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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10문 10답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10문 10답

Q)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강행하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무엇보다도 1990년대 이후 변화된 미국의 세계전략을 이해해야 합니다. 냉전질서의 해소와 걸프전쟁이라는 두 가지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군사■전략적 사고는 세계적인 군사주의의 새로운 유형을 창조했습니다. 즉 냉전질서의 해소는 더 이상 미국에 필적할만한 강력한 경쟁자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이제 미국은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자신의 지위를 공고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들을 마련해야 했던 것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유럽연합이나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있는 러시아와 중국 등 잠재적인 경쟁자들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정치-경제-군사적 헤게모니를 강화하기 위한 다각도의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가령 미사일방어체계(MD)는 직접적으로는 북한, 이라크, 이란 등의 지역강국들의 미사일 위협을 무력화하고, 나아가서는 중국과 러시아 등 ‘미래의 적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입니다.
특히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자국의 이익과 안보에 잠재적으로 위협이 되는 세력에게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먼저 공격하겠다는 의미에서 ‘예방전쟁’이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미국은 이러한 방식으로 새로운 세계질서를 세우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이라크 침공을 강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911 테러에서 증명되었듯이 중동지역에서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축으로 하는 잠재적인 반미동맹의 형성은 미국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이라크를 점령함으로써 중동 지역 내에서 잠재적인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목표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아가 이라크에 친미적인 정권을 수립하여 중동 지역 내에서의 반미정서를 관리하고 잠재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는 세력들에게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는 한편 유럽, 러시아, 중국 등을 견제하여, 자신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확고히 할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미국이 추구하는 새로운 질서는 세계화의 안정적인 조건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1970년대 이후 세계적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인 세계화는 무엇보다 초민족적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이윤창출을 위한 조건을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세계적 수준에서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다수 민중들의 노동과 삶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세계 곳곳에서 고통과 증오, 불만을 증대시키고 있습니다. 미국과 자본주의 체제의 지배세력들은 특히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지역-중동, 동아시아, 남아메리카 등-에 대한 정치-군사적 장악력을 강화하여, 이러한 증오가 자신들에게 향하는 것을 막고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중동 지역의 경우, 석유라는 전략적 자원이 매장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요 국가들과 거대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지역입니다. 때문에 지역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세계 열강들의 끊임없는 개입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들은 지역을 자신의 이해에 따라 분할하여 관리하고 지역 내에서 자신의 이해에 반대하는 세력이 형성되지 않도록 종족적-종파적 갈등을 활용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입은 지역의 종속의 심화, 국가 간 일국 내의 불평등의 심화를 불러왔고 지역 민중들의 저항에 부딪혀 왔습니다. 지금의 미국 역시 중동 지역 내에서의 자신의 정치-군사적 장악력을 강화하고, 경제적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이라크 침공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우선 이라크를 점령하여 이 지역에 매장되어 있는 막대한 석유자원을 장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달러 헤게모니를 강화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지요. 또, 미국에 중심으로 두고 있는 거대 군사기업에게 돌아갈 막대한 이익도 중요한 고려 사항입니다.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은 우리나라 1년 예산에 버금가는 1천억달러(1백25조원)정도의 천문학적 군비를 투입한다고 하는데, 이번 전쟁에서 소비된 무기를 또다시 구매하는 데에는 훨씬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될 것입니다.
석유와 달러, 초민족적 자본의 이윤만을 위한 세계화를 추동하고 이에 대한 저항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군사적■패권적 질서의 수립, 이것이 미국 정부가 이라크 침공을 강행하려는 진정한 이유입니다.

Q) 미국이 이라크 침공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은 실제로 ‘안전한 세계’를 위한 인류 공동의 전략이 될 수 있나요?

