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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 카스트로 인터뷰

쿠바는 많은 자녀들의 피와 희생을 댓가로 이룬 혁명을
흥정하지도 팔지도 않을 것이다.

그란마 인테르나시오날 디지탈(Granma Internacional Digital, Cuba)
2000년 6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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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초에 한 프랑스 잡지는 지난 1월24~28일 쿠바 하바나에서 열린 제 2회 국제 경제학자 워크숍에 참석했다가 1월28일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 대통령을 만난 전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 사무총장 페데리코 마요르 사라고사(Federico Mayor Zaragoza, 인물소개는 글 맨 끝에)가 기록한 대화내용을 요약해서 실었다.

5월말에 마요르는 이 요약본 사본과 다른 출판물에 쓸 몇가지 유사한 주제의 질문서를 보내왔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종합판이 출판되기도 전에 몇몇 통신사들은 이미 전체 맥락에서 동떨어진 일부 문구를 잘못 해석해서 보도했다.

나중에 우리나라(쿠바)가 쿠바 어린이 엘리안 곤잘레스(Elián González)의 불법적인 납치에 맞서 맹력하게 움직일 때, 잘못 해석된 이 불완전한 문구의 섣부른 보도 때문에 피델 동지는 마요르의 33가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지 않을 수 없었다. 답변은 즉각 보내졌다.

마요르는 올해말에 출판하려고 계획하고 있는 책에 이 전문을 싣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러나 이 글의 주제 상당 부분이 몇달 지나면 관심이 지금만은 못하게 될 현안과 관련됐다는 점을 인식한 피델 동지는 전문을 그란마에 싣기로 결정했다. 물론 그는 이 결정을 자신의 존경받을만하고 뛰어난 친구인 마요르에게 미리 알렸다.

질문과 답변 전문을 아래 싣는다.

페데리코 마요르. - 중국, 베트남, 북한과 함께 쿠바는 사회주의의 마지막 보루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10년이 된 지금 "사회주의"라는 말은 여전히 의미가 있는가?

피델 카스트로. - 나는 그 말이 큰 의미가 있다고 그 어느 때보다 더 확신한다.

10년전에 일어난 일은, 개선의 필요성은 있지만 망가지지는 않은 위대한 사회, 역사적 과정을 순진하고도 무심하게 파괴한 것이다. 이 과정의 파괴는 히틀러 일당도, 심지어 2천만명 이상의 소련인을 죽이고 국토 전반을 황폐화하고도 달성하지 못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이제 세계는 파시즘과 맞서 싸운 소련이 당한 희생의 5%도 기여하지 않은 유일한 초강대국 밑에 남게 됐다.

쿠바는 통일된 국가를 이루고 있으며, 지도하되 대표를 지명하거나 직접 뽑지 않는 한 정당을 갖고 있다. 공개 집회에 모인 사람들이 후보를 내세우고 지명해서 1만4686개 지역의 대표를 뽑는다. 이것이 우리 선거제도의 기본이다. 이들은 각각의 지방의회를 구성하고, 광역 지방의회와 국가권력의 최고 기관인 국회에 보낼 대표 후보를 지명한다. 비밀투표로 선출되는 대표들은 각 선거구의 유효투표의 50% 이상을 얻어야 한다.

투표는 강제는 아니지만, 유권자의 95% 이상이 선거에 참여한다. 세계의 많은 사람은 이런 사실을 보려는 수고도 하지 않았다.

다당제도를 소리쳐 옹호하는 미국은 방식, 목적과 목표가 완벽하게 유사한 두 당이 있으며, 이는 실질적으로 이 세계에서 거의 완벽한 일당 체제를 형성했다. 이 "민주 국가"의 유권자 절반 이상이 투표도 하지 않으며, 선거자금 모집을 관리하는 각 진영은 단지 전체 유권자의 25%의 지지만으로 선거에서 승리하곤 한다. 이 나라의 정치 체제는 논쟁과 자만심, 개인적 야망 또는 기존 경제, 사회 모델 안에서 움직이는 이익집단에 의해 허약해지고 있으며, 체제의 변화 가능성은 없다.

카리브해의 영어를 쓰는 몇몇 나라들이 독립을 얻자, 여론의 지지를 얻는 한에서만 집권당이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더 효율적인 의회제도를 정착시켰다. 이런 제도는 미국 모형을 흉내낸 나머지 라틴아메리카 국가의 대통령 중심제 정권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게다가 거의 2세기 동안 변한 것도 없다.

자본주의 아래서 실제로 지배하는 세력은 대규모 기업과 다국적 기업이며, 이는 가장 산업화한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들이야말로 투자와 개발에 대한 결정권을 쥐고 있다. 이들은 또 산업생산과 핵심적인 경제적 용역과 상당 부분의 공공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다. 국가는 단순히 세금을 거두고, 분배하며 사용한다. 이런 나라 상당수에서는 아무도 모르게 정부 전체가 휴가를 갈 수도 있을 정도다.

나중에 근대 제국주의를 일으킨 선진 자본주의 체제는 마침내 결코 유지될 수 없는 신자유주의적, 지구화 질서를 강요했다. 이는 실물 생산과 무관한 허구의 부와 자산을 만들어내고 가난한 나라 십여개의 국내 총생산을 합친 것보다 많은 재산을 개인이 쌓게 해주는 투기가 판치는 세계를 창출했다. 여기에 세계 천연자원의 약탈과 낭비, 수십억명의 비참한 삶까지 덧붙여 말할 것까지도 없다. 이 체제는 인간애를 보일 여지가 없다. 자멸로 이끌 수밖에 없으며, 이와 함께 이 행성에서 인간 삶을 지탱하는 자연조건의 파괴도 부를 것이다.

구수한 음성의 몽상가들이 예상한 역사의 종말은 아직 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마 막 역사의 종말이 실제로 시작됐는지 모른다.

마요르 - 수많은 어려움을 견뎌야 했지만 혁명 이후 41년동안 당신이 세운 정권이 지속됐다. 이렇게 장수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카스트로 - 인민과 함께 한, 또 인민을 위한 지칠줄 모르는 투쟁과 노력. 신념에 만족하고 그에 따라 행동했다는 점, 곧 인류에 대한 신뢰와 나라의 주인이 아니라 노예가 되는 것에 대한 신뢰. 우리는 굳건한 원칙에 입각하고 해결책을 추구해 만들어내는 것을 믿는다. 겉으로는 불가능하고 비현실적인 상황에서조차도 말이다. 또 정치 및 행정에서 최고 책임을 지는 사람들의 정직성을 유지하는 것 곧 정치를 성직으로 바꾸는 것을 믿는다. 이 말은 질문에 대한 부분적인 답변이 될 것같다. 우리나라와 현재의 역사적 시기에 관한 많은 다른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쿠바가 사회주의 진영과 소련의 붕괴를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쿠바가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도 없이, 그렇다고 신용을 확보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이중의 봉쇄를 견디고 사상 최강의 나라가 전개하는 경제적, 정치적 전쟁을 견뎌내는 것이 가능이나 할까 생각했을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최근 하바나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나는 쿠바가 국제통화기금 회원국이 안된 특권 때문에 이것이 가능했다고 약간은 반어적으로 말한 적이 있다.

