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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52회)

~들리세요? (52회)

 


1


여러분, 반가워요.
‘읽는 라디오 들리세요?’의 쉰 두 번째 방송을 꼬마인형의 밝은 목소리로 시작합니다.
빰빠라빰 빠바밤~


푸흐흐흐 웬 호들갑이냐고요?
52회 방송이 나가는 오늘은 9월 17일 목요일인데요
이날은 아무 날도 아니고요,
다음날인 9월 18일은
......
이 방송이 시작한지 1년이 되는 날이랍니다.
여러분, 생일 축하해주세요~
와~아~


푸~ 넘 오버했나?
사실은요, 돌잔치를 나름 준비해서 하려고 했는데요
성민이가 절대 안 된다고 막 반대를 했어요.
예전에 다른 방송 진행할 때 돌잔치를 준비했다가 개피본 적 있어서 그렇다는데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생일을 그냥 넘어갈 수 있어요. 그쵸?
그래서 성민이가 며칠 동안 막 치고받고 싸워서 타협을 봤죠.
생일은 기념하는데 조촐하게 하는 걸로요.
근데 어떻해야 조촐하게 하는 건지...
뭐, 그냥 기분대로 해보죠 뭐.
그래도 되겠죠?

 
크라잉 넛 노래 들려드릴게요.
‘서커스 매직 유랑단’

 


요기조기 모여보세요
요것조것 골라보세요
우리들은 서커스 매직 유랑단


안녕하세요 우린 매직 서커스 유랑단
임 찾아 꿈을 찾아 떠나간다우
동네집 계집아이 함께 간다면
천리만길 발자국에 꽃이 피리라


우리는 크라잉 넛 떠돌이 신사
한 많은 팔도강산 유랑해보세
마음대로 춤을 추며 떠들어보세요
어차피 우리에겐 내일은 없어


오늘도 아슬아슬 재주넘지만
곰곰히 생각하니 내가 곰이네
난쟁이 광대의 외줄타기는
아름답다 슬프도다 나비로구나


우리는 크라잉 넛 떠돌이 신사
한 많은 팔도강산 유랑해보세
마음대로 춤을 추며 떠들어보세요
어차피 우리에겐 내일은 없어


커다란 무대 위에 막이 내리면
따뜻한 별빛이 나를 감싸네
자줏빛 저 하늘은 무얼 말할까
고요한 달그림자 나를 부르네


떠돌이 인생역정 같이 가보세
외로운 당신의 친구 되겠소
흥청망청 비틀비틀 요지경 세상
발걸음도 가벼웁다 서커스 유랑단


오늘도 아슬아슬 재주넘지만
곰곰히 생각하니 내가 곰이네
난쟁이 광대의 외줄타기는
아름답다 슬프도다 나비로구나


우리는 크라잉 넛 떠돌이 신사
한 많은 팔도강산 유랑해보세
마음대로 춤을 추며 떠들어보세요
어차피 우리에겐 내일은 없다


떠돌이 인생역정 같이 가보세
외로운 당신의 친구 되겠소
흥청망청 비틀비틀 요지경 세상
발걸음도 가벼웁다 서커스 유랑단
헤이~

 


2


이 방송을 시작할 때 성민이가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을 거야”라고 했는데
1년을 진행해보니까 정말 쉽지 않았어요.
뭐, 저야 중간에 나자빠진 기간이 있어서 1년을 통으로 다 한 건 아니지만...
처음에는 그냥 ‘사람들 얘기 듣고 내 얘기도 하면 되겠지’ 했었는데
사람들 얘기를 듣는 게 어려운 거라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얘기가 들려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정말 장난 아니죠.
제 성질 못 이겨서 들락날락 거렸던 저는
그저 성민이 내공에 감탄하는 1년이었습니다.
여러분, 성민이한테 박수 한 번 보내주세요.
짝짝짝짝짝


아무도 초대하지 않았고
같이 진행하는 성민이도 시큰둥해서
저 혼자 떠들어대는 생일잔치라서
흥이 별로 나지는 않지만
생일을 맞아서 제가 노래 하나 불러드릴게요.


