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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마

장 마


"시장이 있어. 넌 시장에 많은 풍경속에서
비오는 날 축축하게 고등어를 팔고 있는 아줌마를 생각하지?"


원직복직, 천막농성 160일째.

장생포 겨울바람 지난 것이 엊그제 같은데
공장 주변에도 꽃은 폈고,
그렇게 계절은 장마를 몰고 우리 앞에 턱 와 있었습니다.

"라마손 태풍 입상 "
매일 호들갑 떠는 매스컴은 장마소식을 톱으로 장식하였고,
우린 태풍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며 미리 무너뜨린 천막을 보며
혹, 이것이 지금 우리들 마음을 닮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 해 보았습니다.

장마는 또한 공장밖에 여러 소식을 몰고 왔습니다.
먼 미국땅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언니와
결혼자금 사기당한 현정이,
이혼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환주 ....
그러나 그렇게 세상사에 희비가 나와는 무관하듯
나는 어찌할바 몰라서 하염없이 빗줄기만 멍하니 보곤 하였습니다.

벌금 200만원 땜에 경찰이 들이 닥쳤다는 중호씨는
지금 절간에 몸을 피하고 있다지요.

비가 잠시 그치고
어디서 구한 콘테이너 박스를 새단장을 하고
다시 걸어 놓은 "원직복직쟁취" 현수막
땀 뻘뻘 흘리며 무너뜨린 천막도 다시 세우고,
우리는 무엇이 그리 기쁜지 서로를 격려하며 흐뭇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남루해진 천막과, 어느새 늘어가는 세간 살이들은
세월을 말하는데
이렇게 인고의 세월 지나면 반드시 좋은 날 오겠지요.

시련과 아픔. 폭력과 상처
이젠 무덤덤해진 우리 자신을 보며 안타까운데
언젠가 인고의 세월 지나면 반드시 좋은 날 오겠지요.

새단장한 농성장에 햇볕이 들고,

어렵고 머리 아플때쯤에는 아마
좋은 공기 마시며 절간에 있는것도  괜찮을 거라고
애써 중호씨를 위로해 부릅니다.


"시장이 있어. 난 시장의 많은 풍경속에
맑은 날씨에 한쪽에서는 고스돕을 치며 수다를 떠는  
행상을 하는 할매들을 생각해"

그렇게 축축한 장마는 가고 있었습니다.


2002년 7월

<에피소드 1)- 태풍 첫날 짜증나는 서울 오후 2시.
난 중노위에 출석할려고 어렵게 경비를 만들어 새벽부터 서둘렀는데
사장놈은 태풍땜에 비행기가 못떠서 출석을 못해 연기되었음>
(에피소드 2) 나의 벗 환주는 지난 장마때 지하실에 물이 넘쳐 흘를 때
그의 남자가 물구덩이 속에 환주를 내버려 두고 자기짐만 싸고 떠나 버렸음.
(에피소드 3)  나의 벗 현정이 엄마는 몇 년전 남편을 잃고 여관청소 하면서 번 돈까지 사기당했음.
(에피소드 4) 중호씨는 해고되고, 생계도 막막한데 벌금까지, 우린 벌금문제처리를 이야기 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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