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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공유합니다 - 23

 

그렇게도 무덥던 여름이 드디어 끝나고 바람결이 선선한 가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그지없이 편해지는 때입니다.

책을 읽는 손과 눈도 함께 편해집니다.

 

이런 가을날, 책이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누구일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책을 보는 것 말고는 할 일이 별로 없는 곳

누군가에게서 전해지는 책 한 권에 가슴이 설레는 곳

겉표지에서부터 뒷표지까지 글자 하나 빼놓지 않고 꼼꼼히 읽을 수 있는 곳

그곳은 감옥입니다.

 

몇 년 전 구속된 상태에서 추석과 연말을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는 민주노총과 구속노동자후원회에서 책을 한 권씩 보내주어서 면회도 운동도 없는 추석 연휴를 책을 읽으면서 보낼 수 있었습니다.

연말을 맞아서는 어느 교회에서 내 이름도 잘못 적은 작은 카드 하나를 받고 행복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민가협 홈페이지에 가면 구속된 양심수들 현황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들에게 책 한 권 보내는 것을 어떨까요?

 

아래 적어 놓은 책들 중에 보고 싶은 책이 있으신 분은 저에게 메일을 주십시오.

보고 싶은 책과 받아볼 수 있는 주소를 적어서 메일을 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본인이 아니더라도 주위에 이런 책들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책들이 공유될 수 있는 공간이라면 보내드리겠습니다.

김성민 smkim18@hanmail.net

 

파우스트의 선택 (녹색평론사, 2002년판) : 생태운동가인 박병상이 생명복제와 유전자조작 등 생명공학의 문제점에 대해 써온 글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이미 심각하게 일상으로 들어와 있는 여러 문제들을 차분하고 쉽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에 쓰여진 글들이어서 약간은 식상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생태적 시각에서 과학과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합니다.

 

곽재구의 포구기행 (열림원, 2002년판) : 곽재구 시인이 전국에 있는 작은 포구들을 찾아서 그곳에서 느낄 수 있는 삶의 소중함과 편안함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시인의 감수성으로 작은 포구들 속에 살며시 들어갔다 나오는 느낌을 줍니다. 짧은 글과 화려하지 않은 사진들이 잔잔한 여운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여행자의 감상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호흡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임화전집 1 (도서출판 박이정, 2000년판) : 일제시대 카프 운동을 주도하면서 창작과 비평에서 프롤레타이라계급문학을 선도했던 임화의 시들을 보아놓은 책입니다. 카프 활동을 왕선하게 벌였던 1920~30년대부터 해방 후 북한에서 발표했던 50년대까지 임화의 시들을 읽어 볼 수 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지금의 정서와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임화가 시를 통해 세상을 변혁하려고 했던 치열함을 느끼기에는 충분합니다.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 (책갈피, 1994년판) : 영국의 대표적인 맑스주의 이론가인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쓴 맑스주의에 대한 대중용 소개서입니다. 맑스의 시대와 삶 속에서 맑스주의는 어떻게 발전해왔고, 그 내용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맑스주의에 대한 개괄서로는 가장 깔끔한 책 중의 하나입니다.

 

첫눈 (뿔, 2009년판) : 소설가 이순원의 단편모음집입니다. 57년에 태어나서 85년부터 창작을 시작한 50대 작가의 눈높이와 호흡은 젊은 작가들과는 다릅니다. 역사와 사회를 적극적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개인과 가족을 중심으로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눈은 시야가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목소리 높이지 않고 잔잔하게 얘기를 풀어가는 능력은 소설 읽는 맛을 느끼게 합니다.

 

지식 e (북하우스, 2007년판) : 2005년부터 EBS를 통해 방송되기 시작했던 ‘지식채널 e'는 5분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 삶과 세상과 사람과 자연을 성찰하게 만들었습니다. ’머리를 높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낮게 하는 지식‘을 추구했던 감성적인 타큐멘터리를 책으로 내놓은 것입니다. 영상이 줬던 강력함과 감동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하는 책입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두레, 1994년판) : 비판적 사회학자인 리영희 교수의 대표적 평론집 중의 하나입니다. 기자 출신의 사회학자답게 학자적 냉철함과 기자적 치밀함이 어우러진 글쓰기의 힘을 보여줍니다. 90년대 초반의 여러 사회적 문제들 얘기하고 있어서 20년 가까운 시대의 변화를 느끼게 하지만, 세상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힘을 느끼기에는 충분합니다.

 

룩셈부르크주의 (풀무질, 2002년판) : 독일의 혁명가였던 로자 룩셈부르크의 글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로자 룩셈부르크의 대표적 저작이라고 할 수 있는 ‘개량이냐 혁명이냐’ ‘대중파업론’ ‘대중과 지도자에 관하여’ 등의 글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트로츠키 그룹에 의해 편집된 것이라서 앞 뒤로 사족이 달려 있기는 하지만, 대중의 자발성과 혁명성을 강조했던 로자 룩셈부르크의 사상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그린비, 2004년판) : 알제리 혁명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프란츠 파농이 1961년에 식민지 해방운동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이론을 정리한 역작입니다. 혁명운동에서 논란이 되는 폭력, 자발성, 민족주의 등의 민감한 주제들에 대해 정신과 의사로서의 경험과 혁명운동가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거침없는 얘기들을 쏫아놓습니다. 주제와 달리 선동적이기 보다는 차분하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글이 쓰여졌고, 번역도 글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에는 아쉬움을 주기는 합니다.

 

인형의 집 (혜원, 2007년판) : 19세기 말에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노르웨이 출신의 극작가 입센의 희곡 두 편을 볼 수 있는 문고판입니다. 봉건사회의 구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성이 주체화되는 과정을 그린 두 편의 희곡은 강한 문제의식을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사실주의적 연극운동을 주도했던 초기 극작가의 작품을 읽어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기는 하지만, 100년이 넘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는 강한 문제의식도 퇴색된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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