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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고용합의서 이후 2년, 현장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

완전고용합의서 이후 2년, 현장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

지난 2000년 6월 12일 2000년 단체교섭이 최종 조인되면서 현대자동차에는 비정규직 도입이 노동조합과 합의 하에 제도화되었다. 당시 8대 집행부는 현장에서의 여러 비판에 대해 "완전고용합의서는 불안정한 자동차산업의 상황에 대응하여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쟁취한 것이며, 하청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노사협의회 등을 통해 처우개선 등의 활동을 벌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2000년 완전고용합의서가 체결되고 비정규직 도입이 제도화된 이후 2년이 지난 지금 현장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으며, 그 폐해가 여러모로 비정규직 노동자만이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전국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중요한 현안으로 떠올랐고, 비정규직 철폐투쟁이 핵심투쟁사안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현대자동차에서의 비정규직 투쟁의 방향을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할 상황에 있다.

비정규직 비율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2000년 당시 8대 집행부는 완전고용합의서를 합의하면서 "노동조합이 합의하는 하청투입이란 최소한 노동조합이 유지되지 않거나 단결력에 너무 큰 훼손이 있어 노조자체의 성격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이면 절대 안된다. 따라서 하청투입의 비율은 98년 이전의 전체 생산직 중 16.9%의 비율을 넘어서지 못하도록 하였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장담은 2년이 지난 지금 현실적으로 무너져 버렸다. 16.9%의 기준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지부나 사업부, 또는 부서별로 하청비율의 차이가 천차만별로 나타나고 있으며, 심각한 경우는 이미 비정규직 비율이 50%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사측의 공식적인 자료에서는 아직도 비정규직 비율이 16.9%를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미 현실은 그 수치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여러 가지 기준과 제도적 장치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청투입을 제도화시켜준 결과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급속한 증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최소한 노동조합이 유지되지 않거나 단결력에 너무 큰 훼손이 있어 노조 자체의 성격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이런 흐름이 앞으로 2~3년만 더 이어진다면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현장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여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지금의 상태라면 2~3년 안에 비정규직 비율이 40~50%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청투입은 외주하청화 및 모듈화와 막바로 연동되어 있다