A) 911 테러 이후 미국민들은 안전과 관련한 심각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미국민들의 공포야말로 미국 부시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에 있게 하는 동력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편으로 테러방지법과 MD로 상징되는 요새화로, 다른 한편으로는 ‘잠재적인 적들’과 ‘불량국가’에 대한 예방전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편 이 과정에서 거대 군수기업들이 엄청난 특수를 누리게 되고, 또 전쟁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는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테러”를 막기 위해 전쟁을 펼친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 모순일뿐더러 세계 평화나 안전이라는 목표 역시 전쟁으로 달성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즉 전쟁은 ‘테러’의 원인을 제거하기보다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목표한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진정 세계 평화와 안전을 원한다면 세계화가 야기한 세계적 불평등과 빈곤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세계화는 몇몇 중심부 국가와 초민족적 자본을 살찌웠을지언정 남반구와 아프리카, 동유럽 등 미국의 전략적 고려 대상에서 배제된 지역을 황폐화시켰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빈곤과 불평등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분출했고, 세계화를 추동하는 중심으로서 미국은 자국의 헤게모니와 초민족적 자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세계적인 군사화를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 ‘자본의 세계화’와 ‘군사의 세계화’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작용하게 된 것이죠. 이것을 이를테면 ‘무장한 세계화’라고 불러도 무방할 겁니다.
하지만 ‘무장한 세계화’는 때때로 특정 지역에서 무장그룹의 봉기나 테러 위협과 같은 방식으로 적대자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에 미국은 또다시 테러 세력의 싹을 제거하기 위해 실제로 존재하는, 그리고 가상의 잠재적 적들에 대한 제국주의적 지배를 강화하려고 합니다. 결국 목적도 끝도 없는, ‘폭력의 악순환’인 셈이죠.
이런 의미에서 ‘안전’에 대한 위협은 요새화와 예방전쟁으로 방지될 수 없으며 전쟁은 전 세계를 무질서와 폭력의 악순환으로 빠뜨릴 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미국의 지배계급이 ‘민주정부’의 수립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자국과 초민족적 기업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도록 국가를 해체하고 있으며, 분쟁지역의 정치적 권리를 오히려 박탈함으로써 인권을 파괴할 뿐임을 강력히 문제제기해야 합니다.

Q) 전쟁을 피해야 하겠지만, 이라크의 독재자인 후세인은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닌가요?

A) 미국은 이번 전쟁의 명분들 중 하나로 후세인 독재정권의 몰락과 이라크 인민들의 해방을 내걸고 있습니다. 얼핏보면 정당한 명분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좀 더 깊게 생각해보면 겉만 번지르르한 ‘립서비스’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예컨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과 마찬가지로 사담 후세인 또한 미국의 지원 하에 등장하고 정권을 유지하였습니다. 후세인은 1979년 대통령 및 이라크 혁명최고위원회의 의장이 됩니다. 후세인은 이 과정에서 그에게 비판적이었던 바아쓰당 인사 400여명을 숙청합니다. 이러한 후세인의 정권의 유지는 미국의 전폭적 지지 하에 수행한 이란-이라크 전쟁을 통해서 가능했습니다. 미국은 이란혁명의 수출을 저지하고자 후세인을 지원, 독려하여 대리전쟁을 수행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란-이라크 전쟁은 이라크로 하여금 막대한 외채를 도입하게 하였고 이러한 부담은 결국 1990년 쿠웨이트 침공으로 귀결됩니다. 사실 후세인은 이 침공에 대해 미국이 최소한 묵인할 것으로 예상했을 겁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죠. 어쨌든 1991년 걸프전쟁의 종결로 이라크에 부과된 가혹한 경제제재는 내핍을 통한 인민들의 반란을 유도하여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전략은 실패하였고 오히려 이라크 인민들만 고통을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이라크의 어떤 기자가 말했듯이, “후세인도 싫지만, 미국은 더 싫다”는 공감대가 이라크 인민들 사이에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이 후세인 정권을 몰아내고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정권 수립을 돕겠다는 말을 과연 이라크 인민들이 신뢰할까요? 원칙적인 말이 되겠지만, 이라크 인민의 해방은 미국이 나서서 해결해 주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이라크 인민의 해방은 누가 도와주고 하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 바로 이라크 인민의 몫이자 제일 먼저 그들의 손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후세인 독재 정권에 대해 반대와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사안입니다.  

Q) 미국은 UN 안전보장이사회에 계류중인 이라크 침공 승인안을 철회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특히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는 왜 전쟁을 반대했는지, 반면 영국은 왜 이라크전에 참여하려 하는지가 궁금합니다.

