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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의원 땜에 기분이 나빠졌다

 

행인[쯔나미가 몰려 오는데...]에 관련된 글.

 

민주노동당 꼬라지 참 우습게 돌아가는 거 보기 싫어서 당직 관두기(사직 안해도 쫓겨나긴 했을 거다)는 했으나 관심은 여전히 많다는 걸 깨닫고 있다. 이런 저런 사고들은 도대체 어쩌다 저지경이 되었는지 여기저기서 얘기를 듣는다. 행인의 쯔나미 목록에서처럼 그 '화려한' 얘기들을.

 

 

어제는 하늘소가 서울에 다녀갔다. 저녁은 야스피스와 함께 먹고 당사에 들어가서 당직자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처음의 주제는 천영세 의원이었다.

 

천영세 의원은 대전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는 이유 하나로 대전 대덕구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출마할 생각이 있어 보인다. 대전시 당직자들 및 일반 당원들도 현역 국회의원이 대전 지역구에서 18대 총선 후보로 출마하기 바라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은 대체로 인지도도 있고 인물 포장하기도 유리한 면이 있으니 선거만 따지고 보면 좋은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원칙'이 뭐니하는 얘기는 집어치우더라도 과연 천영세 의원은 지역구 출마자로 적합한가를 따져봐야 할 때가 되었다. 대전시당의 당원들은 소위 '현실 정치'라는 가짜 정치에 혼을 빼앗겨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천영세 의원이 걸어왔던 국회의원으로서의 길도 알아야 할 것이다.

 

 

김민수 교수를 재임용 탈락하기 위해 공문서를 위조했다는 내용으로 최순영 의원이 서울대를 부방위에 신고를 했었는데, 천영세 의원은 한 다리 건너 서울대측의 로비를 받아들여 최순영 의원으로 하여금 신고를 철회할 것을 압박한 적이 있었다. 작년 초의 일이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은 큰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아서 별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이는 신고를 철회하지도 않고, 신고가 김민수 교수 복직에 압력을 준 것 이외에는 별 소득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천영세 의원은 작년에 상품권 업계로부터 15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가 요즘 바다이야기가 문제가 되니까 돌려주었다. 그리고 후원금을 받은 경위를 해명하며 사과했다. 이 사건이 만약 국회 문광위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고 노력하는 의원에게서 벌어진 일이라면 최고위가 경고하고 욕 좀 먹으면 끝날 일이다. 그러나, 평소의 천의원의 활동 방식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사건은 '필연'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천영세 의원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관 업무에 책임감이 없다. 수십년 활동을 하면서 그 분야와 관련한 일은 거의 하지 않았으니 '애정' 따위는 기대도 안한다. 의원단 대표라는 이유로 상임위는 물론 법안심사소위 결석도 잦았다. 국회에 입성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부터 <도박반대연대>는 전국의 도박산업 문제를 제대로 다루어 주길 천의원에게 여러차례 요구했다. 하늘소가 둘 사이를 연결해 주었고 자신도 그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수차례 설명을 해주었다.

 

천의원실은 2004년에 출발하자마자 정책위까지 휘말린 의원실 내 갈등으로 인하여 정책 역량을 상실했다. 천의원은 문광위 업무가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충원된 보좌진 구성에 있어서도 정책 역량은 그리 고려되지 않았다. 의원실은 결국 정책사업을 스스로 기획-집행할 수 있는 어떠한 역량도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부 단체에서 가져다 주는 자료를 바탕으로 카지노 등 도박산업 문제를 다루었다. 하지만 결코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그리고 꾸준히 다루지도 않았다. <도박반대연대>나 하늘소가 요구한 건 제대로, 깊이 있게, 새로운 걸 찾아가면서 다루어 달라는 것이었다. 그냥 말로만이 아니라 그들의 조사와 연구 자료를 제시하면서까지.

 

천의원실이 도박산업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어 왔다면 게임장에서 유통되는 상품권의 문제를 몰랐을 리가 없다. 강혜숙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문광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은근슬쩍 사라졌을 때 문제제기하지 않았을 리 없다.

 

천의원이 어떤 사안이나 분야를 다룰 때 능력이 없어서 단지 어설프고 얕게 다루는 것만이 아니다. 카지노 등 도박 문제를 제기하려는 자가 경륜, 경정장 따위의 노동조합 간부를 그리 자주 만나나? 미디어 분야의 최대의 악당이 바로 방송위원회인데 방송위 노조 간부를 데려다가 방송위 상대로 한 질의서를 만들게 하나? 노동조합이 그 조직의 잘못을 내부 고발할 경우에는 적극적인 공조가 옳지만 그들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다. 경륜, 경정장 따위는 없애야 하는데 그의 노조가 스스로 일자리를 잃도록 노력할 수 있는가? 방송위 노조 간부의 질의서는 당시 정책위의 개입으로 전부 폐기되었다. 왜냐고? 방송위 칭찬 일색이니까. 그 악당들한테 칭찬을 하다니...

 

 

천의원과 보좌관들이 상품권 업계로부터 후원금을 받을 걸 도서-출판과 관련한 로비 가능성이라고 판단한 것 자체가 웃음거리가 되어야 한다. 자신들의 소관업무를 얼마나 몰랐으면 150만원짜리 후원금의 정체를 그다지도 몰랐겠나. 어쨌든 150만원을 돌려주기로 했으면 돌려주면 될 것을 미루고 미루다가 연말이라고 영수증 처리로 끝내는 건 또 무엇인가? 진정 돌려줄 작정이었는지 의심스럽다.

 

도박산업 문제에 대해 오랜 동안 지속적인 제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외면해왔고, 소관 업무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아 해야 하는 일이 뭔지도 모르고, 정보 수집도 하지 않아 후원금의 정체도 알지 못하고, 외부의 로비에 쉽게 부화뇌동하는 천영세 의원과 그 보좌관들이 과연 -'진보'라는 기준도 필요없다- 국회에서 일할 사람들인가?

 

 

천의원실은 지금 난리가 난 듯하다. 이 난국을 법안 발의 해대기로 돌파할 생각인가 보다.  보일 수 있는 성과니까. 자기 성과가 아무리 중요해도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있다면 일은 이런 식으로 일하지 않는다.

 

천영세 의원은 상임위에서 별로 한 게 없기 때문에 2년이 넘는 문광위에서의 활동을 찾아보기란 매우 쉽다. 천의원의 홈페이지에서 찾아보아도 좋다. 그 중에서 굵직한 무게, 내용이 충실한 건 죄다 당 정책위나 외부 단체에서 만들어 준 것들이다.

 

이제는 멀쩡한 인간도 천의원실 가면 바보된다는 말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