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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파와의 결별

 

왜 주사파는 한국사회에서 '진보'에 속하는가?

 

결정적 순간마다 주사파들은 '진보'의 가치를 내동댕이쳐 왔다. 북한이 핵무장을 하는데 이를 두고 '자위권'이라며 두둔한다. 악당 미국이 북한에게 하는 짓 보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지만, 그들에게는 '핵'이 그냥 '핵'일 뿐이다. 평화적 사용을 아무리 강조해도 핵은 인류의 재앙이기 때문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모른다.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이다. 그저 북한 정권의 안위가 중요할 따름이다.

 

지난해 주사파, 혹은 그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민주노동당의 지방의원들이 한나라당을 도와 부동산세 인하를 주도 혹은 협조했던 일이 있었다. 세금은, 권력이 삥뜯는 돈인데 그거 모아다가 필요경비에 쓰기 위함이다. 현대국가에서는 '분배'가 '필요경비'의 주요한 항목이다. 그래서 세금 포탈하는 것들은 중죄인이고, 가진 자들 세금 깎아주는 것도 반동 범죄로 취급해야 한다. 여기서 '가진 자'들이란 연봉 몇 천 받는 노동자도 속한다. '진보'의 가치에 비추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사파는 언제나 '진보'의 진영에 위치해 있었다. 왜 그럴까? 주사파의 조직적인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진 사회경제 정책은 없다. 본 적이 없다. 항상 진보적 학계나 타정치그룹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정책을 차용해 왔다. '진보'의 가치를 내재한 내용을 생산한 적도 없는데 그들은 '진보'라 한다. 이상한 노릇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들이 '진보'의 편에 설 수밖에 없는 한국의 현실이 있다. 바로 분단이다. 남북한의 분단은 평화를 짓밟는 폭력과 폭압을 불렀다. 아직도 유감없이 능력 발휘하는 그 후예들을 낳은 한국의 군사정권이 그러했고, 미국과 같은 제국주의의 영향력도 그러하다. 주사파는 일면 '제국에 대한 항거'라는 측면에서 '진보'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실질적인 의도는 북한 정권 보위이지만, 정치적 관계에 있어서는 '반미반제'의 의미를 담기 때문이다.

 

또 하나, 그들은 그들의 교리에 따라 '아래로' 내려가서 조직을 만들었다. 즉 한국사회가 앉고 있는 부조리의 공간들, 부당함과 차별이 있는 곳에서 조직 사업을 해왔다. 그래서 '운동'이 있는 곳에는 어디에나 그들이 있다. 이념적으로는 '제국의 항거'가 그들의 '진보'를 확인해 주었고, 현실적으로는 조직이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공간에 있기 때문에 '진보'가 되었다.

 

 

주사파와 진보진영이 결별할 수 있을까?

 

주사파가 아닌 진보진영의 활동가 및 지원자들은 주사파를 다 싫어한다. 잘 따져보면 북한과 미국에 대한 태도, 단 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한국사회의 우파와 본질적으로 다른 바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 지위라고나 할까, 혹은 정치적 효용이라고나 할까, 그런 것들 때문에 소위 '진보 정책'을 지지할 뿐이다. 게다가 패권적이기까지 하니 좋아할 수가 없다. 그래서 '결별'을 꿈꾸는 자들이 많다.

 

그런데, 과연 한국의 진짜 진보진영이 되어야 할 좌파는 주사파와 결별할 수 있을까? 말걸기의 대답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드슈.'

 

주사파는 사회경제적 입장에서는 우파이지만 분단이라는 한국 상황에서는 한국사회의 우파와 '진실한 결합'이 불가하다. 소위 좌파들은 '비판적 지지의 망령'의 진보진영에 대한 해악을 지적해 왔지만, '반한나라전선' 따위가 주사파들의 헤게모니 하에서도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은 간혹 잊는 듯하다. 어떤 미친 우파가 주사파와 화학적 결합을 시도하겠는가? 바로 아웃인데.