A) 미국■영국■스페인 3국은 3월 17일 UN 안보리에 계류중인 이라크 침공 승인 결의안을 철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부시는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라크의 외교적 해결 기회는 이제 닫혔다”라며 외교적 해결 노력의 종료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이로써 미국은 UN 안보리의 결의 없이 단독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여러 나라들로부터 전쟁지지 입장을 이끌어내기 위해 막판까지 치열한 외교전을 전개했던 미국의 구상이 실패로 돌아간 셈이죠. 2차 결의안 통과를 관철시키는데 필요한 9표(UN 안보리 이사국은 17개입니다)에 미달하는 7개 국가(미국, 영국, 스페인, 불가리아, 카메룬, 파키스탄, 멕시코)만이 전쟁을 지지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잠시, 미국이 UN 안보리 결의를 왜 굳이 고집했을까라는 의문이 가능합니다. 이는 이번 이라크 전쟁이 지난 걸프전쟁 때와는 달리 독자적 군사행동의 동기나 유인이 별로 없고 이라크가 여전히 UN의 감시 체제 하에 있기 때문이라고 보여집니다. 또 막대한 자산이 투입되어야 할 전후복구비용이나 전비보상문제 등도 염두에 뒀을 것입니다.
이번 UN 안보리 결의를 둘러싼 각국의 반응 가운데 무엇보다도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전통적인 우방으로 간주되었던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냉전질서 해소 이후 미국과 전략적 동맹관계를 유지해온 러시아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현재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통해 의도하는 진정한 속셈이 무엇인지를 시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려는 속셈은 ‘석유’와 ‘달러’, 즉 세계패권을 강화하는데 있습니다. 미국은 세계 제2의 산유국인 이라크에 친미정권을 수립하고 OPEC을 자기 통제 하에 둠으로써 석유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뒤, 1945년 이후 국제 석유거래의 기준이었던 달러 가치를 높임으로써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력과 이득을 취하려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 석유거래를 유로화로 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함에 따라, 미국은 자신의 경제적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라크 장악을 통한 중동의 새로운 판짜기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유럽연합(EU)을 대표하는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는 이라크 전쟁을 통해 유일 초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하려는 미국의 일방주의적 패권정책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낸 것입니다. 한편 ‘부시의 애완견’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미국과 공동 행보를 취하고 있는 영국 블레어 정권의 속내는 EU 내에서의 역관계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지하다시피, EU는 독일과 프랑스 양 국가에 의해 주도권이 행사되고 있고 영국은 별로 그렇지 못한 상황이죠. 영국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유럽 내에서 자국 지위의 격상을 노리는 동시에 전후 중동 지역에 대해 발언력을 높이려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한편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러시아가 미국의 전쟁에 반대하는 데에는 물론 각 국가의 반전운동의 성과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나토(NATO)에서의 주도권 문제와 연관됩니다. 사실 나토의 변화에 대한 요구는 이미 냉전 해체 당시부터 있어왔고 어떻게든 변화해야할 나토의 향후 질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줄여보겠다는 복안일 수도 있다는 거죠. 결국 변화하는 세계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한 각축전이 이라크 전쟁의 찬반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것이니 씁쓸할 따름입니다.

Q) 미국의 공중폭격은 군사시설과 군대를 목표로 할 뿐 시민들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나요? 미국은 정말 정밀무기를 통해 쌍방의 인명피해가 없는 ‘깨끗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나요?