실제로 80년대말 이후 완성차업체의 생산공정은 지속적으로 외주하청화 되었다. 외주전환 정책은 점차 가속화되었으며, 모든 간접부서와 공정은 외주로 조달하고 의장공정만 완성차업체가 담당하겠다는 완성차업체들의 공언을 넘어, 이제는 의장부문에서도 외주화가 광범하게 이루어지는 단계에 다다랐다. 하청비율 합의는 사측의 외주화 전략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가하지 않았다. (외주화의 뒷문을 열어둔 채) 생산라인(특히 의장공장)에도 공식적으로 하청인원을 투입, 배치할 수 있도록 (앞문까지 열어준) 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하청 '투입' 비율 합의는 공장 내 비정규직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 정규직의 고용불안을 해소하는 장치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모둘화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방향' 연구보고서 중에서]
2000년 완전고용합의서가 체결되기 이전까지 지속되었던 외주하청화는 2000년 이후 그 자리에 급속히 비정규직들이 들어오면서 매우 심각한 현실로 나타났으며, 3공장의 경우는 모듈화 도입과 함께 신규인원 충원 없는 전환배치와 하청투입으로 일관(설사 신규인원 충원을 합의하고도 약속 기한이 되어서는 약속을 파기하기가 일수였다)하면서 더욱 하청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1공장의 경우도 합리화공사와 연관하여 m/h협상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더 나아가 사측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함께 일하게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비정규직 노동자가 실제로 더 많은 공정을 담당하도록 유도하고, 그 공정을 점차 외주화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의 양상은 이렇게 하청비율을 높여서 실제로 작업공정을 하청이 좀더 하도록 유도하면서 은근히 외주하청화를 치고 들어오려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실제로 정규직의 고용불안으로 이어진 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노동강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0년 이후 uph는 끝임 없이 증가하여 2년이 지난 지금 시간당 생산대수가 30% 이상씩 증가한 상황이다. 그동안 사측의 진행방식을 보면 일방적으로 uph 상승을 밀어붙여 보고, 현장의 문제제기가 있으면 m/h협상을 통해 전환배치와 하청투입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실질 노동강도가 증가되고 있음에도 현장 조합원들은 노동강도 강화를 몸으로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uph 상승과 하청투입이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어느 정도의 인원은 확보되고 있고, 실제로 정규직 노동자의 체감 노동강도 강화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로 이전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결국 현장 조합원들은 역설적으로 노동강도 강화를 적당히 수용하면서 하청투입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렇게 실질 노동강도 강화되는 가운데 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강도 강화를 채감하지 못하고 하청투입을 선호하는 상황은 현대자동차의 일시적 호황과 비정규직의 제도화라는 요소가 결합하여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일시적 호황이 주춤하거나, 비정규직의 비율이 더욱 높아졌을 경우 바로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직접적 노동강도 강화와 고용불안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앞으로 1~2년 정도 더 진행될 경우 m/h협상에 대한 주도권을 점차 사측에 빼앗기게 된다는 것이다. 사측은 하청비율조절을 통해 uph를 마음대로 올렸다 내렸다 할 것이며, 그런 과정에서 대의원이나 노동조합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사측이 주도하는 협상에 끌려다니는 꼴이 될 것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이런 현상은 조합원 정서와 현실논리를 근거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과로사와 잦은 안전사고가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체감 노동강도가 강화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과로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잦은 장비고장 등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직접적으로는 빈번한 잔업과 특근에 기인한다. 이는 차가 일시적으로 잘 팔리고 조합원들의 경제적 이해요구가 자발적으로 있기 때문이라는 현실적 근거 속에 묵인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하청투입의 제도화와 연동되어 나타나는 것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노동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일이다. 즉, 하청투입으로 정규직 조합원들의 체감 노동강도가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고, m/h협상과 잔업·특근에 대한 대의원 및 노동조합의 개입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사측은 주도권을 잡고 잔업·특근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노동자의 생명에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는 현실에 대해서도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 1~2년만 더 지속될 경우 조선산업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빈번한 산업재해 상황에서도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채 노동자들은 생명의 위협 속에 완전히 노출되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나타날 것이다.

완전고용합의서 파기투쟁을 전면화하자

완전고용합의서 체결 2년이 지난 현재 현장에 이렇게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그 심각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이는 노동조합이나 활동가들이 현대자동차의 일시적 호황과 하청투입에 대한 조합원들의 현실적 선호를 이유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함으로서 나타나는 문제이다. 정규직 중심의 사고와 경제적 이해관계에 노동조합과 활동가들 스스로 매몰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가랑비에 속옷 젖는 수준을 넘어서 다가오는 장대비를 대비할 어떠한 준비도 생각도 없는 상황이다. 적당한 임시방편으로 1~2년을 땜빵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젖어버린 옷을 새로 갈아입고, 다가오는 장대비를 의식적으로 대비하지 못한다면 회복하기 어려운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지난 90년대 초반 전투적이었던 조선업종의 노동조합들이 신경영전략이라는 사측의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현장이 무너졌던 뼈아픈 경험을 다시금 되새겨야 할 때이다. 비정규직의 제도화와 그에 따른 현장에서의 고착화(즉, 노동 유연화의 안착)는 조선업종에서의 신경영전략 이상의 파괴력으로 곧 나타날 것이다.
지금부터 위기의식을 갖고 이 문제에 전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하청투입이 제도화된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의 사내하청 노동조합 투쟁이 투쟁의 처절함에 비해 큰 성과를 내지 못한 반면, 하청투입을 철저히 막아온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에서 계약직의 정규직화를 쟁취하는 성과의 차이는 결정적으로 비정규직이 제도화되어 있는가의 차이에서 출발한다.
완전고용합의서의 현실적 수정이나 제도적 보완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제도화하는 완전고용합의서 파기'라는 투쟁의 요구를 명확히 하자. 그리고 현실적으로 완전고용합의서가 현장에 어떠한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가를 폭로하고 적극적으로 조합원과 활동가들의 의식을 바꿔나가야 한다. 그리고 m/h협상에서 신규인원 충원을 더욱 분명히 하면서 전환배치나 하청투입으로 처리하려는 사측의 관행에 쇄기를 박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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