우리가 돈이 순환하는 바다에서 헤엄친 때가 있었다. 우리의 통화가치가 비정상적으로 평가절하되고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의 35%에 달한 적이 있었다. 외부의 지식인 방문자들이 충격 때문에 하얗게 질리는 것을 목격했다. 쿠바 통화, 폐소는 1994년 1달러당 150페소까지 떨어졌다. 그렇지만, 우리는 건강관리센터 한곳 폐쇄한 적 없고, 학교와 탁아시설, 대학, 체육시설 역시 단 한곳도 닫지 않았다. 연료와 천연자원 부족이 가장 극심했을 때조차 우리는 단 한명 해고한 적 없고, 사회보장 혜택을 박탈한 적 없다. 서방 금융 기관들이 가장 강력하게 권고하는 통상적인 끔찍한 충격요법은 흔적도 없었다.

무시무시한 충격에 맞서기 위한 대책은 단지 국회에서만 논의된 것이 아니다. 공장, 생산 및 용역센터, 노조, 대학, 중등학교와 각종 사회그룹 그 가운데서도 농민, 여성, 지역조직에서 열린 수십만번의 집회에서도 논의가 됐다. 우리는 부족한 자원을 가능한 한 공평하게 분배했다. 비관주의는 국내외에서 모두 극복됐다.

그 어려운 시절, 의사 숫자는 2배로 늘었고 교육의 질은 개선됐다. 쿠바 페소의 가치는 1994~98년 사이 1달러당 150페소에서 20페소로 7배 높아졌고, 그 이후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단 1달러도 국외로 빠져나가지 않았다. 우리는 직면한 엄청난 도전에 비례하는 경험과 효율성을 얻었다. 생산과 소비가 유럽에서 사회주의가 붕괴하기 전 수준으로 회복되지는 못했지만, 꾸준하고 눈에 보이는 추세로 점차 회복해가고 있다. 다른 많은 사회지표는 물론이고 우리의 자랑거리인 교육, 건강, 사회보장 수준이 유지되어 왔으며, 일부는 도리어 개선되기도 했다.

이 성과의 최대 영웅은 대단한 희생을 감수하고 크게 신뢰해준 인민들이다. 이는 30년 이상의 혁명기간 동안 뿌려진 정의와 이념의 열매이다. 이 진정한 기적은 단결과 사회주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마요르 -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지구화를 향한 거대한 움직임에서 보면, 쿠바 경제를 세계에 좀더 개방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카스트로 - 가능하고 필요한 만큼 경제를 개방했다. 우리는 유럽과 미국 수출업자들의 권고를 성경이라도 되는 양 추종하는 다른 지역들의 정신 나가고 바보스런 행동을 추종하지 않았다. 우리는 사유화의 광기에 휘둘리지 않았으며, 정부 재산을 개인 것으로 만들거나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 압수하는 행동은 더더군다나 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 알듯이 이런 일은 과거 사회주의였던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모두에서 보편적인 유행병이 된, 경건하고 관대한 모습으로 위장한 신자유주의 철학의 합작 아래 벌어졌다. 서방세계는 돈이 어디로 들어가는지와 이렇게 횡령한 자금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오늘날의 혼돈스러운 세계와 이 세계의 철학에 쿠바를 맞추는 바보스런 행동을 시도한 적조차 없다. 우리는, 우리의 발전 및 생존의 권리를 위해 이른바 제3세계 국가들과 함께 싸우면서 이런 현실을 우리 자신에게 적응시키려 했다. 이것은 과거 식민지배를 당한 나라들이, 대부분 제국주의 세력이었던 극소수의 부유한 나라들을 돕고 자신들도 살아남기 위해 했던 것과 같은 방식일 것이다.

마요르 - 누구도 쿠바의 사회적, 문화적 성과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앞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서, 외부세계와 교류를 확대하면 이런 성과가 더 커지지는 않겠는가?

카스트로 - 당신이 말했듯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중요한 사회적 진보를 이룬 것은 사실이다. 모든 어린이가 교육을 받고 있고 문맹자가 없다. 대학의 발전은 상당하다. 중요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연구기관도 많다. 모든 어린이가 13가지 예방접종을 받는다. 다른 약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예방접종약 대부분도 우리가 직접 생산한다. 동시에 우리나라 의사 수천명이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연안지역, 아프리카의 오지와 가난한 지역에서 포괄적인 건강관리 사업의 하나로 무료 진료활동을 펴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인적 자본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또 대부분의 선진 산업국가에 약품 공급을 통해 도울 것을 제안하고 있다. 우리는 또 제3세계 젊은이들 수천명에게 우리나라에서 의학 등을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주고 있다. 포괄적인 건강관리 사업에 참여하는 아프리카 나라에 대해 우리는 각국이 필요한 의사들을 훈련시킬 교육시설을 세우는 것도 돕고 있다.

천연자원이 제한된 제3세계 소국이 중만한 연대의 정신으로 이런 성과를 내리라고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신의 질문과 관련해서, 우리가 그동안 기울인 노력이 상호 이익을 위해 외부 세계와 교류를 확대함으로써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마요르 - 소련의 붕괴로 쿠바는 갑자기 과거의 지원이 끊겼다. 당신 생각으론, 동서 대결이 끝났는데도 미국이 경제봉쇄를 계속하는 목적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미국이 당신의 정부에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생각하는가?

카스트로 - 그들은 혁명에 영향을 끼치려고 한 것이 아니라 혁명을 파괴하려고 했다. 한니발 시절에 로마의 원로원이 카르타고의 파괴를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 정부가 편집적으로 지금까지 추구한 모토는, 쿠바를 파괴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련의 소멸과 유럽 사회주의 진영의 붕괴는 우리에게 놀라움 그 자체는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우리는 우리 국민들에게 이 가능성을 경고해왔다. 바보스런 실수와 그들의 오랜 적들에 대한 창피스런 양보는 어떤 일이 다가오고 있는지 분명히 지목했다.

경제 측면에서 쿠바는 심각한 손실을 겪었다. 우리가 받은 사탕수수에 대한 가격우대는 불공정한 세계시장에서 흔히 통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미국이나 유럽이 사탕수수를 수입할 때 적용하는 것같은 높은 값을 적용받았다. 연료, 식량, 천연자원, 기계부품 공급이 갑자기 거의 완전히 중단됐다. 하루 섭취 열량이 3000 칼로리에서 1900 칼로리로 떨어졌고 단백질 섭취량은 80그램에서 50그램으로 줄었다. 일부 사람들은 이런 어려움을 견딜 수 없었지만, 대부분은 용기와 명예와 결의로 이겨냈다.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중요한 성과물을 유지할 수 있었고 이 가운데 일부는 도리어 개선됐다. 영아 사망률은 이 기간동안 40% 줄었고, 의사 3만명이 추가로 배출됐다. 스포츠 분야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은, 쿠바의 과학자들과 전문가, 운동선수들을 유혹하려는 미국과 다른 부자 나라들의 압력속에서도 국민 1인당 올림픽 금메달 수에서 최고를 달성하며 여전히 세계 정상을 지켰다.

