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살자 124회


1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주는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변하고 있는 걸 드라마틱하게 확인해준 한주였습니다.
월요일에 기온이 뚝 떨어지고 강풍이 불더니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겨울내내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 ‘이번 겨울에는 눈이랑 인연이 없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뒤늦게 모습을 드러내는게 아니겠습니다.


겨울 동안 고대하던 이들에게 살짝 맛뵈기로 보여주려 그랬는지
너무 늦게 찾아와서 힘이 빠져 그런건지
봄이 오는 길목이어서 미안해서 그런건지
눈은 발자국을 남길 여유도 없이 잠시 모습을 보이고 사라져버렸죠.


아, 뭐, 그래도 눈을 볼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올 겨울이 이렇게 끝나고 있음을 확인하는 징표처럼
지난 겨울동안 마음 속에 눌러붙은 먼지들을 하얀 눈으로 씻어낼 수 있었으니까요.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눈이 내리고나서 바로 날씨가 풀렸습니다.
그리고 하늘도 아주 맑아졌지요.
밤에 하늘을 올려다봤더니 별들이 초롱초롱 빛나더군요.
그래서 사진을 한 장 찍었는데...
그 많은 별들이 어디로 간걸까요? 헤헤헤
이 사진 속에서 초롱초롱 빛나는 별들을 볼수 있는 분은 마음이 아주 맑고 밝은 분입니다. 크흐흐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별을 보고 마음이 환해져서 방으로 들어왔더니
사랑이가 저를 그윽하게 쳐다보더군요.
그 눈이 너무 맑고 사랑스러워서 또 사진 한 장을 찍었습니다.
사랑이 눈 속에서 밤하늘의 초롱초롱 빛나는 별들이 보이시나요?
여기서 또 별들이 보이시는 분은 부처님의 심성을 가진 분일 겁니다.
아, 사랑이 눈동자 속 하얀 불빛은 형광등빛이니 별빛과 헷갈리지 마세요.
그 불빛을 보신 분은 그저 눈이 좋은 분이겠죠. 하하하

 

3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닐하우스 안은 완연한 봄입니다.
그래서 빌린 일들을 좀 했습니다.
겨울동안 무성하게 자란 풀들을 깔끔히 정리하고
감귤나무에는 칼슘제를 흠뻑 뿌려줬습니다.


주렁주렁 달려서 노랗게 익은 감귤들이 아주 싱그럽습니다.
하나를 따서 먹었더니 아직 신맛이 강하기는 하지만 당도는 아주 그만이었습니다.
지난 한해 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제 4월말에 수확할 때까지는 크게 할 일이 없습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즐겁고 행복해야하는데
제 마음 속에서는
‘수확할 때 일손은 어떻게 구하지?’
‘수확할 때 쯤이면 아버지가 조금 움직일 수 있을까?’
‘판매는 어느 곳을 통해서 어떻게 해야할까?’
‘올해 병충해 방제는 어떻게 해야할까?’
‘내년에는 수확량이 올해보다 줄어들텐데...’
‘5월부터 해야하는 전정은 어떤 식으로 해야하는지...’
이런 생각들이 쉼없이 올라오더군요.
그래서 제게 한마디 해줬습니다.
“야! 왜 그걸 지금 걱정하는데. 지금은 그냥 즐겁고 행복한 기분을 만끽하면 돼! 행복할 때는 행복하자고. 알았어?”

 


4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주를 마무리하는 일요일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미세먼지 역시 싹 자취를 감췄고
옆에 있는 공사장마저 작업을 쉬는 날
삼재가 없는 최고의 날이었습니다.
거기에 바람마저 불지 않으니 최고 중의 최고였죠.


그래서 겨울동안 방안에 갇혀있던
이불과 요를 내걸고
덩달아 사랑이 자리깔개도 내걸고
겸사겸사 도마와 수세미도 내걸었습니다.


이 모습을 사진에 담으면서
겨우네 숨어있던 각종 세균들을 싹 청소하는 것처럼
전염병 바이러스도 말끔하게 청소해줬으면 하고 빌어봤습니다.

 

5


우리의 두려움, 약함에 대해서 한동안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생각의 결과는 <혼자>라는 것이었습니다. 혼자라는 의식은 모든 공포의 원인이다 싶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돌아다보면 혼자일 때.. 참 사는 게 부질없다 싶고, 그래서 마음과 몸이 무너져 버리고... 그래도 또 혼자라는 의식이 세상을 여유롭게 끌어안는 자유를 느끼게 하는 것 같고.. 누군가는 그러더군요, 이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여 더 큰 자유를 느끼는 자가 부처라고요..^^ 아.. 말이 길어졌습니다. 미안합니다.

 


곰탱이님이 지난 방송을 보시고 한마디 해주셨네요.
지난 겨울 동안에는 혼자라는 게 좀 꿀꿀하게 다가오기도 했는데
요즘처럼 전염병이 기승을 부릴 때는 혼자있는 게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이렇게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가다보면 부처가 되는 건가요? 하하하


곰탱이님의 글을 읽고나니 머리 속에 바로 떠오르는 노래 한곡이 있었습니다.
‘읽는 라디오 살자’를 시작할 때 처음으로 들려드리고나서 자연스럽게 이 방송의 주제곡처럼 된 노래입니다.
오래간만에 범능스님의 맑고 고운 목소리를 들으면서 오늘 방송 마치겠습니다.
오늘 마지막 곡은 범능스님의 ‘무소의 뿔처럼’입니다.
같이 얘기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