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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51회)

~들리세요? (51회)

 


1


안녕하세요, 꼬마인형이에요.
지난 주에 방송을 못했는데
혹시 저 기다리신 분 있어요? 푸흐흐흐


지난 주에는 제가 조금 바빴답니다.
제가 사는 이곳에 신입생이 들어왔거든요.
그래서 이곳 생활에 대해 이래저래 설명하고 그러느라고...


어떤 신입생인지 궁금하세요?
40대 중반의 아주머닌데요
남편한테 맞아서 죽게 된 분이에요.
이곳에는 워낙 말도 안 되게 죽어서 오는 분들이 많아서
이런 사연을 들으면 그냥 무덤덤해요.
그러면 안 되나?
막 화내고 그래야 되는 거죠, 그쵸?
으으으으으
귀신들은 사람들이랑 사고방식이 좀 다르니까 이해해주세요.
헤헤헤


신입생이 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자기가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만드는 거예요.
사람마다 달라서 쉽게 받아들이는 분은 1시간 만에 인정하시는 분도 있는데
그렇지 않은 분은 1년 정도 고생하시는 분도 있어요.
이번에 오신 분은 4일 걸렸어요.
죽었다는 걸 인정하면 그 다음은 이곳 생활에 적응하는 법을 알려드려요.
그건 별게 없어서 어렵지 않아요.
그냥 여기 살고 있는 귀신들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얘기 나누는 거예요.
그 다음은 자기가 알아서 해나가야 하죠.


그렇게 1주일 정도 그 분에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해드렸는데요
자기가 죽었다는 걸을 인정하면서도
달력을 보고는 다가오는 추석 걱정을 무진장하시더라고요.
추석 상 차리는 걱정에서부터 아이들 걱정까지 보통 엄마처럼...


여러분, 추석이 다가오는데 여러분은 어떠세요?
이런 저런 걱정들 많으신가?
아님 설레세요?
그것도 아님 그냥 무덤덤한가?
아님 왕 짜증?


저는 그냥 무덤덤해요.
살아 있을 때도 그냥 그랬으니까.
그래서 남들 추석은 어떤지 관심도 없었거든요.
근데 죽어서까지 추석 걱정을 하시는 그 분을 보니까 좀 그렇데...
뭐라고 말로 풀어서 얘기하긴 그런데요...
다른 사람들 추석에 대해 쪼금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제가 여러분에게 제안을 하나 하려고 하거든요.
이번 추석에 우리 주위에 있는 분에게 작은 선물 하나 하는 건 어떨까요?
의례적으로 추석이라고 선물세트 사들고 인사하는 거 말고요
아주 작은 거라도 직접 준비해서 살짝 선물하는 거 있죠.
왜, 어릴 때 친한 친구들한테 생일 선물이나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거 하는 것처럼.
유치한가? 아니죠?
에이~ 좀 유치하면 어때요.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지금 여러분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한 분을 그냥 정하세요.
그리고 돈 주고 사는 거 말고 자기가 직접 준비할 수 있는 선물을 생각해보세요.
앞으로 보름 조금 더 남았으니까 시간은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렇게라도 우리 주위 사람들에게 작은 관심을 가져보자고요.
그러면 해피 추석이 되지 않겠어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이 세상에
이런 온기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산울림 아저씨들 노래 들려드릴께요.
‘내게 사랑은 너무 써’

 


내게 사랑은 너무 써
아직 전 어리거든요
내게 사랑은 너무 써
아직 전 눈이 여려요


한 잎 지면 한 방울 눈물이 나요
슬픈 영활 보면 온종일 우울해요
거리에서 한번 마주친 눈빛이
아직도 생각이 나요
만약에 사랑에 빠진다면
온통 그 모습뿐일 거예요


내게 사랑은 너무 써
아직 전 어리거든요
내게 사랑은 너무 써
아직 전 눈이 여려요

 


2


이번 주 ‘착한 엄마의 밥상 비법’은 제가 소개해 드릴 건데요.
아, 저는 꼬마인형인데, 뭐, 그럴 거라고 생각했죠? 푸~


성민이가 이번 주에 소개할 레시피를 줬는데
이건 뭐, 자기네가 재배하는 거 광고하려는 건지
아님, ‘우린 이런 거 만들어 먹는다’고 자랑하려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암튼, 성민이가 건내 준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것은 ‘레몬차’와 ‘울금차’랍니다.
물론 재료는 성민이네 밭에서 나는 레몬과 울금을 이용하겠지요.