마요르 - 그러나 경제봉쇄가 쿠바 국민이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시험일 뿐이라는 것은 아니겠다.

카스트로 - 물론 경제봉쇄는 모든 쿠바민에게 고통스러운 짐이다. 국제연합 회원국 대부분도 마찬가지지만 제3세계는 거듭해서 봉쇄의 해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다수당인 공화당 소속 의원들의 협조를 얻은 가운데 헬름스(Helms)와 버튼(Burton)이 발의하고 심지어는 몇몇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까지 받은 상황에서 미국 의회는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는 (쿠바에 대한) 제재의 해제에 반대했다.

마요르 - 당신 나라에 온갖 종류의 조건을 부과하는 나라가 미국 혼자만은 아니다. 유럽연합도 유럽과 쿠바의 무역관계에 "민주주의 조항"을 도입하려고 시도했다. 이런 행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카스트로 - 유럽연합이 다른 나라에 대해 훨씬 덜 "우려"를 표명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의심의 여지없이 그들은 우리보다는 훨씬 큰 경제적 이권에 얽혀있기 때문이지만. 어떤 경우도, 우리 조국의 양보할 수 없는 원칙과 관련되는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다. 한 주권국가가 채택한 정치 구조는 조건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쿠바는 많은 자녀들의 피와 희생을 댓가로 이룬 혁명을 흥정하지도 팔지도 않을 것이다.

한편, 이는 "민주주의 조항"이 무슨 뜻인지에 전적으로 달려있는 것이다. 외채 문제에 휘말려있는 이른바 "민주주의" 국가가 도대체 얼마인가? 국민의 30% 이상을 극도의 빈곤 상태로 방치하는 나라는 또 얼마인가? 수만명의 어린이가 거리를 배회하고 문맹자가 셀 수 없이 많은 나라들을 우리나라보다 더 대접할 이유가 뭔가? 우리는 이유를 전혀 납득할 수 없다. 쿠바는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연합이 제시하는 정치적 조건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은 분명히 인식되어야 한다.

우리는 유럽 국가들이 왕정이건 공화정이건 논쟁할 생각이 없다. 권력을 보수층이 장악하고 있건 사민당이 장악하고 있건 신경 안쓴다. 또 소박한 제3의 선택의 옹호자이건 적이건 상관없다. 좌파건 중도건 우파건, 치유불가능한 실업이라는 병의 완화책인 이른바 "복지국가(welfare state)"의 지지자건 비판자건 상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스킨헤드족의 행동과 신나치 경향의 대두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싶은 충동을 우리는 느끼지 않는다. 물론 이를 포함한 여러 문제에 대한 우리 나름의 생각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유럽과 관계에서 혁명적인 조항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대신 우리는 유럽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한다.

마요르 - 매카시 열풍이 일던 때 이후로 워싱턴은 위험하고 그래서 제거되어야할 정권은 공산주의 정권 뿐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에 반해 백악관은 소모사(Somoza), 트루히요(Trujillo), 두발리예(Duvalier) 등등에 대해서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인내했다. 이런 "이중 기준"적 접근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뭔가?

카스트로 - 그런 정책의 위선과 저급함에 대해서는 깊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야기하자면 몇시간으로도 부족하고 긴 역사적 맥락을 언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거짓말 산업의 시장은 말라 사라질 것이다. 이미 말라가고 있다. 우리가 진실을 파고든다면, 이념과 윤리 문제에 접근할 경우 현재 세계에 드리워진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와 지구화는 물론이고 제국주의의 정치적 개념은 외톨이가 되고 항변할 능력도 없다는 것을 깨닫을 것이다. 우리시대의 주요한 투쟁이 결판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또 대안의 여지가 없는 이 싸움의 마지막 결과는 진리의 편을 들 것이며 그래서 또한 인류애의 편을 들 것이다.

마요르 - 미국 선거 과정을 꾸준히 추적하는가?

카스트로 - 물론이다. 대통령 선거전 이외의 것에도 역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위대한 코미디의 다른 장면들을 지켜보는 것에서도 재미를 찾고 있다. 예를 든다면, 뉴욕주 상원의원 선거전 말이다. 힐러리 클린턴과 관련해서 말하자면, 의회에 나와서 미국의 빈민층 수백만명에게는 전혀 미치지 않고 있는 의료 서비스와 관련된 사회복지 사업을 멋지게 옹호하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

그이가 제네바 세계보건기구에서 연설한 것도 관심있게 들었다. 그이는 솔직하고 설득력이 있으며 진지해보인다. 그이는 자신의 가족이 힘들고 고통스런 위기에 처했을 때 품위있게 처신했다. 그러나 가끔 그이의 보좌진들은 아주 좋은 조언을 하지 못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잔인한 수감생활을 겪은 뒤 클린턴 정부에 의해 석방된 푸에르토리코인 문제에 대한 조언이 그 예다. 그이는 감형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한가지 더 있다. 최근의 쿠바 소년 엘리안 곤잘레스 납치 사건과 관련해 엘리안의 아버지가 망명해야 한다고 말한 그이의 태도는 잘못된 것이며 비윤리적인 것이다. 이 발언은 존경받을 애국자에 대한 심각하고 부당한 모욕이다. 이 점에 관한한 그이는 우연하게도 공화당 대통령 후보와 같은 생각을, 정확히 같은 때 표현했다.

실제로 정직해보이는 사람들이 미국 선거 정치학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때면, 명성을 잃을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다.

마요르 - 사유화가 쿠바에서 어느 정도 진행될 수 있을까? 경제의 "달러화(dollarization)"와 관련해, 이것은 사회주의와 쿠바의 통화 주권에 대한 모욕이 아닌가?

카스트로 - 나는 이미 사유화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피하면서 상식적이고 지혜롭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서로 다른 종류의 작업을 분명히 구별할 필요가 있다. 어떤 일은 아주 개인적이고 수공예적이다. 이런 경우 대규모 생산과 기술이 근본적인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자본과 기술과 시장이 필요한 투자도 있다. 이런 경우 외국 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아주 타당하다. 멕시코만의 석유 매장 추정지역 11만평방미터는 외국의 기술과 자본 없이 우리 단독으로 조사하고 개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우리나라 내부에서, 최고의 품질을 얻어야 하고 헌신적이고 거의 광적인 이들이 소규모 농지에서 수작업으로 하는 작업인 담배 농업같은 특용작물 생산의 경우 기계나 큰 회사가 개인적인 작업을 대체할 수 없다. 이렇게 특별한 소질을 갖춘 이들에게는 농사를 위한 땅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그러나 고도로 기계화한 대규모 사탕수수 농장에도 이와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바보스런 일이다.

