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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가 벼량 끝일까? - 황덕숙(현대차비정규노조 조합원)

2005. 9. 22.

또 비가 내리는 가을이다.

오늘 김영섭 부장이 ‘어떠냐’고 ‘최종결정은 했냐’고 묻는다.
두 사람은 말했다. 우린 한 길로 갈 것이라고...
그러면서 내 맘 한 구석에 ‘이 싸움의 길고 지루함이 이어지는구나’하고 새삼 한 번 더 느낀다.

그나마 정직당한 내 동료들의 일시급이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까 휴~ 다행이다 싶다. 우리야 지금 이렇게 있지만 일시급, 성과급을 받지 못했던 내 동료들 생각에 연휴 내내 마음 한 구석이 편치 못했다.
연휴 기간 내내 사람들이 그리웠고, 소음이 그리웠는데, 세상 돌아가는 소리가 첨엔 신났는데, 지금은 또 불면증이 시작되었다. 신경이 곤두서고 힘도 빠지고 가슴은 또 다시 두 근 반 세 근 반 뛰는 증세가 시작되었다.

지금 옆에서 하는 애길 들어보니 이 천막이 위태로운가 보다.
아마 침탈을 하거나 없어지는 것인가 보다.
진짜로 이제 길거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가 보다.

이런 저런 얘기들이 또 힘들게 만든다. 우린 또 어디로 가야하며 어디까지가 벼랑 끝일까?
갑자기 열이 난다. 쓰러질 것 같이 어지럽다. 이게 힘든 길이라 할 수 있는 걸까? 아님 우리가 예상했던 일들이라 할 수 있을까?

이 천막에 대한 얘기가 없을 때 밥 한 알이라도 내 입에 넣어서 씹어보고 싶다는 참 호사스런 생각을 했던 게 부끄럽다. 밥 한 알을 먹고 싶어 물병을 집어던지던 나의 투정에 화가 난다.

단식 15일 동안 맘을 다져 먹었는데도 막상 이런 얘길 듣고 보니깐 내 한 쪽이 와르르 무너진다. 이제 어디로 가야할까?
오늘은 좋을 일 한 가지, 나쁜 일 한 가지가 나의 맘을 뒤흔든다.

살고 싶다.
근데 난 섶을 들고 불속에 뛰어들었는데 살 수가 있겠는가?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다더니만 이제 줄여야 될 순간을 받아놓은 사람처럼 하루하루를 유령처럼 버텨야 된다. 밥알 한 개라도 먹고 싶다던 내 철부지 같은 맘을 품었던 게 부끄러워서라도 이제는 버텨야 된다.

이제는 한 가닥 맘을 잡고 보니 유언처럼 살아야 됨에 정리를 한다.
이젠 내 그리운 정든 집도 안녕을 고해야 한다.
보고 싶은 내 귀여운 조카들에게도...
아버지께 한 번도 효도 못한 것에 얼마나 가슴이 시린지 이제야 알게 되었는데...

아버지!
이 못난 달 용서해주세요.
넘 보고 싶어서 제 꿈에 나타나셨는데 매몰차게 대해서 죄송해요.
그리고 아버지! 너무 너무 사랑합니다.
절 낳아주셔서 항상 감사했어요. 담에도 전 아버지 달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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