A) 1991년 걸프전은 “역사상 처음으로 육군이 공군에게 패배한 전쟁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국과 동맹국의 공중폭격과 미사일 타격은 초대규모였습니다. 미국의 전쟁계획이 애초에 공중전 중심으로 짜여졌는데, 주로는 B-52 폭격기의 ‘양탄자 폭격’(즉 폭격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화염의 양탄자가 깔린다는 뜻입니다), 레이저 조준 탄환과 다연발 로켓 시스템의 포격, 코브라와 아파치 헬기의 미사일과 로켓 공격, 전투기의 30mm 기관포 사격, 걸프해역 해군 전함의 포격, 구축함과 잠수함의 토마호크 미사일 공격이었습니다. 미군의 장성들은 “마음만 먹으면 5분 안에 이라크 전 병력을 죽일 수 있다“, ”이라크 전역을 ‘주차장’으로 만들 수 있다“고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전쟁 결과, 109,876번의 비행기 출격으로 88,500톤의 폭탄이 떨어졌습니다. 이는 평균으로 매달 34,000톤의 폭탄이 투하된 셈이며, 이는 베트남전의 34,000톤, 한국전쟁의 22,000톤을 능가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미국과 동맹국은 스텔스 폭격기에서 투하되는 정밀조준 폭탄과 레이저 조준 폭탄, 순항 미사일을 통해 목표물을 외과수술을 하듯 도려냈고, 민간인 사상이라는 ‘부수적 피해’는 최소에 불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걸프전 이후 이라크인의 인명 사상은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대략 15만 명이 사망했고, 이 중 12만 명이 민간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이라크의 군사시설은 이라크와 쿠웨이트 국경지대에 몰려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시민 거주지를 포함해 전역에 흩어져 있었고, 타격 목표에는 발전소, 방송사, 비행장과 철도, 고속도로 교량과 같이 민간인이 군집한 민간시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중 하나는, 투하된 88,500톤의 중에서 단지 7.4%만이 정밀조준 폭탄이었고 나머지는 매우 파괴적인 구형 폭탄이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신무기 도입을 위한 ‘재고 정리’의 성격이었는데, 다수의 불발탄을 낳아 전후 민간인 사상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미군이 사용한 클러스터 폭탄 유니트는 그 파괴력이 가공할 수준이었습니다(클러스터 폭탄 유니트는 십여개, 백여개 또는 수천개의 소형 탄두를 결합한 것입니다). B-52 폭격기 한대는 40개의 ‘클러스터폭탄유니트’(총 8080개의 소형폭탄)를 적재할 수 있는데, 따라서 폭격기 한대가 약 28,000개의 축구장 넓이를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미국이 걸프전에서 사용한 기화폭탄은 하나의 무게가 6.8톤에 이르며 그 파괴력이 전술핵무기에 맞먹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데이지 커터’(daisy cutter, 작은 풀까지도 모두 태워버린다는 뜻입니다)라는 별명이 말해주듯이, 지상군 투입 전에 지상에 있는 모든 것을 태워 버릴 수 있습니다. 걸프전에서 총 11발이 투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당시 보도자료에 의하면 폭발에 의한 심리적인 효과는 원폭 수준이어서, 많은 이라크 병사가 투항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처럼 1991년 걸프전쟁은 결코 ‘깨끗한 전쟁’이 아니었고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하고 자연과 문명을 폐허로 만드는 결과를 낳았을 뿐입니다. 그러나 당시 (아버지) 부시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거나 왜곡했습니다. 하나의 예로 1991년 2월 스텔스 전폭기가 바그다드를 공습하던 중 600명 또는 1000명의 시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보도되었는데, 이 때 워싱턴에서는 “후세인이 시민을 볼모로 삼기 위해 그 장소가 가두었다”거나 “그 시설은 사실 비밀 군사기지였다”면서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이런 미국 정부의 태도는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도 다시 반복될 것이 분명합니다.

Q) 지난 걸프전쟁이 가져온 피해는 어떠했나요?

A) 지난 걸프전쟁으로 이라크는 가공할만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공식적인 통계에 따르면 당시 민간인 피해가 7만여명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이 수치는 말 그대로 공식적인 것이고 실상은 그것을 훨씬 능가한다고 합니다(어떤 자료에 따르면 이라크 민간인 12만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민간인 피해는 미국과 영국의 무차별 폭격으로 발생한 것입니다. 걸프전쟁 당시 영국과 미국이 사용한 약 300톤에 달하는 열화우라늄탄과 각종 중장비 이동 등으로 사막과 식물생태계가 파괴되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지 못하는 죽음의 땅이 되어 환경피해를 복구하는 데에만 약 3750억 달러가 든다고 합니다.
게다가 미국과 유엔의 경제제재로 일체의 원조 및 수출입을 봉쇄당해 아직 주요 공공시설은 복구되지 못한 채로 남아있고, 사람들은 의식주와 생필품을 찾아 떠도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가 개시되고 이후 10년간 이라크에서 5세 미만 영아사망률이 자그마치 160%나 증가합니다. 같은 기간 이집트의 비율이 54% 정도 낮아졌다는 걸 감안하면 거의 재앙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대다수 어린이들의 사망원인은 영양실조, 상한 음식을 먹어서 생긴 설사병이나 불결한 상황에 장기간 노출되어 감염된 치명적인 호흡기 질환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경제제재로 의약품의 수입마저 금지된 상황으로 치료조차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사망한 것입니다. 더군다나 신생아의 70%가 전쟁의 후유증으로 암이나 백혈병을 안고 태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번 전쟁으로 또 어떠한 피해가 발생할지 두렵기조차 합니다.

Q) 그렇다면 이번 전쟁으로 군수기업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요?

