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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62회)

~들리세요? (62회)

 


1


안녕하세요, 읽는 라디오 ‘들리세요?’의 예순 두 번째 방송을 시작합니다.
저는 성민입니다.


나이 오십이 가까워지니까 꺾인 나이라는 걸 실감합니다.
심리적인 것이 아니라 몸이 그것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지난 10년 동안 허우적거리느라 몸을 방치해놓은 결과
이곳저곳에서 경보음을 동시다발로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황색경보이니
이제라도 몸 관리 잘하면서 살아가면 되겠거니 하고 있는데
눈이 적색경보를 울렸습니다.


어릴 때부터 눈이 나빠서 오랫동안 안경을 써왔기 때문에
눈을 가장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황색경보가 울렸던 걸 의식하지 못했던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민감해서 황색경보를 적색경보로 알아듣는 것이지 모르겠지만
좋지 않은 신호임에는 분명합니다.


안경점과 병원을 오가면서 돈도 좀 들고 신경도 예민해졌습니다.
며칠 후에 좀 더 큰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확실하지 않은 것 때문에 더 뒤숭숭하고 심란합니다.


이럴수록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하기에
마음의 안정을 위해 나름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혼자서 열심히 명상을 해왔던 것이 이럴 때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이제부터는 몸이 점점 나빠지기 시작하는 나이이기에
몸의 불편함과 아픔 같은 것에 조금씩 익숙해져야 하겠지요.
그리고 동시에 내 몸을 잘 살펴서 더 잘 보살펴야 하는 나이이기도 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몸이 망가지는 걸 방치해놓았으니
앞으로 10년 동안은 몸이 기운을 되찾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오늘 첫 곡은 온전히 저를 위한 노래를 선택했습니다.
영화 ‘와이키키 부라더스’에서 오정혜가 마지막에 불렀던 노래입니다.
‘사랑밖엔 난 몰라’

 


https://www.youtube.com/watch?v=bz4wndxZuP8


그대 내 곁에 선 순간
그 눈빛이 너무 좋아


어제는 울었지만 오늘은 당신 땜에
내일은 행복할꺼야


얼굴도 아니 멋도 아니 아니
부드러운 사랑만이 필요 했어요


지나간 세월 모두 잊어버리게
당신 없인 아무 것도 이젠
할 수 없어 사랑밖엔 난 몰라


무심히 버려진 날 위해
울어 주던 단 한 사람


커다란 어깨 위에 기대고 싶은 꿈을
당신은 깨지말아요


이 날을 언제나 기다렸어요
서러운 세월만큼 안아 주세요


그리운 바람처럼 사라질까봐
사랑하다 헤어지면 다시 보고 싶고


당신이 너무 좋아

 


2


안녕하세요, 꼬마인형이에요.
장마 아닌 장마가 이어지더니 겨울이 돼버렸네요.
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한 것을 찾게 되는데
여러분은 따뜻한 곳에 계신가요?


오늘은 살짝 저희 귀신들이 사는 얘기 해볼게요.
예전에도 한 번 얘기 했는데,
귀신들은 육체가 없기 때문에 욕구나 욕망 같은 걸 느끼지 못해요.
그러니까 질투하고 안달하고 욕심부리고 아파하고 그런 게 없어요.
그렇게 살면 모두 신선처럼 살 것 같지요?
그런데 안 그래요.
몸은 죽었는데 기억은 그대로 갖고 있어서
자꾸 살았을 때 주변을 벗어나지 못해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지만
운명처럼 그렇게 서성거리는 거죠.
그렇다고 엄청 쓸쓸하거나 비참한 건 아니에요.
그냥 덤덤하게 그렇게 서설거리면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이 모든 것과 안녕 하는 그날을 기다리는 거예요.


그렇게 지내다보니까
귀신들은 주위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가끔 서로 어울리기도 하고
친한 귀신끼리는 자주 만나고 그러지만
살아있을 때처럼 그렇게 살갑게 지내지는 못해요.
서로 잘 싸우지도 않고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려고 같이 노력하지 않다보니까
그냥 적당한 선에서 빙빙 도는 거죠.


그래서 살아있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있어요.
추울 때 자기 주위에 따뜻한 사람이 없어도
따듯한 사람을 그리워하고 찾게 되잖아요.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귀신들은 그런 것도 없거든요.


이 방송을 보는 분들 중에도 외롭고 추운 분들 많죠?
따뜻한 것을 그리워하고 찾아보세요.
쉽게 찾지 못해도 그냥 찾다보면 땀이라도 나지 않겠어요?


양희은이 부른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들을게요.

 


https://www.youtube.com/watch?v=6vKWw_hsDic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어라
갈대숲속에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가끔씩 하느님도 눈물을 흘리신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산 그림자도 외로움에 겨워 한 번씩은 마을로 향하며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서 우는 것도
그대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공연이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그대 울지 마라

 


3


성민이가 다시 이어가겠습니다.


몸에 이상이 있어서 종합병원을 갈 때마다 느끼는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세상에 아픈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그 사람들을 보면 내가 아픈 건 별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아픈 사람들을 상대로
의사는 너무 권위적이고 병원은 심하게 상업적이기만 합니다.
그런 병원에서 바쁘게 일하는 병원노동자들은
애써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세상이 어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지 종합병원은 잘 보여줍니다.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에 비하면
병원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나은 편이고,
의사가 아픈 곳을 고쳐주기만 한다면야
무뚜뚝 하고 돈이 좀 들어가는 거야 그런가보다 하면 되고,
병원노동자들이 어떤 조건에서 일하는지 애써 알려고 하지 않으면
그들의 친절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데...
병원을 나서면 개운치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돈을 주고 불안만을 안고 병원 문을 나서면서
수시로 병원을 드나드는 부모님이 떠올랐습니다.


“내 몸이 안 좋은 것만 생각하고 있었구나...”

 


https://www.youtube.com/watch?v=cmjYj9lWA3c


나의 삶은 얼마나 진지하고 치열한가
오늘밤 퇴근길 거리에서 되돌아 본다


이 세상에 태어나 노동자로 살아가며
한편생 떠나고 싶지 않은 동지들 앞에


불빛 속을 스쳐가는 수많은 사람들
땀과 눈물 속에 피어난 노동의 꿈을 위하여


마음이 고달플 때면 언제라도 웃음으로
나의 사랑과 믿음이 되는 동지들 앞에
나의 삶은 부끄럽지 않은지


(꽃다지의 ‘동지들 앞에 나의 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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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입니다.
부모님이 4남매를 키우던 집이 자식들이 하나 둘 씩 떠나면서 휑해져버렸습니다.
그 집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리모델링해서 민박으로 바뀌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밭에 콘테이너를 갖다놓고 살게 됐고요. 하하하
민박집 컨셉이 ‘부모님과 제주여행’이랍니다.
블로그를 만들었으니 한 번 구경와보세요.
여기 -> http://joeun0954.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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