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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14회

 

 

 

1

 

 

반갑습니다, 들풀입니다.

읽는 라디오 시작하겠습니다.

성민씨가 사진과 함께 사연을 보내오셨는데요

성민씨의 사연으로 오늘 방송 시작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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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있는 마을 안길의 한 곳입니다.

사진 속에는 집이 한 채 밖에 보이지 않지만 주변에 집들이 많고 건너편에는 리사무소와 마을회관이 있기도 합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곳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이유는 과거 엄청난 비극을 안고 있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나무들 뒤로 조그만 밭이 있는데 4.3항쟁 당시 그곳에서 마을사람들이 집단학살을 당했다고 합니다.

어느 집에서 제사를 지내고 있는데 늦은 밤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수상하게 생각한 군인들이 들이닥쳐서 사람들을 끌어냈다고 합니다.

제사를 지내던 집뿐 아니라 주변 집들에서 잠을 자던 사람들까지 30명 가까이 끌려 나왔다고 합니다.

주변 집들은 모두 불태워버리고 남자들은 밭에 모아놓고 무차별적으로 총질을 한 후 대검으로 확인사살까지 합니다.

어린아이와 여자들은 무릎을 꿇고 앉아 그 모습을 지켜봐야 했고요.

 

 

이 사실을 저는 얼마 전에야 알게 됐습니다.

귀농하고 이곳에서 6년째 지내면서 그럭저럭 조용하고 편안한 동네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가 이 마을 출신도 아니고 오랫동안 타지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이런 역사를 모를 수도 있기는 하지만

제가 살고 있는 이곳과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너무 없었다는 걸 반성하게 됐습니다.

 

 

해마다 4월이 되면 각종 행사들이 여기저기서 열리고 언론에서 연례적으로 조명하는 것들에 대해 “4.3의 의미를 박제화한다”며 비판적으로 바라봤을 뿐

정작 제가 살고 있는 이곳의 아픈 기억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던 겁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계속 살아가야하는 처지에서 이 마을과 사람들에 대해서 조금씩 관심과 애정을 가져보도록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2

 

 

외로움을 벗어나기 위해 꼭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건 아니더라.

혼자인 내 생활의 만족감이 높아지면 외롭지 않더라.

오히려 불만족스러운 함께가 더 외롭더라.

 

 

 

 

하상욱씨가 쓴 ‘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라는 책에서 한 구절을 옮겨와 봤습니다.

음... 여러분은 이 글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이 글을 읽고 처음에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외롭다는 건 나의 주관적인 감정이고, 그걸 채우려고 밖으로 향하다보면 더 외로워지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냥 고개를 끄덕이기에는 왠지 찜찜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몇 번을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그랬더니 마지막 문장에서 찜찜함이 낚시줄처럼 걸리더군요.

 

 

“오히려 불만족스러운 함께가 더 외롭더라”

반박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 문장에 동의하는 경험을 많이 했지만

이 문장으로 글이 마무리되는 순간 찜찜함이 목에 확 걸려버리는 겁니다.

 

 

그래서 이 글을 다시 몇 번 더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그리고는 문장의 배열을 바꾸고 문장을 살짝 고쳐봤습니다.

 

 

 

 

불만족스러운 함께는 오히려 외롭더라.

외로움을 벗어나기 위해 꼭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건 아니더라.

혼자인 내 생활의 만족감이 높아지면 외롭지 않더라.

 

 

 

 

이렇게 바꿔봤더니 목에 걸린 찜찜함이 조금 내려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상쾌한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더군요.

 

 

그래서 이 글을 다시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그리고는 한 문장을 덧붙여봤습니다.

 

 

 

 

불만족스러운 함께는 오히려 외롭더라.

외로움을 벗어나기 위해 꼭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건 아니더라.

혼자인 내 생활의 만족감이 높아지면 외롭지 않더라.

만족스러운 내가 외로운 이를 만나면 편안해지더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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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들은 페이스북 페이지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제주예술인공동행동’에서 가져왔습니다.

미얀마 현지 작가들이 지금의 미얀마투쟁을 지지하고 엄호하기 위해 그린 그림들입니다.

 

 

앞에서 성민씨가 4.3의 상처에 대해서 얘기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2회 방송에서는 이름 없이 산화해간 5.18의 원혼에 대한 얘기도 했었습니다.

지금 미얀마는 그 역사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오래전 역사가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반복되고 있을 때

지금의 내가 있는 여기는 어떤 곳일까요?

 

 

우주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휘어지기도 하고 만들어지기도 한다는데

지금 미얀마에서도 시간과 공간이 휘어지고 만들어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나도 그 시간과 공간에 함께 하고 있는 거겠죠.

 

 

김호철, 김한, 황현이 함께 부른 ‘나의 꿈이 네게 닿지 못하고’ 들으면서 오늘 방송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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