서 발견한 가치를 무리하게 멀고 추상적인 가치로 끌어가려했던 것일까요?
인간의 부도덕함을 얘기하기 위해 억지스러운 비교를 한것일까요?


머리 속에 떠다니는 생각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사랑이에게 눈길을 돌렸습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개 한 마리가 죽는다면 저는 무지 무지 무지 무지 슬플겁니다.
지금 이 순간 곳곳에서는 무지 무지 무지 무지 무지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지만 저는 슬프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죽어가는 사람 중의 한 명이 내가 아는 사람이라면 달라지겠죠.
그때도 역시 저는 무지 무지 무지 무지 슬프겠지만 세상 사람들은 슬프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정말 사랑이만큼 슬플까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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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수확한 레몬으로 레몬차를 만들었습니다.
한 광주리 가득한 레몬을 깨끗이 씻고 열심히 썰었지요.
어머니랑 같이 둘이서 썰었는데도 두 시간이 걸리더군요.
그동안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는 걸 먹기만 했는데
이렇게 손이 많이 갈줄 몰랐습니다.
앞으로는 어머니에게 맡겨두지말고 제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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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게 썰어놓은 레몬이 한가득입니다.
설탕에 절여놓으니 새콤하고 달콤함이 눈을 자극하더군요.
저녁에 아버지 간호를 위한 찾은 동생이 하는 말
“집안에 레몬향이 확 퍼지니까 기분 좋네.”
동생에게 가져가라고 했더니 고맙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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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아침 집을 나서는데
하늘에 무지개가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오래간만에 보는 무지개가 너무 반갑더군요.
그리 춥지 않은 겨울 아침에 마주친 무지개가 마음을 상쾌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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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초등학교에는 방학에도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쌀쌀한 날씨에도 상관없이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기운차보였습니다.
학교 스피커에서는 The Carpenters의 ‘Top Of The World’라 들려오더군요.
너무 올드한 노래라서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는 좋더군요.
오래간만에 듣는 노래에 가볍게 콧소리로 흥얼거리며 버스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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