예전에 이 노래를 불렀더니 성민이가 눈물을 흘리면서 고맙다고 하는데 기분이 좀 묘했어요.
그리고 나서 성민이가 이번 방송의 주제곡은 이 노래로 정했데요.
예전에 진행했던 ‘내가 우스워 보이냐?’는 자우림의 ‘그래 제길 나 이렇게 살았어’가 주제곡이었거든요.
주제곡이라고 그래놓고는 1년 동안 겨우 두 번 방송에 나왔거든요.


아, 노래 제목이 뭐냐고요?
‘삶에 감사해(Gracias a la vida)’랍니다.
한 백년쯤 전에 칠레에서 비올레타 파라라는 분이 불렀고
이후에 아르헨티나에서 메르세데스 소사라는 분이 불러서 유명해진 노랜데요
비올레타 파라라는 분은 정말 장난 아니게 힘들게 살았는데 이 노래를 불렀고요
메르세데스 소사라는 분은 이 노래 부르다가 찍혀서 체포되고 추방되고 했다고 하고
남미에서는 독재정권에게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불렀데요.
저는 자살 하고 나서 이 노래를 배웠어요.
뭐, 대강 그런 사연을 갖고 있는 노래랍니다.


읽는 라디오라서 가사만 읽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이번에는 제가 감정을 살려서 라이브로 부르는 거니까
한 번 잘 들어봐 주세요.

 


내가 두 눈을 떴을 때
흰 것과 검은 것,
높은 하늘의 많은 별,
그리고 많은 사람 중에서 내 사랑하는 사람을 완벽하게 구별 할 수 있는 빛나는 두 눈
그 많은 것을 나에게 준 삶에 감사합니다.


귀뚜라미와 까나리오 소리,
망치 소리, 터빈 소리, 개 짖는 소리, 소나기 소리
그리고 내 사랑하는 사람의 부드러운 목소리
이런 소리들을 밤낮으로 어느 곳에서나 들을 수 있는 청각
그 많은 것을 나에게 준 삶에 감사합니다.


어머니, 친구, 형제
그리고 내 사랑하는 영혼의 길을 비춰주는 빛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말하는 단어의 소리와 문자
그 많은 것을 나에게 준 삶에 감사합니다.


도시와 웅덩이, 해변과 사막, 산과 평원
그리고 너의 집과 너의 길,
너의 정원을 걸었던 그 피곤한 나의 다리로 행진을 하게한
그 많은 것을 나에게 준 삶에 감사합니다.


인간의 지식의 결실을 볼 때
악에서 아주 먼 선을 볼 때
너의 맑은 두 눈의 깊이를 볼 때
그것을 알고 떨리는 심장
그 많은 것을 나에게 준 삶에 감사드립니다.


행운과 불행을
내가 구별하게 한 웃음과 울음을 내게 준 삶에 감사드립니다.
웃음과 울음으로 내 노래는 만들어졌고
모든 이의 노래는 같은 노래이고
모든 이의 노래는 내 자신의 노래입니다.

 


3


이어서 성민이가 진행하겠습니다.
사연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무작정 기차를 타고 강촌에 다녀왔습니다.
천천히 길을 걸으며 이런 저런 감흥에 잠겼습니다.
대학생인 듯한 젊은이들을 보니 오래 전 제 모습도 떠올랐습니다.
그러다가 잠시 멈춰 하늘을 보니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가슴이 환해지는 느낌이었지요.
그때 느꼈습니다.
지금이 1년 중에 가장 좋은 시기라는 걸요.


내년이면 40대 접어드는 제 자신도 돌아봤습니다.
참 많이 달려온 거 같은데
뒤를 돌아보면 별다른 흔적도 없고
옆을 바라보면 손에 잡히는 것도 없고
앞을 내다보면 막막하기만 합니다.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 생각했습니다.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활발한 시기라는 걸.

 


윤선생님이 사연을 보내주셨습니다.
이 사연에 별다른 토를 달지 않겠습니다.
박은옥의 ‘윙윙윙’ 들려드리겠습니다.