 

'반한나라전선', '상설공투체' 등등으로 표현되는 '비판적 지지 ver.2'는 지난날의 '비판적 지지'와는 달리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지분(9개의 의석)을 쥐고 타정치세력(열우당 내 개혁파 등)과 거래를 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정치공학적인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열우당 내 분파의 입장에서는 이를 잘 활용할 이유도 있다. 특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만의 독자적 색깔을 지우고 자기네들보타 왼쪽 성향의 모든 유권자표를 획득하는 전술로서 말이다. 그러나 스스로 '주사파' 딱지를 붙일 수는 없으니 화학적 결합, 즉 새로운 정당의 창당은 꺼려할 것이다. 게다가 열우당의 정계개편의 동력도 상당히 떨어지니 더더욱 쉽지는 않다.

 

주사파와 진보진영의 결별은, 지금으로써는 민주노동당의 분당이라는 형식으로밖에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두 개로 쪼개진다고 가정할 때, 두 개의 안정적 조직의 탄생이라는 조건이 갖추어질 때 분당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주사파들이 '비판적 지지', 즉 보수반동에 대항해야 한다는 대의를 팔아먹을 수 있는 곳이 열우당 세력 따위와의 결합에 있지 않다면 과연 어디에서 안정적 정치조직을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그럼, 소위 '좌파'가 독립하면 진보진영이 나아지는가?

 

주사파가 진보진영을 활개치게 된 것은 한국의 좌파가 무능하기 때문이란 말로밖에 설명이 불가하다. 사실 한국에서는 어떠한 경우라도 좌파가 무조건 불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능력 발휘가 쉽지 않다. 우파랑 같은 능력을 갖추어도 좌파는 무조건 지게 되어 있으니까.

 

이 법칙은 진보진영 내 주사파 대 좌파의 대결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조직의 확대는 설득과 교육에 있는데 주사파의 이념은 한국 사회의 통념인 우익 이데올로기에 기반하므로 설득과 교육이 무난하다. 약간의 민족주의 감수성을 자극하여 북한에 대한 긍적적 태도와 미국에 대한 악감정만 부추긴다면 어렵지 않다. 반면, 좌파는 모든 통념에 문제를 제기해야 하므로 이해하기도 어렵고 받아들이기는 더 어렵다. 타고난 반골이 아닌 다음에야 좌파의 그 지리한 주장을 쉽게 이해하겠는가.

 

아무리 불리한 입장에 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앞서지 못하면 무능한 것이다. 필요한 만큼의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니까. 소위 '좌파'라고 하는 자들, 정파들은 '좌파가 무능하다'라는 말을 곧 잘 한다. 그런데, 그 무능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는다. 말걸기 생각에는 진짜 그들의 무능함은 그점에 있다. 주사파라는 내부의 우익 정치그룹과 대치하면서 미제국주의, 한국의 우파와 대결한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지만, 대결의 조건을 하나씩 개선해 나가는 방법에는 관심도 없고 생각도 없어서 무능한 것이다.

 

수위 '좌파' 그룹들은 세계사에서 나름 입증된 좌파의 주장들을 이해하고 있다. 또한 민주주의의 원칙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 대부분, 특히 조직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각 정파와 주요 인사들은, 주사파와의 경쟁에서 '정글의 법칙'만을 따를 뿐이다. 진보진영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민주적 절차를 실현한 적이 없다. 너무 심한 말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망가지는 좌파'를 이루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당헌, 당규는 나름 민주적 절차를 만들어 놓고 있다. 선거나 회의 규정. 가장 기초적인 당원의 권리와 의무 등. 한국사회 내 여타의 정치조직에 비해 훌륭한 절차는 두고 있다. 그런데 소위 '좌파'들도 여기까지만 보고 있는 것이다. 이걸 룰이라고 만들어 놓는 데만 멈추고 지랄하고 자빠져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당헌, 당규에는 '내부 권력에 대한 감시'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 모든 진보진영의 유력 조직 및 단체가 이를 보장한 데는 없다.