먼저, 레몬차 만드는 법을 알려드리면요.
레몬을 껍질 채 납작하게 썰어서 병에 설탕을 1:1 비율로 해서 재워줍니다.
이때 통은 유리병이나 항아리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레몬과 설탕이 잘 섞이도록 재워줘야 하겠지요.
시간이 지나면 설탕이 밑에 가라앉기 때문에 1주일에 한 번씩 저어줘야 한다고 합니다.
한 달 정도 지나면 설탕이 거의 녹는데 그때까지는 1주일마다 계속 저어줘야 한데요.
그렇게 해서 설탕이 다 녹으면 서늘한 곳에서 뚜껑 꽉 닫고 3개월 동안 숙성시키면
달콤 새콤 쌉싸름한 레몬차가 완성이 된답니다.
마트에서 파는 레몬이라도 사다가 한 번 만들어보세요.


다음은 울금차 만드는 법을 소개해드릴께요.
울금은 11월이나 12월에 깨낸다고 하니 그때 생울금을 사서 만들면 된데네요.
이건 성민이가 재배하는 울금 광고네요. 하하하하
울금도 마찬가지고 채 썰어서 설탕을 1:1 비율로 해서 통에 넣습니다.
역시 설탕이 녹을 때까지 1주일 마다 저어줘야 하는 것도 마찬가진데요
울금차는 1년을 숙성시켜야 한데네요. 에에에에
그렇게 1년 동안 숙성시키고 나서 채로 마지막 남은 찌꺼기를 건져내고 액체만 따로 병에 담아서 차로 마시면 된답니다.
울금이 몸에 좋다고는 하는데, 이렇게까지 해서 먹을 사람이 몇이나 될는지 모르겠지만
몸에 좋은 울금차는 이렇게 만든답니다.

 


3


오늘 방송의 마지막은 성민이가 진행하겠습니다.


추자도 앞바다에서 배가 좌초해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언론에서는 세월호와 닮은 점들을 하나하나 지적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500일이 지났다는 소식이 들렸는데...


500일이라는 기간이 길고도 짧은가봅니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500년도 넘는 것 같은 긴 시간이었겠고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던 1년여의 힘든 시간이었겠고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가끔 소식이 들려오면 기억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시간이겠고
영화 ‘500일의 썸머’에서는 남녀가 남나 사랑하다 헤어지는 드라마틱한 시간이었지요.
그 500일 동안 세상이 변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던 것일까요?
아니면 세상을 변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일까요?


저야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으로 그런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별로 하지 않았지만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제 자신에게 했던 ‘착하게 살자’는 맹세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500일 동안 그 맹세를 얼마나 열심히 지키려고 했는지...
지난 500일 동안 나는 얼마나 변화했는지...

 


나는 너에게 매달려
너는 나를 끌고
우리는 사막에 왔다
우리는 사막에 왔다
너는 나를 끌고 걷는다
나는 네게 끌려 걷는다


나는 너와 사막에 앉았다
나는 너와 사막에 누웠다
나는 너와 사막에 누워서
우리는 함께…


‘이러다가 숨이 막히는 건 아닐까
이러다가 숨이 머지는 건 아닐까’


“그대 내 숨을 마셔
그대 내 숨을 마셔
그대 내 숨을 마셔요”


‘이러다가 목이 마르는 건 아닐까
이러다가 목이 메는 건 아닐까’


이런 날에 너는 나에게
“그대 내 물을 마셔
그대 내 물을 마셔
그대 내 물을 마셔요”


그대 내 숨을 마셔요
그대 내 물을 마셔요
그대 내 숨을 마셔요
그대 내 물을 마셔요


(‘김사월X김해원’의 ‘사막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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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입니다.
부모님이 4남매를 키우던 집이 자식들이 하나 둘 씩 떠나면서 휑해져버렸습니다.
그 집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리모델링해서 민박으로 바뀌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밭에 콘테이너를 갖다놓고 살게 됐고요. 하하하
민박집 컨셉이 ‘부모님과 제주여행’이랍니다.
블로그를 만들었으니 한 번 구경와보세요.
여기 -> http://joeun0954.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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