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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공유합니다 - 19

얼마 전에 책을 공유하신 분이 메일을 보내주셨습니다.

책을 받아서 재미있고 읽고 나서

지역에 있는 공동체문고에 기증을 했는데

그 책이 또 대출이 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책은 원래 제 책이 아니라

제 책을 공유하신 분이 고맙다고 제게 보내주셨던 책이었거든요.


그 책은 구미에서 제주로 건네진 후

제주에서 다시 청주로 가서

벌써 두 명의 손을 거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유의 가치는 조금씩 확산되고 있습니다.

제 삶도 그만큼 풍부해지고 있습니다.

내 손에서 전해진 책이 돌고 돌아서 다시 내 손에서 읽혀지는 꿈도 조금은 가까워졌습니다.


아래 적어 놓은 책들 중에 보고 싶은 책이 있으신 분은 저에게 메일을 주십시오.

보고 싶은 책과 받아볼 수 있는 주소를 적어서 메일을 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김성민 smkim18@hanmail.net


가난뱅이의 역습 (이루, 2009년판) : 일본에서 궁상스럽지만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 무진장 노력하는 마쓰모토 하지메라는 사람이 쓴 가냉뱅이들의 반자본주의 생활지침서입니다. 가난뱅이로 하루하루를 살아남는 방법, 경찰과 가진 자들을 갖고 노는 방법, 가난뱅이들의 창조성과 자발성을 통해 반자본주의 거점을 확대하는 방법 등이 자신의 경험으로 정리돼 있습니다. 기발하고, 재치 있고, 열정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도 그 정도의 기발함과 재치와 열정은 충분히 널려있습니다. 그래서 신선하지는 않았습니다.


발칙한 반란을 꿈꾸는 요새 젊은 것들 (자리, 2010년판) : 20대 세 명이 모여서 자기들과 같은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아홉 명의 20대를 만났습니다. 전문 인터뷰 작가들처럼 세련되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발랄함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꿈을 잃은 88만원세대’라는 기성세대의 조롱을 거꾸로 조롱하는 20대들의 발칙함은 그들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었습니다. 블로거, 레코드회사 사장, 대학생, 소설가, 독립패션잡지 발행인, 고서원 팀장, 뮤지션, 여성영상집단 등 다양한 영역에서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20대들의 얘기는 흥미진진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잘 나가는 20대 롤모델을 보는 듯한 인상은 지울 수 없습니다.


이 여자, 이숙의 (삼인, 2007년판) : 한 여인이 자신이 살아온 삶은 손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쓴 글입니다. 해방 후 학교 선생을 하다가 만나서 어렵게 결혼한 남편은 아주 짧은 신혼생활을 뒤로하고 북으로 건너가 빨치산이 되어 죽었습니다. 사회주의자도 민족주의자도 아닌 이숙의씨가 딸 함께 버텨내야했던 삶에 대한 얘기를 담담하게 하고 있습니다. 단아한 성품이 그대로 전해지는 담백한 글입니다. 그 모진 세월을 버텨낼 수 있었던 힘을 무엇일까요?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느림걸음, 2008년판) : 19세기 중후반 자본주의의 추악함을 보면서 인간의 양심을 지켜려 했던 존 러스킨이라는 영국 사상가의 책입니다. 아담 스미스를 비롯한 정통 경제학과 맑스주의 경제학을 인간의 영혼이 없는 경제학이라 비판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인간의 경제학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냉혹한 현실에서 양심과 도덕을 강조하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냉혹한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은 도덕적 훈계는 허무한 망상으로만 들립니다.


제1권력 (프로메테우스출판사, 2010년판) : 히로세 다카시라는 일본의 사회운동가가 자본주의 체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 자본의 탄생과 성장과 타락의 과정을 자세하게 정리해 놓은 책입니다. 초거대 자본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떤 추악한 이들이 있었고, 그 힘을 지키기 위해 또 얼마나 더러운 음모들이 있어왔는지를 실증적으로 추적해서 고발하고 있습니다. 인맥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자본 권력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분석해 놓고 있지만, 음모론에 치우친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중간 중간 들기는 합니다.


헬라 게버트의 페미니즘 동화 (샘터, 1998년판) : 헬라 게버트라는 독일의 독화작가가 전 세계에서 여성의 능동적 역할이 강조되는 동화와 민담, 신화 등을 모아서 낸 책입니다. 백마 탄 왕자가 공주를 구해내는 식의 남성중심적 동화가 판치는 속에서 여성의 주체성이 강조된 얘기를 접하는 것은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을 줍니다. 그리고 동화의 세계는 짧은 얘기 속에 많은 상상력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젊고 잘생긴 사람은 대부분 공주이거나 왕비이고, 늙고 못생긴 사람은 대부분 하녀이거나 마녀입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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