쿠바의 농업 부분에는 개인 소유, 협동농장, 공동생산의 다양한 형태 등 다양한 소유 방식이 있다. 조달 및 판매를 맡는 국영기업들도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동시에, 광범한 경제 부분에서 외국기업과 완벽한 공조속에 생산과 판매에서 제휴하고 있다.

사유화 문제에 관해서는 극단적으로 단순해지면 안된다. 쿠바의 일반적인 원칙은 인민 전체 또는 노동자 집단의 소유물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고 가능한 것이라면 무엇도 사유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이념과 선호는 사회주의적이며,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이기심, 특권, 불평등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이다. 우리 조국에선 무엇도 한줌의 고위관리들에게 넘겨지지 않을 것이며 무엇도 그들의 패거리와 친구들에게 넘겨지지 않을 것이다.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효과적으로 개발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도 국내외 개인의 손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는 쿠바에 대한 공인된 투자라는 것이다. 이는 법과 우리나라의 명예를 걸고 보호될 것이다.

당신의 경제의 달러화에 대한 언급에 대해서는, 두가지를 말해야 할 것같다. 첫째, 세계경제는 지금 달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브레튼우즈 이후, 미국은 자국통화가 세계경제의 지급준비금(reserve)이 되는 특권을 얻었다. 두번째로, 국제통화기금이 어떤 식으로도 지배할 수 없는 쿠바의 통화가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쿠바 통화는 기록적인 기간에 가치가 7배나 상승했다. 자본의 해외도비가 전혀 없다.

동시에, 달러와 똑같은 값어치로 외국통화로 바꿀 수 있는 페소가 도입되어 있는데, 이 통화의 유통은 경제적 구상의 결과가 아니라 단지 불가피한 필요 때문이다. 나는 장래에 달러 등 외국 통화의 소유를 다시 금지시킬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외환을 국내에 자유롭게 유통시키는 것은 혁명의 이해에 따라 필요한 한에서만 지속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유명한 "경제의 달러화"를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을 잘 알고 있다.

마요르 - 당신은 1997년 나에게 공개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페데리코, 오늘 혁명은 필요없소. 현재로선 투쟁을 더 잘 공유할 필요가 있소. 우리의 목표는 더 이상 계급투쟁이 아니라 공정하고 평화로운 공존의 틀 안에서 계급간에 화해하는 것이오." 3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똑같이 생각하는가?

카스트로 - 정확하게 그렇게 말했는지 잘 모르겠다. 번역이나 억양과 관련된 오해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왜냐하면 몇가지는 내 생각과 거리가 크기 때문이다.

나는 얼마전 여기 하바나에서 열린 국제 경제학자 회의에 참석했다. 참석자 가운데는 외채가 국가예산의 40%를 넘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의 대표들도 있었다. 과거 또는 현재의 정부들은 이 외채를 "아주 민주적으로" 빌렸다. 신자유주의의 치명적인 표지가 찍힌 불가피한 지구화 과정으로 제기되는 도전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 몰라하는 당혹감이 상당히 뚜렷하다. 그 모임에서 미주 개발은행과 세계은행의 대표들은 자유롭게 자신들의 의견을 옹호했다. 그러나 지배적인 경제질서의 지속될 수 없는 본성에 관한 한 참석자 대부분에게는 결론이 아주 분명했다.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의 간격을 확대하고 모든 나라 내부의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길을 계속 간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이 순간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연안 지역의 통합은 중요하다. 우리가 모임으로써만 이 지역에서 우리의 구실을 협의할 수 있으며, 이는 힘있고 탐욕스런 부자나라 모임에 맞서는 제3세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나는 종종 이런 통합과 합심은 개별 국가에서 깊이있는 사회 변화나 사회 혁명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릴 일이 아니라고 지적하곤 했다.

현재의 세계 경제 질서가 지속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세계는 대재앙의 붕괴를 맞을 아주 현실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고도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붕괴는, 1929년 주가가 지속될 수 없는 수준까지 부풀려진 미국 증시가 붕괴하면서 나타난 재난과 장기간의 위기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다. 심지어 열정적이고 아주 노련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앨런 그린스펀(Allan Greenspan)조차도 - 그는 잠도 못자고 미국 가정의 50%가 여윳돈을 투자해 내기를 벌이는 투기장 곧 통제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도박판에서 나오는 통계자료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 감히 그런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재앙을 막을 치유책은 아직 나오지 못했으며, 이 체제 안에서는 결코 가능하지도 않다.

나는 사람들에게 이 현실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붕괴는 사람들이 채 준비가 되기 전에 올 수도 있다. 변화는 누군가의 머리에서 튀어나오지 않을 것이다. 대신 머리로 이 피할 수 없는 변화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 변화는 다양한 형태를 띄고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내 관점에서 보면, 근본적으로 그 변화는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대중의 행동에서 나올 것이다.

하지만, 무엇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른바 정치적 계급의 맹목성, 천박함, 무책임은 이 길을 더 어렵게 만들겠지만, 그렇다고 난공불락은 아니다.

마요르 - 앞으로 20년동안 가난한 이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얻을 희망은 있나?

카스트로 - 인류애에 대한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애틀과 다보스에서 벌어진 일을 보라.

사람들은 자주 한 세기동안 벌어진 대학살의 공포에 대해 말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논하고 있는 경제 질서의 결과로 매년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굶어죽거나 피할 수 있는 질병 때문에 숨지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는 것같다. 표면상으로는 성장하는 듯 하지만 결국은 아무 것도 바뀌지 않거나 제3세계에서는 더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를 제시할 수 있다. 성장은 종종 진정한 개발과 부의 분배 개선에는 전혀 기여하지 않는 소비재의 축적에 의존하곤 한다. 진실은, 몇십년에 걸친 신자유주의의 시대 이후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이들 점점 더 늘어나면서 더 가난해진다는 것이다.

마요르 - 지난해 4월 하바나에서 열린 77그룹 정상회의에서 당신은 국제질서 개혁을 위한 일련의 생각을 제시했다. 당신의 제안을 다시 한번 들려줄 수 있겠는가?

카스트로 - 정상회의에서 나는 개발이 가장 덜된 나라들의 대외 부채를 완전히 탕감하고 다른 많은 나라의 빚도 줄여줄 것을 주장했다. 나는 국제통화기금 폐쇄도 주장했다. 이제야말로 제3세계 국가들이 세계경제의 안정을 보장하지 못하는 기구에서 자유로워질 것을 요구할 때다. 대체로, 나는 저개발국가 특히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연안 국가에 대한 위선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의 치명적인 영향을 비난했다. 나는 현재 세계경제질서가 저지른 대학살을 심판하기 위해 또 한차례의 누렌버그 전범 재판(Nuremberg trial)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요르 - 그 말은 조금 과하다!

카스트로 - 아마도 그렇지 않을 거다. 도리어 조금 약할 것이다. 정확을 기하기 위해 남부 정상회의 폐막 연설에서 한 몇마디를 다시 인용하겠다.

