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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면서 연대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최근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울산상영 준비모임이 몇몇 지역활동가를 시작으로 점차 확대 되고 있다. 준비위원으로 나선 나연정씨를 만나서 울산상영 준비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라는 영화를 울산에서 상영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이 영화상영회를 추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평소 다큐멘터리와 독립영화에 관심이 있었다. 5월 초에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가 제작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몇몇 사람들과 울산에서도 상영을 추진해보자고 약간은 막연하게 시작했다. 마침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지역순회상영회를 갖는다는 정보가 있어 그 기간에 맞춰서 상영회 추진해보자고 해서 탄력이 붙게 된 것이다.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는 어떤 영화인가?

내가 영화를 만든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직접 울산상영회에 와서 영화를 보고 감독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저 내가 부산에 가서 이 영화를 봤을 때 느낌만을 얘기하겠다.
이 영화를 보고 한국사회가 참 암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에 나오는 16개의 주제들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고, 그래서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내가 평소에 고민하고 있던 주제도 있었고,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못했던 주제도 있었다. 이런 다양한 내용들을 접하면서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사회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
우리 사회에는 이렇게 다양한 내용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고통을 넘어서기 위해 곳곳에서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리고 나는 이런 다양한 고통과 투쟁에 대해 얼마나 소통하려 했고, 얼마나 연대하려 했는지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사실이나 시각을 전달하거나 강한 주장으로 선동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낮고 당당하게 소통과 연대의 문제를 고민하게 만든다.
물론, 직접 이 영화를 보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갖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영화 상영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 대중적으로 준비위원을 모집해서 준비기금을 내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굳이 이런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처음부터 딱히 ‘이 방식이다!’ 하고 키를 잡은 것은 아니다. 이 영화를 울산에서 상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나누면서 여러 각도로 주최 단위를 고민했다.

두 가지 이유에서 지금과 같은 방식을 결정하게 되었는데, 첫 번째는 영화상영의 목표였다.
이 영화를 그냥 상영하는 것만이 목표였다면 어느 단체나 조직의 이름을 걸고 진행하는 것이 속 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상영을 준비하는 과정과 실제로 영화를 보기 위해 앉아 있는 동안 자신을 온전히 담아내고,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그러면서 우리 안에 쌓여나가는 어떤 것을 기대했다.
이것은 지난 2월에 고길섶 초청강연회가 남긴 긍정적인 경험 덕분이다.
지난 고길섶 초청강연회 때 느낀 것이지만, 어떤 목적을 위해 자발적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그 사람들이 함께 얘기를 나누는 자리는 매우 신선하고 정열적이었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조직에 의해서 동원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아주 주체적이었고, 그런 만큼 참여한 자리에서 오고가는 얘기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런 방식이 이번 영화상영회에서도 다시 보여졌으면 하는 것이다.  처음에 영화상영에 대한 의논을 했던 몇몇 활동가들 사이에서 이 방식은 전혀 거부감이 없이 흔쾌히 결정되었다.

두 번째는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는 한 감독의 제안에 16명의 감독들이 자발적으로 동의해서 참여하고, 그렇게 각 부분을 구성하여 전체가 이뤄지고, 그것을 지역의 많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영화이다. 울산상영회도 그 취지를 받아 안고, 그런 과정의 한 가닥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준비기간이 비교적 짧다. 그리고 선거운동 기간과 월드컵 기간이 이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독립영화 상영을 준비하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준비과정은 어떻게 되고 있나?

솔직히 처음에 그런 고민을 했다. 이 영화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고, 선거운동기간이라 준비위원을 조직하는 것이 제대로 될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준비위원을 공개적으로 모집하면서 상영을 위한 준비를 해가다보니 그런 걱정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처음에 사람들이 이 영화를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영화에 대해서 알리는 작업을 울산노동뉴스를 통해서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름대로 이 영화에 대해 설명을 했다. 충분한 설명이 아니었는데도 의외로 사람들이 쉽게 동의를 하고 준비위원으로 참여를 했다. 준비위원을 모집한 지 4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30여 명이 준비위원으로 참여를 했다. 그리고 함께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역할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훨씬 쉽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두 가지를 느꼈다.
첫째는 사람들이 의외로 새로운 문화에 대한 욕구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가 주위에서 접하는 식상한 부르조아 문화를 벗어난 우리만의 진보적 대안문화에 대한 욕구들이 강했다. 운동권 문화라는 것도 집회문화나 행사문화 정도로 축소되고, 주체가 아닌 동원의 대상으로 왜곡돼 버린 상황에서 대안적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실감했다.

두 번째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함께 행사를 준비한다는 것이 생각 외로 힘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특별한 회의체계나 조직체계가 있는 것도 아닌데 서로가 수시로 연락하면서 자신들의 역량들을 자유롭게 발휘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신선한 발상들도 나오고, 재미있다. 이렇게 주체적으로 활동을 벌이는 과정이 매우 활력이 있고, 상상력을 자극하게 된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이번 상영회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어느 특정조직이나 단체에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이 준비해나가는 과정이 왜 재미가 있고, 어떻게 서로가 자발적으로 되는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조직의 직책을 가진 사람의 부담감에 가까운 의무감, 대상이 되는 이의 소외감. 조직문화에 대한 고민이 적극적으로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감히 바래본다.

그리고 문화를 나누고 생각을 나누고 삶을 나눌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
서로 소통이 될 때 투쟁에 연대할 수 있고 삶에 연대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고길섶강연회, 이번 영화상영회, 이후로도 이런 소통의 과정이 쭉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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