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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12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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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라디오 살자 백스물다섯번째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성민입니다.


요즘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불안불안하죠?
비교적 청정한 제주도의 시골마을에서도 외곽에 떨어진 곳에 혼자 살고 있는 저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집니다.


며칠 전에 코가 간질간질하더니 가벼운 재채기와 함께 콧물이 살짝 나오더라고요.
환절기에 체온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코감기가 찾아왔던 거였습니다.
아주 가벼운 증상이어서 평소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일인데
뉴스에서 호흡기질환에 대해 난리를 치는 바람에 걱정이 되더군요.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아버지가 폐암투병 중이기 때문에 가벼운 감기도 위험할 수 있거든요.


질병관리본부 지침이 호흡기증상이 있을 경우 3~4일은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경과를 지켜보라고 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어차피 찾아오는 사람없이 혼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저 바이러스와의 전투를 잘 벌이기 위해서 노력을 했습니다.
보일러 온도도 평소보다 조금 올려서 난방에 신경을 썼고
몸이 조금 무겁더라도 땀이 나는 운동을 매일 하고
비타민C를 보충하기 위해 떨어진 감귤도 주워서 몇 개 먹었습니다.


나름 노력하는데도 증상은 조금더 나빠졌습니다.
이틀째 되는 날에는 가벼운 발열과 함께 잠을 잘때 땀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괜히 불안한 마음이 커져서 밤에 잠도 설쳤지요.
그럴수록 더 열심히 운동하고 몸관리를 하면서 불안을 쫓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노력한 보람이 있어서
사흘째되는 날부터 증상이 나아지는 걸 느끼기 시작했고
나흘째는 증상이 거의 사라져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수 있었습니다.


감기가 물러난 걸 확인하고는 오래간만에 볼일을 보러 외부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밖으로 나왔더니 사람들이 온통 긴장해있는 걸 느낄수 있었습니다.
직장인들이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하는 건 기본이고
왠만해서는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시골노인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다니더군요.


볼일을 보고나서 오래간만에 목욕탕을 찾았습니다.
목욕탕에도 역시나 사람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넓은 탕속에 혼자 들어가서 여유롭게 목욕을 즐기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지요.


며칠 동안 조마조마했던 감기가 나아서 개운하고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편안했습니다.
세상에서 한발 물러나있는 저는
평소처럼 혼자서 조용히 지내기만하면
먼나라 소식을 접하듯이 전염병소식을 듣기만하면 되는데...
일손이 부족한 대구로 달려가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기부는 생각도 못하지만
이 아비규환의 세상 속에서
평론가처럼 세상의 추함을 비판하며
혼자만의 편안함을 추구하고 있으니...
이런 삶이 행복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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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밭에 매실나무가 두그루 있습니다.
하나는 청매실나무이고 또 하나는 홍매실나무입니다.
청매실나무는 한참 추울 때 꽃을 피워서 지금은 꽃이 모두 졌습니다.
그런데 홍매실나무는 이제야 꽃을 화사하게 피웠습니다.
겨울을 상징하는 매화가 이렇게 만개했으니 이제 겨울은 끝을 맺는가봅니다.


붉은 기운이 살짝 감도는 매화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주 화사해집니다.
겨울 추위 속에 화사함을 자랑하는 꽃이라 사군자중의 첫째로 친다고 했는데...
그 도도함과 온화함이 세상의 어지러움 속에 빛을 발하기를 바래봅니다.
이래저래 심란하고 답답한 요즘인데 화사한 매화사진으로나마 마음을 달래보시지요.

 



(Jason Mraz의 ‘I'm Y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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