 


윙윙윙윙 고추잠자리 마당 위로 하나 가득 날으네
윙윙윙윙 예쁜 잠자리 꼬마 아가씨 머리 위로 윙윙윙


파란 하늘에 높은 하늘에 흰 구름만 가벼이 떠있고
바람도 없는 여름 한낮에 꼬마 아가씨 어딜 가시나


고추잠자리 잡으러 예쁜 잠자리 잡으러
등 뒤에다 잠자리채 감추고서 가시나


윙윙윙윙 고추잠자리 이리저리 놀리며 윙윙윙
윙윙윙윙 꼬마아가씨 이리저리 쫓아가며 윙윙윙


파란 하늘에 높은 하늘에 흰구름만 가벼이 떠있고
바람도 없는 여름 한낮에 꼬마아가씨 어딜 가시나


고추잠자리 잡으러 예쁜 잠자리 잡으러
등 뒤에다 잠자리채 감추고서 가시나


윙윙윙윙 고추잠자리 이리저리 놀리며 윙윙윙
윙윙윙윙 꼬마아가씨 이리저리 쫓아가며 윙윙윙
이리저리 쫓아가며 윙윙윙

 


4


금방 1년이 지났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조촐한 생일잔치를 벌이네요.


1년 전 첫 방송을 다시 한 번 읽어봤습니다.
누군가의 얘기를 조용히 들어주기 위해 시작한 방송
나를 촘촘하게 옥죄는 과거의 끈들을 풀어가기 위해 시작한 방송
읽는 라디오 ‘들리세요?’는 그런 방송이길 바라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나를 옥죄는 과거의 끈들은 조금씩 풀려가고 있는데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줄 여건은 아직 많이 부족한가 봅니다.
좀 더 섬세하게 귀를 기울여야겠습니다.
제 자신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겠고요.


이 방송 이전에 ‘내가 우스워 보이냐?’라는 방송을
혼자서 100회까지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42회부터는 비공개로 정말로 혼자만 하는 방송이었지요.
그렇게 2년 반 정도 진행하고 나니까 정말 지치더군요.
뭐든 혼자서 한다는 것은 힘들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들리세요?’를 꼬마인형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라는 것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를 새삼스레 깨닫고 있습니다.


‘내가 우스워 보이냐?’부터 시작하면 4년 가까이 읽는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오래 오래 진행해볼 생각입니다.
이전에는 죽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 진행했던 방송이었는데
이제는 그냥 살아가는 하나의 이유가 된 방송이 돼 버렸습니다.


오늘은 이 방송을 읽고 있을 여러분과 술 한 잔 하고 싶습니다.
이연실의 ‘목로주점’ 들으며 조촐한 생일잔치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멋 드러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
언제라도 그곳에서 껄껄껄 웃던


멋 드러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
언제라도 그곳으로 찾아오라던


이왕이면 더 큰 잔에 술을 따르고
이왕이면 마주앉아 마시자 그랬지


그래 그렇게 마주 앉아서
그래 그렇게 부딪혀 보자


가장 멋진 목소리로 기원 하렴아
가장 멋진 웃음으로 화답해 줄게


오늘도 목로주점 흙바람 벽엔
삼십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


월말이면 월급타서 로프를 사고
연말이면 적금타서 낙타를 사자

 
그래 그렇게 산에 오르고
그래 그렇게 사막에 가자

 
가장 멋진 내 친구야 빠뜨리지마
한 다스의 연필과 노트 한 권도


오늘도 목로주점 흙바람 벽엔
삼십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
그네를 탄다
아아 아아 아아
그네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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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입니다.
부모님이 4남매를 키우던 집이 자식들이 하나 둘 씩 떠나면서 휑해져버렸습니다.
그 집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리모델링해서 민박으로 바뀌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밭에 콘테이너를 갖다놓고 살게 됐고요. 하하하
민박집 컨셉이 ‘부모님과 제주여행’이랍니다.
블로그를 만들었으니 한 번 구경와보세요.
여기 -> http://joeun0954.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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