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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식 예술영화 일루셔니스트

 

정말 보기 드물게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었다.

아름다운 풍경화를 보는 듯한 정성스러움이 물씬 느껴지는 그림들

마임을 보는 듯이 느껴질 정도로 대사가 거의 없이 동작으로 내용을 풀어가는 능력

요소요소에 적당하게 나오는 아름다운 음악과 마지막의 감미로운 샹송

가난하고 외로운 이들을 감싸 안는 가슴 따뜻하면서 아련함을 심어주는 줄거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1시간 20분 정도의 상영시간까지

가슴을 촉촉이 적시는 뛰어난 영화였다.

 

슈렉이나 쿵푸팬더 같은 현란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을 향해

“애니메이션이란 이런 가야!”라며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프랑스 예술영화의 자존심을 한껏 드러냈다.

 

영화를 보고나서 촉촉하게 젖은 감미로운 기분으로 집으로 향했다.

무더운 기온 속에 서서히 일상의 냄새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영화 속의 사람들은 너무나 이타적이고 착하지만, 나를 포함한 세상의 사람들은 너무나 이기적인 속물들이었다.

영화 속의 외로움과 가난은 아름다움으로 극복할 수 있었지만, 내가 맞닥트리고 있는 외로움과 가난은 헉헉거리면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야 하는 진창이었다.

지친 영혼을 따뜻하게 쓰다듬어주기는 했지만, 숨 막히는 현실에서는 신기루 같은 판타지 영화일 뿐이었다.

‘아름다운 삶은 있지만 삶의 땀 냄새가 없는 영화’

그것이 할리우드 판타지와는 결이 다른 프랑스 예술영화의 판타지였다.

그래서 영화의 감동은 집으로 돌아오는 2시간 만에 증발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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