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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49회 – “너는 지킬 것이 많아? 버릴 것이 많아?”

 

 

 

1

 

변하지 않고는 발전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자기 생각도 바꾸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

- 조지 버나드 쇼

 

가장 급진적인 혁명은

혁명이 끝난 다음날

보수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 한나 아랜트

 

누구나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지만, 자기 자신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는다.

- 레프 톨스토이

 

 

안녕하세요, 들풀입니다.

오늘 방송은 변화에 대한 문구들로 시작해봤습니다.

요즘 대통령선거로 인해 무수한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한국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얘기는 별로 없습니다.

그저 자신이 대통령감이라고 자랑하는 목소리들만 요란합니다.

진보를 자처하든 보수를 자처하든 모두가 변화를 원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지켜야할 기득권이 있는 것이겠죠.

 

 

자아를 성찰하고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곧 내가 가진 특권을 인정하고 비판하는 일이었다. 특권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을수록 나는 자가당착과 자지부정의 늪에 빠졌다.

 

 

한국의 최고 엘리트 고등학교인 민족사관고를 나오고, 미국과 영국의 최고 엘리트 대학인 다트머스대학교와 옥스퍼드대학교를 나온 전범선씨는 귀국 후 자신의 기득권을 벋어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은 철저한 성찰과 자기부정 속에서 고통스럽게 진행됐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노래를 부르고, 서점을 운영하고, 비건을 실천하며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직 그의 변화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뭐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생각보다 고통스럽고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말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가르치듯

자기 자신이 행할 수 있다면

그는 진정으로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다.

가장 가르치기 어려운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다

- 법구경

 

 

조국 전 장관을 보면서 진보적 지식인들의 이중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을 봤습니다.

그런데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투사인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보며 그들은 이미 지켜야할 것이 많은 기득권세력임을 확인했습니다.

우리 주위에도 이런 진보적 기득권세력들이 많죠?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남들을 가르치려 드는 분들 말이죠.

 

제 자신에게도 진지하게 물어봤습니다.

“너는 지킬 것이 많아? 버릴 것이 많아?”

 

 

2

 

설 명절 잘 보내고 계시죠?

2월1일 미얀마쿠데타발생 1년이

되는 날 입니다

이번주도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savemyanmar

 

사용자 삽입 이미지

 

 

Kyoungsik Lee님의 페이스북에서 옮겨왔습니다.

미얀마투쟁이 1년을 넘기고 있습니다.

평소에 별다른 교류도 없는 먼 나라의 일이었지만

왠지 남일 같지 않아서 많은 분들이 그들의 투쟁을 응원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과의 거리만큼 응원의 열기도 멀어져갔죠.

그런 가운데도 쉼 없이 응원의 목소리를 내는 분이 있었습니다.

진정성은 이런 모습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마음이 너무 좋아서 그냥 옮겨와 봤습니다.

 

 

3

 

하루 일을 마치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가고 있었습니다.

지하철 역사로 접어들었더니 사람들이 많더군요.

줄을 서서 에스컬레이터에 들어섰는데

아래로 향하던 것이 점점 위로 향하기 시작다가 나중에는 경사가 70도는 될 정도로 가팔라졌습니다.

끝부분에서는 에스컬레이터가 움직이지도 않아서 암벽등반을 하듯이 아주 힘들게 내려야했습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힘들게 내린 사람들은 한숨 돌릴 여유도 없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사람들 속에서 열심히 걷다보니 열차가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그러자 사람들의 발걸음은 더 빨라졌고 그 틈에 있는 제 발걸음도 빨라졌습니다.

거의 뛰다시피 하는 빠른 걸음으로 많은 사람들 틈에서 부대끼며 가고 있는데 누가 제 팔뚝을 잡는 것이었습니다.

열차는 들어오고,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제 마음도 급해져서 팔을 뿌리치며 앞으로 가는데

제가 뿌리칠수록 그것이 더 강하게 잡아끄는 것이었습니다.

짜증이 나서 뒤를 흘낏 돌아봤더니 어떤 할머니가 사람들 사이에 낀 채 헉헉거리면서 제 팔뚝을 붙들며 따라오고 있더군요.

그 순간 열차가 도착했고 사람들은 더 빨라졌습니다.

마음이 더 급해진 저는 아주 거칠게 할머니의 손을 뿌리치고는 사람들 틈에 끼어 열차로 향했습니다.

사람들이 열차에 타기 시작하는데 열차 안에도 사람들이 많아서 저는 앞쪽으로 발걸음을 급하게 서둘렀습니다.

그러나 앞쪽으로 가도 사람들은 줄어들지 않았고 마음이 더 급해져서 거의 뛰다시피 하면서 앞쪽으로 향했습니다.

열차의 맨 앞에 다다랐을 때 사람들이 조금 줄어들어서 열차에 타려는 순간 열차가 출발해버렸습니다.

그때 다른 플랫폼으로 또 다른 열차가 들어서서 사람들이 그쪽으로 향하기 시작하는데 저는 어찌해야할 바를 몰라서 멍하게 서있어야 했습니다.

 

 

플랫폼에 멍하게 서 있다가 꿈에서 깼습니다.

악몽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개운치 않은 꿈이었습니다.

잠시 누워서 몸의 기운을 되찾길 기다리는데 꿈속의 영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뿌리쳤던 할머니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서 마음이 불편하더군요.

그래서 가만히 눈을 감고 제 마음을 들여다봤습니다.

