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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긴 3일의 출근투쟁 !! - 김미경

어린이집 교사가 나의 천직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하고자 했으며,  지금도 그 길을 가고자 하는 나에게 이 길은 너무나 험난했다.

원장은 자신의 인사권을 내세워 해고를 시키기 시작했으며, 조금만 잘못해도 시말서 작성에, 일주일 중 3일을 면이나 죽으로 점심을 대충 먹기도 하고, 무조건적인 지시와 명령 복종에 교사들은 상처받고 정신적 스트레스와 불안은 날이 갈수록 더해지기만 했다.
이에 불안을 느낀 교사들은 전국 보육노동조합에 가입하였으며, 원장은 또 다시 경영 악화를 조장함으로써 4명의 교사들을 정리해고로 물아 갔다.

처음에는 하늘이 무너지고, 억울하고, 답답했지만 힘들 때 마다 신앙의 힘과 또한 전국보육노조와 공공연맹이 있기에 큰 힘을 얻어 하나씩 대처해 나가면서 조금씩 편안함을 느꼈다.  

해고 첫날

출근투쟁을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출근을 했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원장이 경찰을 불러 7년을 근무한 이 직장에서 나 자신 스스로 걸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경찰소장 및 다섯 명의 경찰에 싸여 강제로 나와야 하는 현실에 답답하고 어찌할 바를 알지 못했다.
내가 맡은 아이들 끝까지 보육하려고 한 것뿐인데...
무슨 큰 잘 못을 했기에 이렇게 많은 경찰이 날 쫓아내는지?
교육자가 아이들 보는 앞에서 죄인처럼 끌려나와야 하는지...
당연한 권리를 찾는 것이 이렇게도 힘든 것인가?”

그러나 정의는 외면되지 않았다. 공공연맹 간부와 보육노조원은 날 둘러싸고 감싸주었고, 학부모 참관수업을 위해 오신 많은 학부모들은 “원장이 학부모를 불러 놓고 지금 뭐 하는 짓이냐”며 항의를 했고, 동네 주민들은 "큰 일이 일어났을 때도 몇 명 오지 않는 경찰이 연약한 교사 한 명을 데려가면서 경찰 차 두 대에 이렇게 많은 경찰들이 오느냐" 항의하며 도와주자 서러운 마음에 꾹 참았던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흘렀다.  

지난번 해고예고 통보를 받았을 때도 원장이 경찰을 불러 무단침입 했다며 아이들 보는 앞에서 나를 쫓아내려고 했지만, 무단침입은 될 수 없다며 경찰은 돌아갔다.
그때 두 명으로 부족한 탓일까? 이번엔 경찰이 단체로 몰려오다니... 그러나 원장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둘째 날 출근 투쟁

모든 교사에게 인사를 하며 나 자신 당당하려고 애를 썼다.  
해고문제에 무관한 듯 관심 없는 교사
또 왜 왔는지 하는 의미심장한 눈빛의 교사
얼굴을 애써 피하려고 하는 교사
선생님 왔어요. 하며 반기는 교사
각각의 자기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몸짓의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동안 모든 교사들이 너무나 힘든 탓일까?  평안을 원하는 것 같았다.
왠지 어색함을 느꼈지만 애써 외면하며  
큰소리로 잠깐 나갔다 오겠다며 운동장으로 나왔다.

운동장에 있는 등나무 밑에 앉아 어린이집을 쳐다보며
보육교사가 행복하게 일할 권리가 보장되기를....
아동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보호자가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좋은 어린이집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지금의 힘든 시기가 지나면 그날이 오겠지
나 자신을 위로하며 원장을 기다렸다.
원장은 출근시간 2시간이 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셋째 날 출근 투쟁

부구청장은 학부모대책위와의 면담에서 두 가지 안을 제시했고, 모든 학부모들은 원장 해지, 교사 복직을 원했기에 출근하는 발걸음은 훨씬 가벼웠다.
교실에 들어가자
또 신고를 받았다며 경찰이 왔다.
신고를 누가 했는지 물어보았지만 아무도 대답하는 이가 없다.
무엇 때문에 오신 것인지? 누가 신고를 했는지? 떳떳하게 질문을 했다.
경찰은 신고자가 김미경 선생님을 찾아 밖으로 내보내라고 했단다.
원장에게 전화를 해 “원장선생님을 만나 뵙고 인사하려고 왔는데 원장님 출근 안 하세요.”라고 하자 “출근 못한다” “왜 거기 있느냐 원에서 나가라”라고 한다. 원장은 출근도 하지 않고 전화로만 파출소에 연락한 모양이다.  
경찰은 신고자도 안 나타나자 이야기를 듣고는 오늘은 조용히 갔다.

그때 원아의 정확한 인원을 파악하기 위해 실사를 오신 중구청 담당 여직원이 이 현장을 보며 황당해 했다.  따뜻한 커피를 대접하며 마음의 여유를 찾아갔다.    

원의 입구에 서 있다가 원아를 보내기 위해 상담을 오신 어머니를 반기며 원장대신 상담도 마쳤다.

해고되어 출근 투쟁하면서
출근하지 않는 원장 대역, 원아 상담, 차 접대를 하고는 부구청장님의 면담을 하기 위해 원에서 나왔다.

부구청장과 면담을 통해 어린이집 새로운 시설장과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교사 원직복직을 하겠다고 구청과의 문제 합의를 이끌어 내었다.
이제 오늘로부터 짧고도 긴 3일의 출근투쟁은 끝이 났다.

여기까지 온 것은 혼자의 힘이 결국 아니다.
모래같이 힘없는 보육교사들이 하나로 단결해 단단한 돌덩이를 만들었고
정의에 대해 함께 동참한 학부모님, 시민단체, 공공연맹 ... 이었기에 가능했다.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노는 그날까지
교사들의 인권과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그날까지...
언제까지 보육노조 분홍의 빛은 어려운 보육 환경을 따뜻하게 비출 것이다.
전국 모든 보육교사들에게 파이팅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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