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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자를 가르치는 최저임금 선생님

각 자치단체별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의 자녀를 대상으로 한 공부방이 운영되고 있다. 북구에는 느티나무 공부방이라는 이름으로 양정동과 호계동에 각각 운영되고 있다. 20명가량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학습을 위주로 운영되는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관리교사는 단 1명이 있을 뿐이고, 이들은 280일 단기계약직이다.

울산광역시 자치단체 비정규직 노동조합 조합원이기도 한 김희현 조합원과 최효정 조합원은 느티나무 공부방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지 1년에서 2년이 되고 있다.
최효정 조합원은 사회복지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복지관 근무경력을 갖고 관리교사로 일을 하게 됐고, 김희현 조합원은 대학졸업 후 학원강사로 일을 하다가 우연치 않은 기회에 관리교사 일을 하게 됐다.
애초부터 열악한 임금수준과 노동조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텐데 이 일을 하게 된 이유가 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 부모나 할머니에게서 키워지는 아이들을 돌보는 것에 대한 사명감이라고 할까요. 그런 일을 하고 싶어서 들어왔어요.”

“돈이 얼마 되지 않는 것은 알았지만, 일이 이렇게 많고 힘든 줄은 몰랐어요.”

양정동 공부방은 현대자동차 하청이나 그와 관련된 곳에서 부모가 맞벌이를 하고 있는 차상위계층 자녀들이 많고, 호계동 공부방에는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 자녀들이라고 한다. 대상자들이 이러하다보니 단순히 공부방 선생님 이상으로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가정환경이 여유롭지 못하다보니까 아이들의 학습수준이 떨어지고 많이 산만해요. 집에서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니까 성장발달 수준이 또래 애들 보다 뒤처져요. 아이들의 청결문제도 많이 신경을 써야하고요. 이런 모든 것을 세심하게 신경 쓰면서 해야 돼요.”

“솔직히 학교나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공부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더 신경을 쓰게 돼요. 저희들이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아이들을 신경 쓰지 못하면 학교에 가서 왕따 당하기 쉽거든요. 공부도 공부지만, 간식 먹이는 거, 씻는 거, 놀아주는 거에도 많이 신경을 써야 학교에 가서도 제대로 적응을 할 수 있거든요.”

아침에 공부방으로 출근해서 각종 서류업무와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으며, 12시 30분부터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공부방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학습지도, 간식준비, 교실청소 등의 업무를 혼자서 처리하게 된다. 6시가 넘어서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도 남아서 후원자 관리와 처리하지 못한 업무를 미치고서야 퇴근하게 된다. 퇴근 후 방문활동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서류상으로만 나와 있는 업무도 ‘아동관리(아동관리카드, 수업일지), 매일 아동 간식제공, 아동상담 및 가족상담, 자원교사관리, 자원교사 모집, 활동내용 배치 조정, 운영프로그램 계획수립 및 추진(월별, 연간별, 방학별), 지역자원(후원자) 발굴관리 및 연계, 공부방 운영비 집행 관리(집행, 회계장부, 정산보고), 자원교사 회의관리 및 공부방운영 전반관리/보고’ 등 혼자서 처리하기에 박차다는 것이 한눈에 드려다 보인다.

“구청에서는 ‘점심시간이 있으니까 꼭 쉬어라’ ‘토요일에는 웬만하면 일하지 말아라’라고 해요. 그런데 아이들이 12시 30분부터 오기 시작하는데 점심시간이라고 쉴 수가 없어요. 요즘 격주로 학교가 쉬기 때문에 그런 날에는 야외 체험활동 같은 프로그램을 해요. 물론 무급이죠.”

“오후에는 가끔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도아주기는 해요. 솔직히 자원봉사자들이 오는 것도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업무로 다가와요. 자원봉사자들이 왔다고 아이들을 그냥 맞겨둘 수 없어요. 자원봉사자들이 해야 될 일을 알려주고, 수시로 확인하고 그래야 하거든요.”

방학이 되면 공부방은 더욱 바빠진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않기 때문에 아침부터 공부방으로 오게 되고, 결식아동들에 대해서는 점심급식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구청에서는 자원봉사 활동한다고 생각해라고 그래요. 생계활동으로 일하고 있는데, 자원봉사라고 생각하라는 게 말이 돼요?”

그렇게 고된 일을 하면서 한 달에 받는 월급은 70만원~80만원 수준이고, 그나마도 올해부터는 토요휴무수당이 지급되지 않고 있어서 6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법정최저임금 수준이다.
김희현 조합원은 얼마 전에 출산을 해서 생후 3개월이 된 애가 있다.

“출산 휴가 60일을 마치고 다시 출근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애를 맡겨야 하는데, 한 달에 60만원 벌어서 애 맡기는 돈이랑 분유값이랑 기저귀 값 등으로 나가면 적자예요.”

만삭인 상태로 일을 계속했던 김희현 조합원은 단협에 나와 있는 ‘산전산후휴가 90일, 유급휴가 60일’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에 대한 북구청의 답변은 “조합원(사회복지과 김희현)이 출산휴가를 신청(2005. 12월)할 당시에는 계약기간이 종료(2005. 11월말)되었기 때문에 유급처리가 불가능하였음”이라는 것이다.
기형적인 형태의 280일 단기계약직들은 매년 1월 2일부터 재계약이 돼서 11월말이면 계약기간이 만료된다. 그러면 12월 한 달 동안은 방학 아닌 방학기간을 보내야 한다. 그러나 공부방 교사인 이들에게 12월 한 달은 완전한 무급노동만이 강요될 뿐이다.

“12월이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달이거든요. 아이들이 방학을 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방학프로그램도 잡아야 하고, 아이들도 많이 신경을 써야 해요. 그런데도 280일이라고 그냥 쉴 수는 없잖아요. 할 수 없이 그냥 월급도 받지 못하고 나와서 일을 해요.”

그렇게 힘든 조건에서도 계속 공부방 일을 하는 것은 책임감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들 마음을 여는데 1년이 걸려요. 그러고 나야 아이들 공부나 이런 저런 것을 제대로 할 수 있거든요. 또 가족들보다 저희랑 보내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가족처럼 생각하게 돼요. 그런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바뀌는 것은 힘든 일이거든요.”

북구는 구의원, 시의원, 구청장까지 민주노동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이런 극심한 노동착취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알고 있냐고 물었다.

“알고 있겠죠.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가끔 구의원이 공부방으로 찾아오거든요. 찾아와서는 다른 얘기는 하지 않고 사진만 달라고 그래요.”

이런 조건에서 일을 하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재충전을 하고 싶어요.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이런 저런 것을 배우고 그래야 하는데, 전혀 그럴 수가 없어요.”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서 정당한 대우를 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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