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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공유합니다 - 18

며칠 전에 갑자기 배가 아파서 병원을 찾게 됐습니다.

이런 저런 진찰을 해본 결과 요로결석이라는 진단이 나와서 결석 제거시술을 받았습니다.

의사가 “죽을 병은 아니지만 죽을 만큼 아픈 병”이라고 했는데 정말 아픈 몇 시간이었습니다.

결석 제거시술이라는 것도 간단해서 레이저로 결석이 있는 부위를 쏘아서 쪼개는 것인데, 30분 정도 누워있었더니 끝났습니다.

그리고는 말끔하게 고통이 사라졌지요.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서 이런 저런 잡스러운 생각을 했습니다.

마흔을 넘기면서 크고 작은 수술과 치료가 벌써 네 번째입니다.

몇 달 전에 누군가 “자기 건강도 챙기지 못하면서 무슨 대중의 건강을 생각 하냐?”라고 저에게 얘기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내 건강을 챙기는 것은 어떤 것일까?”

몸에 좋은 음식과 보양식 등을 챙겨 먹는 방법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삶은 아니었지만, 라면을 먹으면서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을 가끔은 하곤 했던 삶이었기에 좋은 음식이나 보양식은 언감생심입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요즘 TV만 틀면 나오는 각종 보험에 가입해서 만약을 대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보험도 워낙 다양해서 어떤 보험에 들어야할지 고민스러울뿐더러, 한 달에 1~2만원 하는 저렴한 보험료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40년을 넘게 살면서 한 달에 100만 원 이상을 벌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보험 하나 드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가장 쉽게 얘기할 수 있는 방법이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운동입니다. 이거는 돈 드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것이라고들 쉽게 얘기하는 건강 비결이지요.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습니다. 삶이 그들을 놓아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운동이라는 것도 시간과 돈이 있는 사람에게나 어울리는 얘기입니다.

결국, 내 건강을 챙기는 것은 시간과 돈을 요구하는 것이었고, 그것이 없는 사람은 끊임없는 불안감 속에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건강을 챙기는 것이 병을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그렇다면 건강하게 사는 방법은 건강을 챙기지 않는 것이어야 하는데...

머리 속에서 이런 말장난을 하다나 내가 살면서 행복했던 순간들은 언제였을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부부싸움으로 찬 기운이 흐르는 해고자의 집에 가서 계란을 풀어 넣은 라면을 먹을 때

고된 노동으로 몸이 망가진 노동자들의 산재승인을 위해 미친 듯이 싸울 때

집에서 보내온 반찬들을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같이 술을 마실 때

장기 단식으로 죽어가는 노동자의 곁에서 세상에서 가장 간절한 촛불을 들고 있을 때

한 해고자가 의외로 목돈이 생겼다면서 나를 위해 10만원이 든 돈봉투를 내밀 때

힘들고 아픈 사람들과 같이 힘들고 아파할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가장 확실하게 내 건강을 챙기는 방법은 아픈 사람들과 함께 서로의 건강을 챙기는 것이더군요.


아래 적어 놓은 책들 중에 보고 싶은 책이 있으신 분은 저에게 메일을 주십시오.

보고 싶은 책과 받아볼 수 있는 주소를 적어서 메일을 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김성민 smkim18@hanmail.net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열린책들, 2008년판) : 이 책은 체홉의 단편소설 중에서 17편을 뽑아 수록한 선집입니다. 근대 초기 러시아 사람들의 일상을 단순하면서도 쉬운 문체로 그려가는 그의 소설들은 단편소설의 단순명쾌함과 깊이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려운 체홉의 단편소설은 쉽게 읽고 난 후 다시 읽어보게 합니다. 때로는 그런 점이 한계로 느껴질수도 있지만...


삶은 여행 (북노마드, 2009년판) : 자유로운 보헤미안 이상은이 베를린을 찾았습니다. 베를린의 거리를 거닐면서 느꼈던 이상은의 생각과 감흥들이 스케치처럼 이어집니다. 보헤미안답게 베를린의 겉모습 뒤에서 흘러나오는 예술적 향기를 흠뻑 들이 마시고 있습니다. 이상은에게서 사회와 역사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삶의 감흥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백년보다 긴 하루 (열린책들, 2004년판) : 소련의 중앙아시아쪽 변방인 까자흐의 한 외딴 마을에서 한 노인이 죽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그 노인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면서 하루를 보내게 되는 것이 이 소설의 줄거리입니다. 역시 소련의 변방인 끼르기즈 공화국 출신의 작가 친기즈 아이뜨마또프라는 작가가 소련 시절 쓴 장편소설입니다. 쏘이에트 연방공화국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의 삶과 역사가 거칠지 않은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파피용 (열린책들, 2008년판) :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를 보여주는 프랑스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번에는 아주 거대한 우주선을 만들어서 우주로 날아갔습니다. 그 속에서 생명과 사회와 우주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과정을 약간은 과장된 스케일로 그리고 있습니다. 작가의 상상력과 글쓰기 능력은 역시나 뛰어났지만, 신이 되고자 하는 욕심이 그의 상상력을 가둬놓아 버린 소설입니다.


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 (실천문학사, 2003년판) : 베트남 사람들의 눈으로 쓰여진 베트남 전쟁에 대한 얘기를 접할 기회는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이 소설을 쓴 반레는 젊은 시절 직접 총을 들고 싸웠던 경험과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그 전쟁으로 죽어간 친구와 동지들의 죽음을 소설로 기록한 것입니다. 그런 아픔과 자긍심이 강하게 느껴지는 베트남 작가의 흔지 않을 소설이기는 하지만, 반미 계몽영화를 보는 듯한 식상함은 어쩔 수 없습니다.


지우개 (열린책들, 2009년판) : 권윤주라는 카튠작가의 카튠집입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관계에 대한 성찰 등이 간결한 카튠 그림 속에 담겨져 있습니다. 자신의 몸을 사용해서 이런 저런 것들을 하나 하나씩 지워나가는 지우개를 통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싶었나 봅니다. 하지만 지우다만 낙서와 지우개 찌꺼기만 남게 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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