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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 노동자 산재비관 자살 /

대우자동차 노동자 산재비관 자살 /
직업병 집단요양 투쟁으로 건강권 되찾아야

민중의료연합 노동자건강사업단장 김정연


또 한명의 산재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IMF 이전 1년에 1명 미만이었던 산업재해로 인한 자살자는 98년 이후 한해에 10명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이 같은 결과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산재 은폐와 강제 요양 종결, 고용불안정 등이 겹쳐져서 낳은 결과이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를 극복했다고 떠들어대는 2002년 8월, GM으로 매각된 대우자동차에서 또 한명의 노동자가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조립부에 근무하던 노동자 정씨는 지난 5월부터 아파 산재를 요구하였으나 회사측의 거부로 고민하다가 지난 8월 11일 비관, 자살하였다. 정씨가 숨진 채로 발견된 것은 지난 11일 새벽 6시 연수 1동 약수터. 집과 얼마 멀지 않은 이곳에서 정씨는 소주를 마신 뒤 면도칼로 왼쪽 팔 동맥과 자신의 배를 잘라 숨을 거뒀다. 숨진 정씨의 지갑 속엔 진단서 한 장이 들어있었는데, 근육통으로 고통받던 그가 회사에 제출키 위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발급 받았던 진단서였다. 정씨는 구조조정 때마다 비켜갈 정도로 성실함을 인정받았던 직원이었다. 그러나 구조조정으로 직원은 줄어든 데다 신차 생산으로 업무량이 늘면서 어깨 통증이 찾아왔다. 아픈 직원들이 구조조정 1순위라는 사실에 정씨는 회사에 아프다는 것을 알리지 않고 자신의 사비로 물리치료와 한방치료를 병행하였다. 그러나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증세는 더욱 악화되어 결국 대학병원을 찾아갔고, 담당 의사로부터 4주가 넘는 치료와 요양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씨의 상태로는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산재처리도 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담당 차장은 병가조차 불가능하고 말했다. 이에 직장을 관둘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정씨는 많이 낙담하여, 결국 그 뒤로 3일만에 정씨는 죽음을 택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회사는 공식적인 인터뷰를 거부하고 있으며, 당시 정씨와 직접 면담한 상사도 회사와 얘기하라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회사측에서 산재처리를 막았다는 것과 이미 대우자동차 조립부의 근무여건은 근골격계 질환을 일으킬만한 상황이라는 점, 그리고 직원들은 구조조정에 대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는 것이며, 이 모든 상황이 정씨를 죽음으로 몰고 갔음을 증명하고 있다. 한편 노동조합은 사전에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으며, 어용 성향인 담당 대의원이 알고 있었으나 노동조합으로 보고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사건 발생 후 노동조합은 95년 실시한 근골격계 질환 보고서를 토대로 준비중에 있으나 당시 참여했던 고려대 000교수의 비협조로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노동조합은 지금이라도 산재은폐에 대한 책임을 물어 회사측 책임자를 처벌하고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집단 역학조사 실시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산재보험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한 것을 막대한 돈(산재급여로 지불되어야 할!)을 들여 TV에 광고까지 해가면서 자신의 치적으로 선전한 바 있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은 커녕 국내 굴지의 대기업 노동자가 당연히 받아야 할 산재요양을 거절당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구조조정과 노동강도강화, 고용불안정이야말로 노동자들의 건강과 목숨을 위협하는 주범임을 잘 드러내주는 예이다. 게다가 어용대의원의 무사안일함이 자신의 조합원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안타까운 예이다. 지금 구조조정과 노동강도강화로 인한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신음하는 노동자들이 반기를 들기 시작하고 있다. 대우조선, 한라공조, 카스코, VDO, 캄코의 조합원들의 집단 근골격계 직업병 요양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집단적 투쟁이야말로 노동자들의 건강과 목숨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투쟁이며, 노동자들을 병들게하는 구조조정을 분쇄할 수 있는 투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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