"사람들이 아프리카의 인종차별 곧 아파트헤이드에 대해 주기적으로 말했다. 오늘날 우리는 전세계에 걸친 아파트헤이드에 대해 말할 수 있다. 40억명이 가장 기본적인 인권 곧 삶의 권리, 건강의 권리, 교육받을 권리, 깨끗한 음료수를 얻을 권리, 주거의 권리, 고용의 권리, 자신과 자신의 자녀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는 세상 말이다. 지금 추세라면 우리는 곧 숨쉴 공기까지 빼앗길 것이다. 공기는, 삶에 필수적인 요소들을 더럽히고 주거지를 파괴하는 사치스런 소비사회에 의해 날로 오염되고 있다..."

"부유한 세상은, 저개발과 빈곤의 원천이 몇세기동안 우리 나라들이 시달린 노예제, 식민주의, 잔인한 착취와 약탈이라는 것을 잊어버리려고 했다. 그들은 우리를 열등한 나라로 본다. 그들은 우리의 빈곤을 아프리카, 아시아, 카리브해, 라틴아메리카인들 다른 말로 하면 흑인, 황인종, 원주민, 혼혈인이 일정한 개발을 달성할 능력이 없고 심지어는 스스로 통치할 능력도 없는 탓으로 돌린다..."

"나는 부유한 나라들이 부과한 현재의 경제 질서는 단지 잔인하고 불공정하며 비인간적이고 역사의 필연적인 진로에 반할 뿐만 아니라 본디부터 인종차별적이라고 확신한다. 이는 나치대학살과 유럽의 강제수용소를 부추겼으며, 빈곤과 굶주림과 폭력의 효과를 집중하는 구실밖에 안하는 오늘날 제3세계의 이른바 난민 수용소에 반영되어 있는 것같은 인종차별적인 관념을 반영한다. 이는 모두 아프리카의 불쾌한 아파트헤이드 체제를 부추긴 그 인종차별적 관념과 똑같은 것이다..."

"우리는 가난한 나라들의 가장 신성한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싸움은 또한 인류의 생존을 지킬 능력이 없고 - 모순과 오직 그 자체만을 위한 이해에 압도당해 - 자신을 관장할 힘도 없으며, 민주적으로 지도력을 나눠야 할 이 세계를 지배할 능력은 더욱 부족한 제1세계의 구원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의 행성 내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이는 수학적으로 표현될 수 있을 정도의 것이다."

페데리코, 요약하자면 우리의 생존과 부유하건 가난하건 모든 나라의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은 아주 시급한 것이다. 우리 모두 한배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 있어서, 나는 미묘하고 복잡한 문제를 다룬 정상회의에서 아주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 나는 20년전 베네수엘라와 멕시코가 중앙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연안 국가에 대해 훨씬 좋은 조건으로 원유를 구입해주는 산호세 협정에 서명한 것과 비슷하게, 제3세계 산유국들에게 가장 개발이 안된 나라들에게 원유를 특별 가격에 공급하라고 제안했다.

마요르 - 국제연합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아주 비판적인가?

카스트로 - 전혀 그렇지 않다. 비록 국제연합 구조가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55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조직을 다시 짜는 것은 필수적이다. 국제연합은 이름값에 걸맞아야 한다. 국제연합은 진정으로 인도적이고 원대한 목표를 통해 회원국들이 뭉칠 수 있어야 한다. 크든 작든 개발국이든 저개발국이든 모든 회원국이 진정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국제연합은 각자의 시각이 표현되고 토론되는 위대한 만남의 장소를 조성해야 한다. 국제연합은 또 진정으로 민주적인 토대 위에서 돌아가야 한다. G-77과 비동맹국가 운동이 국제연합 틀 내에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연합 구조가 변화돼, 국제연합이 오늘날 세계에서 주요한 구실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데 사회운동은 현재 제3세계에서 가장 극적으로 시급한 것에 해당한다. 또 세계은행의 임무는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기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개발을 촉진하는 것이다. 이런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시대 최대의 비극이다.

마요르 - 세계 지도를 둘러보면, 당신은 어떤 변화를 이루고 싶은가?

카스트로 - 나는 한편으로는 너무 부유하고 사치스런 국가도 없고 극심한 빈곤으로 얼룩진 수많은 나라도 없는 인류에게 알맞은 세상을 생각하고 싶다. 다른 측면에선 모든 정체성과 문화가 보존되는 세상, 정의와 연대의 세상, 약탈과 억압과 전쟁이 없는 세상, 과학과 기술이 인류에 봉사하는 세상, 자연이 보호되고 오늘날 이 행성에 사는 수많은 사람이 생존하고 자라며, 재능과 노동이 창조할 수 있는 영적,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세상을 생각하고 싶다.

물을 것도 없이 나는 자본주의 철학이 가능하지도 않을 세상을 꿈꾼다.

마요르 - 라틴 아메리카가 전체로 함께 진화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카스트로 - 라틴 아메리카는 사회 개발과 정치적 통합 측면에서 거의 200년의 역사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 몇몇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40년째 경제봉쇄를 당하고 있는 쿠바보다 훨씬 많은 경제적 자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나라들을 잘 살펴보면, 이런 나라 상당수에선 국민의 3분의 1이 읽고 쓰지 못하며 수백만명의 라틴 아메리카인들이 다리를 뻗고 누울 집조차 없으며 이런 나라들은 개발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빚에 쪼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라틴 아메리카의 빚은 너무나 많아서, 이 지역의 많은 나라들은 국내총생산 규모와 상관없이 국민 대부분에게 흉하지 않을 정도의 삶의 질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그런 나라들의 경제는 비록 거시경제 수치상으로는 좋아보이지만 금융권력과 기술권력에 희생당하고 있다. 이들 경제 전체는 부유한 나라로 빠져나가는 자본 도피에 좌우되고 있다. 그 액수는 누구도 전모를 모르며 계산조차 할 수 없다. 약세를 면치 못하는 통화는 투기꾼들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이다. 경제, 사회개발에 기여하지 못하고 잠겨있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도 자국 경제 방어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경화는 가치 하락의 위험에 직면하면 단 몇일만에도 사라질 수 있다. 국가적 유산을 팔아치우는 사유화를 통해 확보한 수입은 최소한의 이익 창출도 없이 사라진다. 금융 위기나 통화가치 하락 위협이 느껴지면, 단기 대출이든 국가기금이든 모든 형태의 자본은 가치가 떨어질 것을 두려워해 하룻밤만에 해외로 빠져나가기도 한다.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손쉬운 해결책은 나라의 경제 생활을 혼란과 혼잡에 빠뜨린다. 다른 제3세계처럼 라틴 아메리카는 내가 이미 지속할 수 없다고 표현한 국제 경제질서의 희생물이다. 분열되어 서로 적대시하며, 반구적 규모의 자유무역협정 사이렌 노래 소리에서 흘러나오는 진보와 발전이라는 환상에 홀린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영원히 독립을 잃고 미국의 속국이 될 위기를 맞고 있다.

