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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울산상영회 준비는 나에게 무얼 남겼나? (나연정)

5월경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가 독립영화감독들에 의해서 제작되어 전국 순회 상영회를 시작했다.

울산에서 동지들과 함께 보고 나누고 싶어졌다.

그런데 나는 마땅한 조직도 없고 그래서 재정도 없고.

우째우째 상영회를 한다 해도 사람이 모이긴 할까?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다 2월 초에 진행했던 고길섶 강연회가 떠올랐다.

행사에 그냥 참가하는 '대상'이 아니라, '준비위원'이 되어 과정을 꿰뚫고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그렇게 또 다른 이들을 설득하여 준비위원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길'이 되고, 너나없이 각자의 역할을 찾아서 분주하고.. 그런 방식이 딱이다 싶어 그렇게 가닥을 잡고 상영회 제안서를 만들었다.



제안서를 들고, 의아해하는 눈빛의 사람들에게 이영화가 만들어진 배경과 영화의 내용에서 다루는 현실의 이슈들, 전국순회상영의 현황 그리고 울산에서 상영하기위한 준비과정과 의미 등을 쏟아냈다.



동지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좋았고 오히려 나보다 더 적극적이었다.

준비위원은 금세금세 확장되었고 준비를 해나가는 과정에 에너지가 샘솟았다.

시대를 반영한 점과 영화라는 매체가 주는 잇점이 있었지만 단지 그것만이 아니었다.

제안서를 들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어떤 정해진 것을 그냥 전달하는 것이 아닌 대화와 소통을 하고 있었던 거였다.



나는 그런 과정을 통해서 내가 길이 되고 밀알이 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며’, ‘왜 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하고 있는지’ 한사람한사람 만날때마다 되새기게 해준 과정이었다.

나로부터 길이 만들어지고 이어진다는 느낌.

내 자존감을 느끼게 해준 경험이었다.




그런 동화가 있다.

작고 약한 물고기들이 큰 물고기에 대항하기위해 커다란 물고기모양을 만든다는.. 한번쯤 들어보셨을게다.

전에는 이 동화를 보면서 작은 물고기의 하나하나 몸짓보다 큰 모양이 된 물고기가 눈에 꽉 찼다면 지금은 서로 가까이 붙어 자기자리에서 열심히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들의 몸짓이 눈에 들어왔다.



큰 물고기의 지느러미가 되어 열심히 몸을 흔들며 헤엄치고 있는 내가 보였다.

다른 작은 물고기들과 함께 바닷 속 덩치 큰 물고기에 대항해 앞으로 나아가는 내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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