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44회 – 편안한 연말연시를 바라며

 

 

 

1

 

읽는 라디오 불을 피웠습니다.

어서 오세요, 들풀입니다.

 

한 해가 저물고 또 한 해가 시작되는 한 주였습니다.

그런 만큼 이래저래 마음이 쓰였지만 그저 추운 날씨로만 기억되는 한 주였네요.

특별한 해넘이와 해맞이를 하지는 못했지만 연말연시의 온기를 전할 방법을 찾다가

오늘은 조촐한 음악회로 준비해봤습니다.

마음이 차가운 분들에게 작고 따뜻한 불씨 하나 전해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성탄절에 많은 눈이 내려서 sns에 눈 사진들이 많이 올라와 있었는데

성민씨도 사랑이와 산책하다 사진 한 장을 보내주셨습니다.

밭에 눈이 소복이 쌓여있는 것이 하얀 캠버스 같아 보입니다.

저곳에 그림을 그리면 아름다운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요?

제 마음 속으로 사랑스러운 그림을 하나 그려봤는데

여러분도 나름의 작품 한 점씩 만들어보시죠.

 

저 사진과 여러분의 작품만큼 맑고 아름다운 노래 들려드리겠습니다.

권인하, 강인원, 김현식의 목소리로 ‘비오는 날의 수채화’ 듣겠습니다.

 

 

 

 

 

2

 

뉴트로의 영향인지를 모르겠지만 예전 가수들이 방송에 나와서 노래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됩니다.

몇 십 년이 지났는데도 방송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이들은 당대의 톱스타들이었고 지금도 자기관리를 잘 하면서 목소리를 유지하고 있는 분들이죠.

나이는 들었지만 열정을 유지하고 있는 그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귀를 쫑끗 해보는데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래간만의 무대여서 잘해야겠다는 중압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멋을 부린다거나 노래에 힘이 들어간다거나 해서 안쓰러움만 느끼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1970년대 톱스타 중에 톱스타였던 윤향기가 방송에 나왔을 때 역시 그런 반가움과 우려가 함께 있었습니다.

잔득 멋을 부린 차림으로 중후한 매력을 뽐내며 등장한 그는 화려했던 추억을 소환해서 향수를 자극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최고 히트곡을 후배가수와 함께 부르더군요.

 

눈을 지그시 감고 단출한 반주에 맞춰 힘을 쫙 뺀 목소리로 부르는데

노래 그 자체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와서 쌍심지를 껴고 지켜보던 제 마음을 무장해제 시켜버렸습니다.

예전의 엄청난 히트곡을 대가수가 부르는 것이 아니라 나이 든 가수가 편한 이들 앞에서 애창곡을 들려주는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그 편안함이 너무 포근해서 첫 소절에서 그냥 빠져들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듣는 이를 빠져들게 만들고 나서

한참 나이도 어리고 노래스타일도 다른 후배가수가 이어 부르는 순간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졌는데

뒤에서 살며시 받쳐주며 그 이질감을 살살 지워내더니

후배의 호흡에 맞춰 듀엣곡처럼 경쾌하게 스텝을 밟아나가다가

마지막 엔딩에서 아주 살짝 리드하며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스며들어서 젖어드는 노련미와 내공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한마디로 감탄스러웠습니다.

한곡의 노래를 들으면서 이런 멋과 힘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정말 드문 경험이었습니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갔으면 하는 바램이 쏟아 오르더군요.

그 멋들어진 노래를 소개합니다.

윤향기와 신유가 함께 부릅니다.

‘장밋빛 스카프’

 

 

 

 

 

3

 

 

아버지가 돌아가시지 열흘 만에 꿈속으로 찾아오셨습니다.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는 꿈속에 찾아오시는 일이 별로 없었고

어쩌다 가끔 꿈속에 나타나시면 저랑 싸우기만 했었는데

이번에는 편안한 얼굴로 찾아오셔서는

감귤나무들을 쭉 둘러보시고는

수고하라고 한마디만 남기고 가셨습니다.

막내 동생은 꿈속에서 아버지가 쓸쓸한 표정을 하며 자식들을 바라봤다고 했는데

제 꿈속에서는 편안한 모습이셔서 다행입니다.

꿈에서 깨어 일어나 앉아 옆을 봤더니

사랑이가 편안한 모습으로 자고 있었습니다.

이 연말이 모두에게 편안한 마무리이길 바래봅니다.

 

 

성민씨의 연말 인사였습니다.

저도, 성민씨도, 성민씨 아버님도, 사랑이도, 여러분도

편안한 연말연시이길 바래봅니다.

한영애의 ‘안부’ 전해드릴게요.

 

 

 

 

 

4

 

사용자 삽입 이미지

 

흐린 하늘

앙상한 나뭇가지

차가운 바람

허한 마음

 

연말연시라고 주변에서는 요란하지만

정작 우리들의 요즘은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요?

 

이 방송을 진행하다보면

가끔 잊게 됩니다.

우리들의 현실이 이렇다는 것을

그리고 이 방송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곳이라는 것도...

 

나윤선의 ‘그리고 별이 된다’ 들으면서

오늘 문을 닫겠습니다.

이 추운 날 여러분의 온기를 더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