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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56회)

~들리세요? (56회)

 


1


제주도는 워낙 바람이 심해서 태풍 정도가 아니면 웬만한 바람은 신경도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 매섭게 불어 닥치는 개발바람은 정말 적응이 안 됩니다.
곳곳에 있는 빈집에는 순식간에 사람들이 들어와서 촌동네도 빈집이 없고
조그만 땅이라도 있으면 순식간에 건물이 들어서서 곳곳이 공사장입니다.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있는 곳도
한라산과 바다가 다 보여서 경치가 좋은 곳이지만
농지여서 밭들만 있는 곳이었는데
어느 순간 농지규제가 풀리면서 하나 둘 씩 전원주택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사는 옆 밭도 취나물 농사를 열심히 짓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토지주가 바뀌면서 농사를 중단하라는 공고문이 나붙었습니다.
이렇게 농민들은 쫓겨나고
투기자본이 높다란 집을 몇 채씩 지으면
외지인들이 들어와 살게 되고
부모님 밭에서는 한라산도 보이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가부장적 보수성이 완강한 곳이라서
사람들과 다시 어울리며 사는 게 만만치 않은데
태풍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한 개발광풍은
정신없는 것을 넘어서 두려움까지 줍니다.


개발열기 때문에 가장 바쁜 사람 중에는 목수도 있습니다.
근처에 살고 있는 한 목수가 부모님을 집을 보수하러 왔었습니다.
40대 중반의 그 분은 꼼꼼하게 일처리를 하면서도 성격은 수더분하기도 했습니다.
돈도 좀 벌어서 제주시내에 집을 갖고 있던 그 분은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촌으로 다시 들어왔다고 합니다.
미혼의 중년 목수가 치매의 노모를 돌보며 바쁘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중국자본과 중국관광객이 제주도를 휘젓고 있는데 우리 동네에는 중국의사도 있습니다.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지만 중국출신의 그 분은 한국에서 의사생활을 하고 있고
이런 촌동네에서 조그만 병원을 운영하는 나이든 원장님입니다.
촌동네 의사답게 마을주민과 무난하게 소통하시는 그 분은
토요일 업무가 끝난 시간을 이용해 부모님을 찾아와서는
독감예방주사도 놓아주시고 제가 재배하는 울금의 판로에 대해서도 걱정해주십니다.


아주 보수적이고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지만
이렇게 착하게 살아가고 있는 분들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대도시 생활을 하면서 어느 순간 지워져 버렸던 그런 것들이지요.
제가 다시 호흡하며 다시 그려넣어야 하는 그런 것들이겠지요.


전영의 ‘모두가 천사라면’ 듣겠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날개가 달려있겠지 하하하하
푸른 하늘 위로 새처럼 난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하하하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비행기도 필요없는데 하하하하
우리 오빠처럼 뚱뚱한 사람들은 어떻게 날아다닐까


천사의 마음 갖고 싶어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천사의 노래 부르면서
끝없는 사랑 간직하리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이 곳은 천국이겠지 하하하하
우리 마음속에 욕심도 없어지고 얼마나 화목해질까 하하하하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눈물은 사라져가고 하하하하
우린 꿈을 꾸듯 언제나 행복하게 이리 저리 날아갈꺼야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하하하
우린 나비처럼 춤추며 날아가고 별나라도 구경하겠지 하하하하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하하하
우린 다정하게 별나라 이야기를 도란도란 속삭이겠지

 


2


안녕하세요, 꼬마인형이에요.
오늘 기쁜 소식 하나 전해드릴게요.
아주 가끔 이 방송에 사연을 보내주셨던 트리케라톱스님이 드디어 저승으로 가셨답니다.
트리케라톱스님, 축하해요.
빠바바바밤 빠라라라라라
나보담 늦게 와서 나보담 먼저 가다니
와아~ 넘 부러워요~


크흐흐~ 좀 경박했나요?
트리케라톱스님은 교통사고를 당해서 이곳에 머물게 됐는데요
2년 5개월만에 저승으로 가셨어요.


아, 저승으로 간다는 의미를 좀 설명해드려야 하나요?
저희들이 지내는 이곳은 구천이라고 하는데요
사람이 제명에 죽지 못하거나 맺힌 게 많으면 이곳에서 지내게 되거든요.
뭐, 쉽게 말하면, 몸은 죽었는데 영혼은 살아있는 그런 샘인데
죽은 영혼이 이승을 완전히 떠나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지내는 거예요.
가족이나 친구들을 지켜볼 수는 있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런 곳
그러다보니까 많이들 힘들어해요.
그렇게 지내다가 어느 순간 저승으로 가게 돼요.
저승은 말 그대로 이승과 완전히 안녕 하는 거예요.
영혼이 편안해지는 거죠.
어떻 하면 저승으로 갈 수 있는지 저희들은 모르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가게 되요.
그래서 작별인사도 못하지만 모두들 축하해주지요.
저는 벌써 이곳 생활 4년째인데...


트리케라톱스님에게 딸이 두 분 계신데 날마다 얼마나 걱정을 하는지 몰라요.
이제 그 걱정도 끝났네요.
나보면 딸 생각난다고 많이 챙겨줬는데...
에고 에고, 괜히 울컥해지네요.


김창완 아저씨가 부른 ‘안녕’ 들을게요.

 


안녕 귀여운 내 친구야
멀리 뱃고동이 울리면
네가 울어주렴 아무도 모르게
모두가 잠든 밤에 혼자서


안녕 내 작은 사랑아
멀리 별들이 빛나면
네가 얘기하렴 아무도 모르게
울면서 멀리멀리 갔다고

 


3


이번 주 ‘착한 엄마의 밥상 비법’은 제주 바다냄새가 물씬 나는 톳 무침을 소개합니다.


혹시 ‘톳’이 뭔지 모르시는 분이 계신가요?
사실 저도 모르거든요.
당연히 먹어본 적도 없지요.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까 작고 가늘고 뾰족하고 말랑말랑한 해조류 같은데...
맞죠?


잘 알지도 못하는 음식을 소개하려니 좀 그렇긴 한데
뭐, 음식을 직접 만들어서 먹어보라고 하는 것도 아니니까...
헤헤헤, 그래도 좀 그런가?
에잉~ 성민이 엄마가 알려주신 방법을 제가 소개해 드릴 테니까
여러분이 한 번 만들어서 먹어보세요.


자, 지금부터 톳 무침을 만들어보겠습니다.
톳을 물에 담가서 하룻밤 정도 지난 후에 건져내세요.
그런 후에 퇴장과 고추장을 1:1로 섞고는
다진 마늘, 식초, 설탕, 쪽파를 넣어서 조물조물 무쳐주면 됩니다.


어떤 맛일지 궁금하네요.


덤으로 미역무침도 소개할게요.
이건 제가 먹어본 건데요
미역을 깨끗이 씻어서 적당한 크기로 자른 후에
양념 간장, 참깨, 식초, 채 썬 양파를 넣어서 역시 조물조물 무쳐주면 됩니다.
파래무침도 같은 방법으로 하면 된다네요.


몸에 좋은 해조류로 식상한 반찬 걱정을 날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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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입니다.
부모님이 4남매를 키우던 집이 자식들이 하나 둘 씩 떠나면서 휑해져버렸습니다.
그 집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리모델링해서 민박으로 바뀌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밭에 콘테이너를 갖다놓고 살게 됐고요. 하하하
민박집 컨셉이 ‘부모님과 제주여행’이랍니다.
블로그를 만들었으니 한 번 구경와보세요.
여기 -> http://joeun0954.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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