마요르 - 이제 좀더 민감한 주제 곧 표현과 사상의 자유 문제를 거론하고 싶다. 쿠바 정권은 억압 정책 때문에 주기적으로 공격받고 있다. 어떤 정책이냐 하면...

카스트로 - 무슨 이야기하려는지 알 것같다. 먼저, 나는 국민 거의 대다수가 완전한 문맹도,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문맹도 아닌 지역에서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논하는 것이 공정한지 의아스럽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사상의 자유만 누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능력 또한 박탈당하고 있다. 생각할 능력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수십억명의 인류가, 여기에는 개발된 국가에서 사는 사람 상당수도 포함되는데, 어떤 상표의 청량음료를 마셔야 되는지, 어떤 담배를 피워야 하는지, 어떤 옷과 신발을 신어야 하는지, 또 어떤 상표의 식품을 사고 먹어야 하는지를 전해 듣는다. 그들의 정치적 생각도 똑같은 방식으로 공급된다.

매년 1조 달러가 광고에 쓰인다. 자신의 견해를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판단요소와 생각하고 인식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완전히 박탈당한 어쩔줄 몰라하는 대중들에게 이 봇물이 쏟아부어지고 있다. 인류 역사상 어느 때도 이런 일은 없었다. 원시 인간들은 사상의 자유를 만끽했다. 호세 마르티(José Martí)는 "자유롭기 위해 교육을 받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하나의 격언을 덧붙여야 한다. 자유는 문화가 없이 불가능하다. 교육과 문화를 혁명은 우리 인민들에게 많은 선진개발국보다도 훨씬 풍부하게 공급했다.

소비사회에 산다고 꼭 교육을 받는 것은 아니다. 가끔 놀라운 것은 그들의 지식이 너무나 피상적이고 단순하다는 것이다. 쿠바는 인민들의 평균 교육 수준을 9학년(중학교 3학년인듯 = 옮긴이)으로 끌어 올렸고 이는 단지 시작일 뿐이다. 10년안에 그들의 평균 문화 수준은 대학생 수준이 될 것이다. 그것도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포괄적인 지식이 될 것이다. 모든 필수 조건이 갖춰졌다. 우리 인민들이 도그마에 빠지지도 그렇다고 분파적이지도 않은 심오한 정치 문화를 - 이는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의 대부분이 갖추지 못하고 있는 문화인데 - 갖추는 데 더해 가장 문명화한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누구도 막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상업 광고를 배제한 채 인간이 개발한 위대한 기술을 이 숭고한 목표에 봉사하게 할 것이다.

진정한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논하려면 조금 기다리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이는 문화와 연대와 윤리를 존경하는 데 실패한 야만적인 자본주의 경제, 사회 체제와 결코 화해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요르 - 쿠바 정부는 이런 요구에 기여하기 위해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

카스트로 - 부분적으로는 이미 이에 대해 답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취해온 구체적인 단계에 대해서 나는 다른 기회에 더 깊이 이야기하고 싶다.

마요르 - 지난 몇년동안 우리는 이 섬에서 싹튼 반대의 맹아를 봤다. 말하자면 반대 세력이 조직되기 시작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쿠바정권이 정치적 다원주의를 허용할 때가 되지 않았나?

카스트로 - 진정한 반대세력은 가장 심오한 사회 혁명이 냉전의 한복판에 미국에서 단지 90마일 떨어진 땅에서 벌어졌을 때 나타났다. 이 혁명이 이를 조직했고 41년동안 지도했다.

혁명은 특권의 세기를 없애버리고 최고 부유층과 쿠바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부분의 이해에 영향을 끼쳤다. 이는 미국이 쿠바에 설립한 대규모 농업, 광업, 제조업, 상업 및 용역 회사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우리 나라는 더러운 전쟁, 용병의 침략, 직접적인 군사공격 위협의 목표물이었다. 우리는 핵전쟁 직전까지 간 적도 했다.

혁명에 이은 엄청난 반혁명 활동과 경제, 정치, 이념 전쟁의 지휘자는 미국 정부였으며 지금도 그렇다. 나머지는 모두 허구이며 인공적으로 조직되어 언제나 초강대국과 그 연합세력, 추종자들의 풍부한 자금지원을 받았다. 이는 가장 어려운 시험을 맞아 이겨낸 혁명과 단결되고 전투적이며 정치적으로 강력한 국민을 맞서는 데 필요한 이념과 윤리가 결여된 체제의 뼈대를 이루는 거짓말과 거짓선전으로 둘러쌓여 있다.

그런 개방은 결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미국의 전략에 협조할 이유를 모르겠다.

마요르 - 내각의 대부분은 무장혁명이 승리했을 때 태어나지 않은 이들이다.

카스트로 - 이는 그들이 젊고 혁명은 당분간 지속될 것임을 보여준다.

마요르 - 오늘날 쿠바인들의 꿈은 무엇인가?

카스트로 - 1100만개의 꿈이 있을 것이다.

마요르 - 어떤 점에서 그들의 꿈은 과거 세대의 꿈과 다른가?

카스트로 - 전에는 모두 자신의 행복을 꿈꿨으며, 이제는 모든 사람의 행복을 꿈꾼다.

마요르 - 사람들을 정치적 정책결정 과정에 더 밀접히 결합시킬 생각은 없나?

카스트로 - 쿠바와 혁명이 인민들의 최대한의 참여가 없이 존재할 수 있다고 정말로 생각하나?

마요르 - 혁명의 성공 이후 쿠바 국민의 10분의 1이 이 땅을 떠났다. 이런 탈출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카스트로 - 숫자를 거론하셨는데, 여러 형태의 이주를 기억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해외에서 태어난 이들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보다는 적을 것이다. 하지만 숫자는 뭐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혁명 전에, 쿠바인들에게 발급된 비자 건수는 사소한 수준이었다. 혁명이 승리하자, 문호가 넓게 열렸다. 국내의 의사 6000명 가운데 절반을 데려갔고 대학교수와 교사들도 상당수를 데려갔다. 이 사건은 중요한 인전 자원 유출에 해당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회오리를 꿋꿋이 버텼다. 누구도 이민을 제지당하지 않았다. 내가 아니라 바로 그들이 여러번 문을 닫아 걸고 합법적인 이민의 한도를 설정했다.

그들의 가장 추악한 범죄는, 전과 여부와 죄질에 상관없이 어떤 수단으로건 쿠바를 불법적으로 떠나 미국 영토에 도착하는 이들에게 영주권을 주는 기괴하고 살인적인 쿠바조절법(Cuban Adjustment Act)을 이용해 불법 이민을 부추긴 것이다. 이런 식으로 그들은 많은 범죄자들을 받아들였다. 물론 이렇게 들어간 이 모두가 범죄자는 아니지만. 또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세계에 유래가 없으며 오직 쿠바인들만을 위해 제정된 이 바보스런 법이야말로, 납치된 소년 엘리안 곤잘레스 사건을 유발한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엄마를 포함한 11명의 목숨을 앗아간 재난 당시 그 아이는 만 6살도 채 안된 상태였다.