A) 부시 행정부가 등장한 후, 미국의 국방예산은 끊임없이 증가하였습니다. 2001년 3040억 달러, 2002년 3510억 달러, 2003년 3960억 달러로 인상되었고, 이러한 추세라면 2007년에는 아마도 4700억 달러 수준까지 급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국방예산은 대부분 펜타곤(미국 국방성)에 의해 집행되는데요, 펜타곤의 예산집행의 절반 이상은 극소수의 군수기업들인 록히드 마틴이나, 보잉, 제네럴 다이내믹스 등에게 주로 혜택이 돌아가는 대규모 군수프로그램에 사용됩니다. 특히 이윤창조의 통로를 찾고 있던 거대 군수기업들에게 지난 9■11 테러는 사실 완벽한 반등의 조건을 만들어주게 됩니다. 사실 거대 군수기업들도 금융의 세계화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고, 따라서 자사 주식의 가치를 상승시키는데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른바 ‘주주들을 위한 가치창조’는 당연하게도 자사 상품의 증대된 판매(또는 판매의 ‘예상’)를 필요로 하는데, 군수기업들의 상품은 그 사용가치가 곧 파괴와 죽음인 무기 및 군수품들입니다.
따라서 군수기업들은 이번 전쟁(그리고 미국의 ‘또 다른 전쟁’)으로 인한 자사 주식 가치의 급상승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들도 존재합니다만, 여기서 한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이제 군수품들은 더 이상 군사적 목표로 고안된 물품만은 아닌, 다시 말해 민군겸용의 시대의 산물이라는 것입니다(대표적으로 CPU 및 각종 컴퓨터 부품). 따라서 군사적 요구에 따른 기술발전은 동시에 민간영역에서의 기술발전으로 이어지게 되고 그것의 호황전망은 주식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이른바 ‘신경제 시대’에 부합하는 군수기업들의 전략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Q) 한편 이라크 침공에 대해 한국이 지지, 지원하는 것이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 해법이라는 노무현 정권의 주장은 타당한가요?

A)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3일 밤 부시와의 전화회담을 통해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 정신을 중시한다는 입장 아래 이라크 침공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UN 안보리 결의를 거치지 않은 전쟁은 국제법 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대량학살(Genocide)'로 규정될 수 있을 뿐인데도 한국 정부가 미국정부를 돕겠다는 것은 국제적 전범이 되겠다고 자처하는 꼴이며, 이라크 민중에 대한 대량학살의 공범이 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노무현 정권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한■미 동맹의 강화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이라크 침공을 지지,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문제의 해결과 이라크 침공 지지를 거래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그러나 이러한 뒷거래로는 결코 한반도 위기를 해결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미국이야말로 94년 북-미간 합의를 고의적으로 위반하고 최근에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며 선제 핵공격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한반도 위기를 불러 온 장본인입니다. 미국의 동아시아에서의 군사주의적■패권적 전략이 변화하지 않는 한 한반도의 전쟁 위기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는 근거들은 북한에 대해서도 정확히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부시 정부는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는 하지만 한반도의 전면전을 불러 올 수 있는 북한 선제공격 계획 역시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만일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의 전쟁계획이 현실화되었을 때 어느 누가 한국의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습니까? 미국 부시 정권의 안하무인격의 전쟁책동을 고려하면, 이라크 침공 지지, 지원은 그 자체로 한반도를 전쟁의 아수라장으로 몰아넣는 망국적인 처사입니다.
누구는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것입니다. 전쟁을 막는 힘이 어디에서 생겨나고 있습니까? 전 세계적인 반전운동이야말로 미국 정부와 그 지지자들의 전쟁을 막는 가장 현실적인 힘입니다.
따라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노무현 정권은 이라크 전쟁에 대한 지지 입장을 철회하여야 하며, 이라크 파병을 중단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진정 한반도 평화를 바란다면 전쟁광 부시의 꼭두각시 놀음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이라크 전쟁을 반대해야 합니다.

