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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魔)의 3월’을 준비하는 사람들

해마다 3월이 다가오면 머리가 아파지고 심지어는 우울증까지 걸리는 어머니들이 있다. 소위 ‘마(魔)의 3월’을 대비하는 장애아동을 두고 있는 부모님들이다.

3월이면 신학기가 시작되어 각 학교마다 신입생이 입학을 하거나, 새학년으로 올라가는 등 다소 어수선한 가운데 학교는 활기가 넘친다. 그러나 장애아동을 두고 있는 부모님들은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지고, 육체적으로도 피곤해지는 시기가 3월이다.

이정희 장애인부모회 부회장은 “장애부모들, 특히 엄마들의 최대의 고민시점은 맨 처음 학교 보낼 때와 고등학교 졸업시점입니다. 특수학교에 보낼 것인가? 특수학급이 있는 일반 학교에 보낼 것인가? 내 집 옆의 학교에는 특수학급이 없어서 특수학급이 있는 먼 학교에 입학시킬 것인가? 집 근처 학교에는 특수학급이 없음에도 원거리 통학의 어려움 때문에 그냥 집 근처의 학교에 바로 통학시킬 것인가? 일반학교에 간다면 아이가 잘 적응 할 것인가? 친구들은 괴롭히지 않을까? 선생님은 어떤 분이 되실까? 우리아이를 잘 보살펴 주실까? 등등 몇 날 몇 밤을 긴장하고 불면하는지 모릅니다. 신학기 즈음해서는 제일 악평(?)이 나있는 선생님이 담임이 되는 꿈을 꾸기도 하고 소화불량 등 스트레스성 질환이 도져 병원신세를 지는 엄마들이 부지기수입니다”라고 마의 3월을 맞이하는 부모님들의 걱정을 털어놓았다.

장애인부모님들은 ‘5분대기조’라는 말과 ‘복도인생’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애가 혹시나 무슨 문제가 생겨서 학교에서 전화가 오면 5분 내로 달려가야 하고, 집에서 5분대기조로 대처하기에도 부족한 아이들의 경우는 아예 학교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이정희 부회장은 “꽃피는 춘삼월 그 복도가 너무나 춥고 서럽더라는 어느 엄마의 말엔 저도 울었습니다”라면서 그 힘겨움을 얘기했다.

발달장애 아동을 두고 있는 이해경씨는 올해 애가 초등학교 5학년에 올라간다. 그리고 교육청 투쟁의 성과로 작년부터 학습보조인이 배치가 돼 훨씬 나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전까지의 고통은 다른 부모님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애가 학년이 올라가기 전에 그 전 학년에서 담임을 했던 선생님을 찾아가서 새학기에도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써달라고 부탁을 드립니다. 그러나 그 선생님은 친한 친구들이 같은 반에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 이상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선생님이 배정되면 또 그 선생님을 찾아가서 부탁을 드립니다.”

“우리 애가 2학년 올라갈 때 새로 맡으신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우리 애의 상태를 말씀드리고 잘 부탁드린다고 그랬더니 아무 말씀도 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선생님에게 ‘제가 교실에 들어가서 애를 돌봐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그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애와 함께 학교를 다녔어요.”

이해경씨는 애가 초등학교 1학년 때에는 학교 앞에 차를 대기하고 학교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곤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부모님들의 얘기는 장애아동을 두고 있는 대부분의 경우이다.

발달장애 아동을 두고 있는 정모씨는 다가오는 신학기에는 애가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간다. 지금에 와서는 학습보조사가 배치가 되고, 선생님들의 인식도 좋아져서 조금은 나아졌다고 하지만 그러기까지의 고통은 매우 심했다고 한다.

정모씨는 애가 입학하기 1년 전부터 여러 가지 걱정을 하다가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탈진으로 아파서 눕기까지 했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우리 애는 유치원 때부터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 정도는 훈련이 되어서 학교를 갔거든요. 그런데 애가 학교를 다니면서부터 자주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거예요. 애가 왜 그러는지를 알아보았더니 3~4월에 학교 행사가 많은데 그때마다 우리 애 혼자 교실에 두고 나가서 운동회 연습을 하거나 행사준비를 하는 거였어요.”

“우리 애는 그런 경우가 없었지만 소풍이나 캠프 같은 행사가 있으면 선생님이 집에 전화를 걸어서 이런 행사가 있는데 보내실거냐고 묻는다고 해요. 선생님이 그런 전화를 하는데 보내겠다고 모질게 얘기할 수 있는 엄마가 많지 않거든요. 그때 많이 울어요.”

정모씨는 장애인 교육권 투쟁 이후 특수학급에 특수교육 전공자가 배치되고 학습보조인이 배치되는 등 여건이 나아졌다고 한다. 또 선생님들의 인식도 많이 좋아져서 과밀학급에 따르는 여건 때문에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미안함을 많이 비친다고 한다. 친구들도 오히려 장애인 친구들에게 배려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발달장애나 정신지체장애아동을 둔 경우만 그런 게 아니다.

중증지체장애아동을 두고 있는 한 부모님은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로 입학을 하고 싶었지만 여건과 환경이 좋지 않아 취학통지서가 나온 학교에 애를 보내게 되었다. 그나마 학교의 배려로 1층의 교실에 배정됐다. 그래도 어머니는 마음을 놓지 못해 매일 학교로 등하교시키면서 처음 3월은 학교에서 아들의 생활하는 모습을 관찰해야만 한다고 한다.

그러나 4월이 되어 급식을 시작하면서 또 다른 아픔을 겪어야 했다.

“오고가는 고학년 아이들에게 밀리고 넘어지고 손가락 조금 까지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학생들의 작은 배려도 없고 이상한 눈초리, 하물며 배웠다는 선생님들까지도 배려라고는 전혀 없고 정말 실망했습니다.”

“하루 4교시를 일반아이들과 같이 교실에서 보내야하는 우리 애로서는 너무나 힘든 생활이고 교실이동과 동시에 오도 가도 못하는 자식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정말 미칠 지경입니다. 아무런 예고도 연락도 없이 아이들의 빠른 하교가 이루어 진다면 당신의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엄마 없이는 꼼짝도 할 수 없는 우리 아이가 빈 교실에 혼자 남았다면 과연 우리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부모회에서는 우선적으로 특수교육보조원의 확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장애아동 1명당 1명의 특수교유보조원이 필수적으로 배치되어야 하는 상황인데도, 특수교육보조원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2006년에 증설될 것을 감안하더라도 울산에는 특수학급수가 77개교 95학급에 불과하다. 여기에 특수학교인 태연학교와 메아리 학교의 학급 55개를 합치더라도 150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여기에 배치되는 특수교육보조원은 2006년 1학기에 85명이 분산배치된다고 한다.

수치상으로도 절대적으로 특수교육보조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학급당 1명이 아니라 학교당 1명이 배정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특수교육보조원의 배치문제와 함께 장애인부모회에서 주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장애인식개선사업이다.

이미 특수교육진흥법에는 1년에 2회 이상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실시하게 되어 있고, 통합반 담임교사의 경우 특수교육관련 직무연수를 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는 이미 사문화되어 있는 조문이라는 것이 부모회의 주장이다.

장애인부모회는 이런 전반적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과거 70년대에 만들어진 특수교육진흥법을 부분적으로 개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장애인교육지원법을 제정해서 근본적 대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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