 

 

조심조심 마음속을 둘러보는데 한쪽 구석에 마음속의 제가 씩씩거리며 앉아있었습니다.

더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마음속의 저에게 다가갔더니 저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군요.

 

마음속의 나 :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 나도 내가 못됐다는 거 아니까.

나 : 아~ 미안, 너를 힐책하려는 건 아닌데, 그렇게 느껴졌다면 미안해. 난 그냥 저랑 얘기나 할까 해서...

마음속의 나 : 무슨 얘기? 나의 이기적인 행동에 대한 자기반성이라도 하라고?

나 : 아니... 내가 불편하다면 그냥 갈까?

마음속의 나 : 후~ 아니야. 그 할머니를 뿌리쳤던 것처럼 너도 뿌리칠 수는 없잖아.

나 : 고마워. 사실 나도 예전에 지하철에서 그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 대기선 맨 앞에서 열차를 기다리는데 어떤 할머니가 와서는 “다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앞에 서도 될까요?”라고 묻더라고, 그때 나는 아주 매정하게 “줄 서세요”라고 대답하고는 고개를 돌려버렸어. 노인분들이 가끔 늙었다는 것을 무기로 얌체 짓 하는 게 꼴 보기 싫었었는데 그런 감정 때문에 그랬던 거야. 그런데 나중에 그것 때문에 마음이 두고두고 불편하더라고.

마음속의 나 : ......

나 : 이성적으로는 어렵고 힘든 이들을 보면 도와주면서 살아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이...

마음속의 나 : 말 끊어서 미안한데...

나 : 아니야, 괜찮아, 얘기해.

마음속의 나 : 그 할머니를 뿌리쳤던 행동에 대한 도덕적 판단이 문제가 아니라, 그건 그냥 꿈이었으니까 크게 문제될 것 없는데, 그런 행동의 더 깊은 곳에 뭐가 있느냐는 것이 중요했어.

나 : 음... 그래서 뭔가 보였어?

마음속의 나 : 나는 뭔가에 얽매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 같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질척이며 살아가는 것보다는 자유롭게 살고 싶거든.

나 : 대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싶어 하지 않을까?

마음속의 나 : 그런데 그렇게 살면 외롭고 힘든 것만이 아니라 이기적으로 변해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고민스러워. 니가 방송에서 하는 말처럼 사람들과 자유롭게 어울리면서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은데, 현실에서는 서로 옭아매고 질척거리고 이용하고 그런 관계들로 돼버리잖아. 그런 것이 싫어서 관계들을 정리하면 왜소하게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나를 발견하게 되고, 그렇다고 외로운 것이 싫어서 정리해버렸던 관계의 끈들을 다시 억지로 이어붙이고 싶지는 않고, 이성적 판단만으로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고... 아무튼 그런 복잡한 감정들이었어.

나 : 뭔지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음... 다시 꿈 얘기로 돌아가면, 너는 그 할머니를 뿌리쳤던 것에 대해 불편해하는 거잖아.

마음속의 나 : 그렇지.

나 : 이상한 에스컬레이터 때문에 힘들었던 것이나, 수많은 사람들 때문에 부대꼈던 것이나, 허망하게 열차를 놓쳤던 것이나, 여러 다른 문제들도 있었는데, 너는 그중에서 그 할머니가 마음에 걸리는 거야. 그리고 그 할머니 때문에 열차를 놓쳤다고 짜증을 낼 수도 있는데, 너는 오히려 네 자신을 질책하고 있는 거고.

마음속의 나 : 그건 중요하지 않아, 내 마음의 어떤 부분이 불편하냐는 것이...

나 : 나도 말 잘라서 미안. 니 마음이 불편해하는 부분이 그 지점이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너는 어떤 목표의식이나 성취감, 생존을 위한 경쟁 이런 것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중요한 거야, 그치?

마음속의 나 : 응.

나 : 그렇다면 그것을 그냥 받아들이는 것은 어떨까?

마음속의 나 : 무슨 뜻?

나 : 너의 자유를 구속하고 이기적으로 이용하려고 했던 관계들을 과감하게 정리했던 것은 홀로 살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유롭고 아름다운 관계들을 만들기 위해서잖아. 단지 그런 새로운 관계들이 아직은 잘 만들어지지 않는 것일 뿐인데, 그렇다면 사람들 속에서 새롭게 이어지는 관계들에 대해 미리 겁먹어서 재단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야. 새롭게 이어지는 관계들을 그냥 받아들여봐. 그것이 너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 자양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나중에 그 관계가 너를 구속하거나 악용하려한다면 그때 가서 정리해도 되는 거고.

마음속의 나 : 무슨 말인지 알겠어. 니 말이 옳다고는 생각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해나가는 것이 두렵고 겁이 나.

나 : 알아.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그래야 우리 삶이 조금은 풍부해지고 따뜻해질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잖아. 지하철 속에서 너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였다면, 너는 열차를 놓치는 한이 있어도, 그 할머니 손을 잡고 좀 더 안전한 곳으로 갔을 거야. 그것을 인정할 수 있겠어?

마음속의 나 : 고마워, 내 마음이 조금 편해지네.

나 : 고맙긴, 내가 힘들 때 니가 얼마나 도와줬는데. 마찬가지야, 니가 힘들 때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정말 좋다.

마음속의 나 : 야, 눈물 나려고 그런다.

나 : 우리 음악 들을래?

마음속의 나 : 응.

 

 

 

(시와의 ‘하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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