똑같은 특권이 멕시코와 라틴아메리카 전지역, 카리브해 연안지역에 35년동안 적용됐다면, 미국 인구의 절반 이상을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연안 출신들이 차지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베를린 장벽이 존재하던 기간 내내 그곳에서 숨진 이들보다 더 많은 이들을 숨지게 하는 베를린 장벽보다 더 높은 벽으로 미국과 멕시코가 오늘날 나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똑같은 특권을 유럽에서 사하라 사막 남북에 사는 아프리카인들에게 주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주할지 보자.

우리는 결코 쿠바에서 미국으로 이주하는 것을 금지한 것이 없으며, 그렇게 이주한 이의 90%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이주했다고 해야할 것이다.

마요르 - 어린 엘리안 사건은 마이애미 쿠바 난민 사회의 정열에 불을 붙였다. 쿠바 및 플로리다의 반정부 쿠바인들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무엇인가?

카스트로 - 나는 당신이 내부 반정부 세력과 외부 반정부세력이라고 부르는 것의 차이를 모르겠다. 그들은 정확히 똑같은 이들이다. 둘은 뿌리가 같고 같은 세력의 지휘를 받고 있다. 둘 모두 미국 정책의 도구이며, 친제국주의적이고 반사회주의적이며 미국에 합병되는 것을 지지한다. 1980년 공화당의 쿠바에 대한 정강정책 문서 곧 이른바 산타페 문서에 등장하는 혐오를 보여주는 이른바 `쿠바미국 전국 재단(Cuban-American National Foundation)'의 지도자로 뽑힌 이들은, 거의 예외없이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원이거나 혁명이 승리했을 때 미국으로 탈출한 유명한 전범의 자손이다.

피그만 용병 침공 때 용병으로 뽑힌 이들부터 위에 언급한 쿠바미국 폭도의 회원까지 그들이 쿠바에 저지른 범죄와 악행 목록은 끝이 없다. 레이건과 그의 진영의 목표 가운데 하나는, 우리 조국에 대한 봉쇄와 경제전쟁과 관련된 입법 또는 조처를 추정컨데 쿠바인 대표의 이름으로 주장할 정치적 대리인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마약을 포함해 이것저것 밀수를 했으며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 그러나 그들의 중요한 임무의 하나는 극우파 출신 연합세력과 의회내 양당의 가장 반동적인 인물들을 지원해서 쿠바에 대한 공격적인 정책을 수립하도록 부추기기 위한 로비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쿠바에 적대적인 행동의 병기고에는 경제에 대한 파괴행위, 정치 범죄, 독충과 생물학 전쟁의 도입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표면상 독립된 테러집단을 지원하는 것이 들어있다. 그들은 마침내 자체의 군사기구를 결성해 내가 외국에 갈 때마다 암살하려고 수없이 기도했다. 이는 미국 정부기관이 낱낱이 알면서 용인한 가운데 벌어진 진정한 인간 사냥이었다. 이들은 자금이 충분했기 때문에 캠페인용 자금을 두당의 의원들 수십명에게 공개적으로나 비밀리에 넘겨줬다. 그들은 또 자기편 사람을 출마시킬 여력이 있었고 다른 이들의 당선을 도울 여력도 있었다. 공식적인 지지는 부적절했다.

그들이 우리 조국에 대응해 벌인 그 모든 것을 생각하는 것조차 불쾌하다. 그들이 저지른 가장 최근의 범죄는 만 6살도 안된 아이를 아이의 합법적인 가족에게서 훔쳐내 납치한 것이다. 플로리다의 소유자로서 그들은 연방정부의 법과 질서에 도전할 권리가 있다고 느꼈다. 그들은 끝내 미국 국기를 짓밟고 불태웠다. 쿠바 소년에 대한 이 아주 멍청한 행위는 그들의 정치적 워털루였다. 그들이 확보했다가 무너뜨린 상당한 힘과 정치적 영향력을 다시 모아서 새로운 어떤 것으로 재창조하기는 아주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반혁명전략의 다른 팔은, 그들만큼이나 도덕적으로, 정치적으로 파괴적이다. 그들은 혁명의 강력하고 흔들림없는 단결과 힘에 대항하는 내부 전선을 형성하기 위해 오랫동안 추진된 작은 조직들이다. 그들은(재단은) 많은 수단을 통해 전달된 자금을 이용해 이런 단체들을 선동했다. 또 자신들이 접근할 수 있는 모든 언론을 이용해 그들을 후원했다. 이런 단체들은 미국에서 송출하는 체제전복을 위한 라디오 방송과 재단이 장악한 언론을 통해 반혁명 및 중상모략 캠페인을 추진했다. 이 작은 단체들은 쿠바미국인 집단과 긴밀하게 협력해 일했으며, 하바나 주재 미국 이익 섹션 참모진과 체크와 폴란드의 외교관 및 미국과 연합했거나 미국에 복종하는 몇몇 나라 대사관 직원들의 직접적인 조정을 받는다.

그들의 핵심적인 임무는 쿠바의 외교적, 경제적 관계를 방해하고 쿠바 고립을 목표로 하는 선전과 중상모략 캠페인에 필요한 선전 도구를 제공하기 위해 도발하는 것이다. 우리 조국이 위기에 처했던 이중 봉쇄의 시기이자 특별한 시기의 영광스럽고 영웅적인 기간에, 우리 국민이 이룩한 업적은 그들을 불명예의 늪에 깊히 밀어넣을 것이며, 또 그들의 창피스런 임무에 가장 확실하며 적합한 운명 곧 망각 속으로 밀어넣을 것이다.

마요르 - 4월22일 연방 요원의 엘리안 구조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카스트로 - 긴급하게 조처했어야 할 것이긴 했지만, 그들이 마침내 그렇게 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거의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 남동생, 새 엄마, 학교 친구들과 엘리안의 재회는 이 소년의 정신과 육체적 건강에 뚜렷한 변화를 일으켰다. 학업이 빠르게 나아지고 있으며, 몇달동안 묶여있었지만 학년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근본적인 문제는 그가 언제 쿠바로 돌아올 것이냐다. 그 소년을 미국에 계속 묶어둘 어떤 법적, 도덕적, 정치적 근거도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인들은 거의 모두가 엘리안이 아버지를 다시 만나고 쿠바로 돌아오는 것을 지지함을 보여줬다. 이런 태도는 우리가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마요르 - 체크 공화국과 폴란드가 발의해 결정된 2000년 4월18일의 국제연합 인권위원회의 쿠바에 대한 비난에 당신은 어떻게 대응했는가? 당신은 정치적 반대세력과 종교 집단을 폭력적으로 억압한다는 비난을 들었는데...

카스트로 - 제네바에서 있었던 표결에 대해서라면, 그것은 명백히 쿠바에 대한 미국의 적대감과 공격의 새로우면서도 위선적인 사례다. 이 표결은 미국의 더러운 게임에 기꺼이 참여하려는 과거 사회주의 국가 몇몇의 적극적인 공모와 북대서양조약기구 무리의 우두머리이자 자신들의 강력한 연합세력인 미국을 따라 집단적으로 표를 던지는 유럽의 지지속에 이뤄진 것이다.