 

각급 기관마다 회의록을 작성하도록 한 당규는 당내 '민주주의자들'의 노력에 의한 것이었다. 그런데, 당시 당권을 장악하고 있던 '좌파' 무리들은 '현실적 문제', 즉 '행정적 자원을 소모'해야 한다는 이유로 있으나 마나한 규정으로 만들어 버렸다.

 

웃기는 것, 민주노동당에는 '공식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서 '공식 문서'라 함은, 각종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면 그 과정까지 제대로 기술하여 당이 공식적으로 권위를 부여한 문서라는 뜻이다. 즉, 독립된 기관에 의한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좌파는 이런 문제를 우습게 여긴다. 당이 돈이 없으니 아직 그럴 만한 여력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뿐이다.

 

기록이 공유될 때 권력에 대한 감시가 이루어질 수 있다. 제1기 최고위의 '위대한 말말말'은 언론사의 기자에 의해 기록되었지 당은 기록하지 않았다. 그 기록은 당원들에게 공개되어야 하는 것들이다. 많은 당원들이 모르는 사실은, 국회의원단들은 '정치적' 이유를 들어 그들의 회의를 기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감시 당하지 않는다.

 

소위 '좌파'의 모든 정파들이나 유력 인사들은 자신들이 감시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제도들은 다 제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식적이고 정당한 평가가 방해를 받는다. 결국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좌파'는 과연 '상식적'일까? 2004년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노동자 평균임금만 받겠냐는 선서에 심상정은 거부하다가 막판에 이름을 넣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지금 FTA 싸움에서 잘 나가는 심상정에게 감시와 규제의 제도를 들이댄다면 '전진'은 찬성할까?

 

결국 뽀록나서 선관위로부터 수모를 당한, 지역위 상근자 임금 세탁 제도도 당내 좌우 합작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에 대한 대안은 중앙당 상근자가 제시했음에도 다 씹었다. 당이 건강하게 존재할 수 있는 방식에 '좌파' 무리들은 방임한 죄가 있다. 당원들의 소통과 교육을 등한시 했다. 그럴 돈 있으면 다른 티나는 사업에 사용했었다. 그게 우파랑 무엇이 다른가?

 

이런 '좌파'가 독립해 봐야 진보진영이 나아질리는 없다.

 

 

주사파와의 결별보다 중요한 것

 

주사파와의 결별은, 주사파에 비판적인 당원들이 민주노동당을 뛰쳐나가 새로운 당을 만들었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다. 정치적 계기가 없으면 분당을 멸망이다. 2007년 대선에서 '반한나라당 전선'이 나름 성공한다면 분당의 계기를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반한나라당 전선'이 한편으로는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주사파들이 안정적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는 정치지형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진보 진영 스토커' 역할은 끝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주사파와의 결별을 꿈꾸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한심 짓거리로 매일 사람들 머리를 쥐어박는 주사파와 못해먹겠다는 탄식보다 중요한 게 있다. '좌파' 스스로 좌파의 원칙과 민주주의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들이 권력을 장악했을 때 부메랑을 날아온들 '권력에 대한 반감시' 제도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기록과 공개. 그리고, 새로운 정치 활동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민주노총을 거치지 않고 노동자를 만나고, 지역주민을 직접 대화할 수 있고 등등. 또 뭐가 있을까?

 

중요한 건, 이러한 실천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그룹, 정파를 형성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정파는 정치적 이념의 일체성이 필요하므로 이데올로그가 필요하다. 또한 이념을 설파할 수 있는 조직가가 필요한다. 그리고 그런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스탭이 필요하다. 문제는 새 정파가 탄생하길 바라는 말걸기가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게다. 역시 조직은 함께 하는 것인데 사람을 묶는 능력이 없다보니 좀 한심하긴 하다. 누가 좀 나서주지...

 

 

그럼, 주사파는 어쩔 건데?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는 주사파는 극소수의 종교단체일 수밖에 없다. 그냥 그러고 살라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