Q) 현재 전세계적으로 반전평화운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A) 세계적인 반전평화 운동은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목으로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준비해왔을 때부터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올해 2월 15일에는 세계 모든 대륙 104개 국가 603개 장소에서 동시에 국제 반전 공동 행동이 진행되었고 실제 로마, 런던, 마드리드, 베를린, 파리, 뉴욕 등지에서 600만-1200만이 참가한 가운데 집회가 개최되었습니다.
17일 조지 부시 대통령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최후통첩을 보낸 직후 세계 도처에서 반전시위가 잇따랐는데, 런던에서는 반전활동가들이 국제석유거래소에 몰려들어가는 바람에 유럽의 주요 원유선물거래 시장인 런던 국제석유거래소의 거래가 두시간 가까이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노동조합 운동은 전쟁 발발시 전쟁을 방해할 것이며 총파업도 고려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또 지난 3월 1일 런던국제반전회의 결과에 따라 3월 21에는 가능한 모든 곳에서 전쟁에 반대하여 다양한 형태의 노동쟁의가 계획되고 있습니다.
전운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인간방패’를 자원한 각국 수백명의 활동가들이 이라크로 모여들고 있으며, 이미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한편 민주노총은 각국 노동운동 진영에게 ‘전쟁반대 국제노동자대표단’을 이라크에 파견할 것을 제안한 뒤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전쟁반대 노동자 대표단’을 선발대로 파견하였습니다. 프랑스 노총(SUD) 등 각 국 노동단체들도 대표단을 곧이어 파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2월 15일 ‘이라크 공격 반대와 한반도 전쟁 위협 반대’를 주내용으로 반전평화를 촉구하는 대회가 서울(수도권), 부산, 광주, 대구, 대전, 울산, 원주 등지에서 진행된 것을 기점으로 서서히 반전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어 지난 3월 15일 오후 5시 서울 종묘 공원에서는 ‘여중생 범대위’와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 주최의 315 반전평화 촛불 대행진에 3천여명의 민중들이 참가해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명분 없는 전쟁"이며 "이러한 이라크 전에 대한 한국정부의 지원을 끝까지 막아설 것"이라고 밝히는 촛불행사를 가졌습니다. 특히 이날 대회는 사회단체 회원들뿐만 아니라 아이들, 할아버지, 할머니, 이주노동자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참가해 부시의 이라크 전쟁에 대해 반대했습니다.
이와 함께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전쟁 파병 선언에 대한 반대의 요구 역시 거세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회단체들이 파병반대 성명을 발표하였고 대구에서는 미군기지인 캠프워커 앞에서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키자는 1인 시위가 대구지역 시민 사회단체 회원들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이라크 공격이 임박한 상황에서 미국의 전쟁기도를 반대하고 더불어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서 이후 세계적인 차원의 강력한 반전 반미 투쟁을 벌여나가야 할 것입니다.

Q) 그렇다면 전쟁 발발시 우리가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계획은 무엇입니까?

A) 물론 전쟁 발발 이전에 전쟁을 실제로 막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과연 전쟁을 막을 수 있을까...?’라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아무런 행동도 취하고 있지 않은데, 그건 완전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국내에서 반전여론이 드높아지면 그 나라 정부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공식적으로 지지할 수도, 또 전쟁을 지원하기도 어려워집니다.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에게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아직 반전 여론이 광범하게 형성되지 않은 탓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반전 시위에 동참하고 사업장과 지역, 가정에서 이라크 침공의 부당함을 널리 알려 나가야 합니다. 각급 단체별로 성명서를 작성하여 전쟁반대 공동선언을 조직하는 동시에 도심과 지역적 거점에서 지속적인 대국민 선전전을 진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북 임실에 있는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이라크 전쟁에 대한 열띤 논의를 벌인 끝에 직접 고안하여 만든 '반전 배지'를 전교생이 달고 다닌다고 합니다. 집회라는 자리에 모여 전쟁반대의 집단적인 의지를 표출하는 것과 함께 자신이 속한 생활 공간에서도 그러한 의지를 모아내기 위한 작은 행동들을 만들어가려는 절실한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전쟁이 발발한다면, 우리는 미국의 만행을 규탄하며 더욱 강력한 싸움에 돌입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전세계적인 행동지침에 따라 국내에서 확정된 대응 계획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1) 항의 기자회견
일시 : 전쟁이 일어난 날(밤에 일어나면 그 다음 날) 오전 11시
장소 : 미대사관 앞
■ 전쟁이 오전 11시쯤 일어난다면, 오후 1시에 기자회견을 할 것입니다.

2) 긴급 항의 집회
일시 : 전쟁이 일어난 날(밤에 일어나면 그 다음 날) 오후 7시
장소 : 광화문 교보문고 앞

3) 대규모 항의 집회
일시 : 전쟁이 일어난 주 토요일 오후 4시
장소 : 종묘공원 (행진 후 7시 광화문 정리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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