우리는 이 수치스러운 책동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우리 국민들은 한 목소리로 이를 비난했고 이 작업에 개입한 나라들에 대한 확실한 비난을 공식 발표했다. 이 나라들 가운데 많은 나라는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 반응은 점점 더 거칠어질 것이며, 쿠바에 맞선 전투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마요르 - 요한 바오로 2세가 1998년 1월 하바나를 방문했다. 그가 당신을 설득시켰나?

카스트로 - 교황이 뭔가를 나에게 설득시키려고 한 기억이 정말 없다. 우리는 그를 환대했고, 특별한 능력과 카리스마를 갖춘 뛰어난 인격의 소유자에게 합당한 존경심으로 그를 맞았다. 우리는 그가 도착했을 때와 떠날 때 공개적으로 대화를 나눴으며, 우리는 존경심과 위엄을 갖추고 우리의 생각을 개진했다. 나는 간략하게 말했다. 그를 환영할 때 14분동안 발언했으며 그를 환송할 때 단 5분동안 말했다.

우리는 그에게 온 나라를 줬다. 우리는 그의 방문을 준비한 이들이 고른 가장 역사적인 광장을 제공했다. 우리나라 텔레비전 방송도 제공했다. 외국의 경제봉쇄를 당하는 우리나라가 구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해 그의 이동에 필요한 교통수단을 제공했다. 우리는 당원들과 젊은 공산주의자 리그와 대중조직들을 집회에 참석하도록 초청했다. 단 그들에게 플래카드를 내걸거나 슬로건이나 혁명 구호를 외치지 말고 그가 하는 말을 경청하도록 엄격하게 제한했다. 전세계에서 120개 외국 텔레비전 방송과 5000명의 언론인이 교황의 방문을 취재하도록 허가를 받았다. 거리에는 단 한명의 군인도 없었으며, 무장 경찰도 전혀 없었다. 이런 일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결국, 교황의 해외순방을 준비하는 이들은 이번이 그의 외국 방문 가운데 가장 잘 기획된 것이었다고 밝혔다. 교통사고조차 한건도 없었다. 나는 그가 우리나라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고 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그는 쿠바에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 나는 그의 업무수행 능력과 보좌진이 짠 엄격한 일정을 정확하게 지키는 헌신에 존경을 표했다. 대실패를 맞본 유일한 이들은 교황의 방문 그 자체만으로도 혁명이 제리코의 벽처럼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생각한 외국인들 - 그런 이들은 상당수 있었다 - 뿐이었다. 결국, 혁명과 교황은 각자의 힘을 충분히 인식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요르 - 누구도 불멸하지 못한다. 한 나라의 우두머리건 평범한 남녀건 말이다. 쿠바인들이 혼란스런 이행의 충격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만이라도 후계자를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카스트로 - 나는 인간이 유한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걱정해본 적은 없다. 사실 그점이 내 인생에서 중요한 요소였다. 나의 반항적인 본성이 나로 하여금 다른 사람이 억지로 시키지도 않는데 나 스스로 자신을 혁명 전사로 부르게 만들었을 때, 내가 오래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는 국가의 우두머리가 아니가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다. 나는 권좌를 물려받지도 않았으며 왕도 아니니, 후계자를 준비할 필요도 없다. 하여튼 혼란스런 이행의 충격을 줄일 목적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충격도 없을 것이며, 아예 어떤 이행의 필요성조차 없을 것이다.

한 사회체제에서 다른 체제로 이행하는 것은 40년 이상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이는 한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진정한 혁명이 자리를 잡고 이념과 의식이 열매를 맺기 시작하게 되면, 제 아무리 중요한 기여를 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없어서는 안될 상황은 생기지 않는다. 쿠바에는 개인숭배란 없다. 어떤 공식적인 사진 한장도 볼 수 없을 것이고, 살아있는 지도자들 이름을 딴 거리나 공원이나 학교를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책임은 여러 사람이 잘 나눠 맡고 있으며, 일도 여럿이 나눠서 한다. 젊지만 이미 경험이 많은 젊은이 여럿이 자신들이 강한 일체감을 느끼는 소수의 나이든 혁명세대와 함께 이 나라를 이끌어갈 주역들이 될 것이다. 이 나라에 큰 특권과 도덕적 권위를 갖는 집단이 있다고 전망해서는 안된다. 그러니 걱정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마요르 - 당신이 하는 말은 완전히 진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왔을 때 일을 맡을 개인들과 구조 곧 교체(구원) 세력을 지금 당장 배치하지 않은 것 때문에, 사회적 성과에 의문이 제기될 위험을 높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카스트로 - 당신이 말한 교체(구원) 세력은 이미 준비됐을 뿐 아니라 이미 상당 기간동안 배치돼 일하고 있다.

마요르 - 당신은 살아있는 신화라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당신은 숨진 뒤에도 신화로 남을 것인가?

카스트로 - 나는 신화가 아니다. 미국 행정부들은 나를 당신이 신화라고 부른 것으로 바꿔 버렸는데, 만약 내가 살아있는 신화였다면 내 목숨을 단축시키려는 그들의 셀 수 없는 시도가 실패한 덕분이다. 그러나 물론 내가 숨진 뒤에도 나는 나일 것이다. 강력한 제국에 맞서 그렇게 오랫동안 투쟁한 공로를 완전히 물리치는 것이 진정 가능이나 하겠는가?

마요르 - 피델 카스트로, 그 영원한 음모자(always the conspirator). 이 이미지가 낡은 과거가 될 것인가?

카스트로 - 반대로 나의 중요한 습관이 된 것은, 내 혁명 투쟁의 가장 중요한 비밀 전략을 나 자신에게도 말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텔레비전에 출연해 비밀전략을 털어놓는 것을 더 좋아한다.

마요르 - 왜 밤늦게까지 일하는가? 언제 연설을 준비하는가?

카스트로 - 나는 밤이고 낮이고 항상 일한다. 70살이 넘으면 시간을 낭비할 여가가 있을 것같은가? 내 연설에 관해서 나는 조금 때늦은 깨달음인지 모르지만 연설은 짧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영어로 번역: 이에스티아이(ESTI)

* 페데리코 마요르 사라고사: 1934년 스페인에서 태어난 약학자이다. 1987년부터 1999년까지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 사무총장을 지냈다. 그는 1974년부터 76년까지 스페인 교육 및 과학부 차관, 77년부터 78년까지 국회의원 및 국회 교육과학상임위 위원장을 지냈다. 또 교육 및 과학부 장관(1981-82), 유럽의회의원(1987), 국제연합 교육문화기구 사무차장(1978-1981), 사무총장 특별보좌관(1983-84)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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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것은 한영 대역본을 보십시오. 영문본은 여기 (www.granma.cu/ingles/jun4/019-i.html)에 있습니다.


번역: 신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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