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사진은 과연 '사실적'인가

 

말걸기[일하기 너무 싫다] 에 관련된 글.

 

 

사진이 '사실적'이라고 말할 때, 그 '사실적'이란 말을 '있는 그대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사진이 얼마나 '사기'에 가까운 지 모르거나 잊거나 눈감는다. 사진이 예술일 수 있는 건 '사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며 '사기'이기 때문이다. 이게 '사실'이다.

 

'사실성'이란 '있는 그대로에 충실한'이란 뜻이라기 보다는 '있을 법한'에 가깝다. 간혹 인간의 눈과는 거리가 멀어도 '있을 법한' 장면을 만들어냄으로써, 사진 또한 '사실성'을 갖는다.

 

 

구례 냉천삼거리에서 찍은 (아마도) 노고단 사진을 소개한다.

 

 

푸른 소나무 숲도 보이고 하얗게 눈이 쌓이 정상 부근도 보인다. 눈발이 날리던 이날, 먼곳에서 사람의 눈으로 저렇게 선명한 푸른색을 볼 수 있었을까? 인간의 눈보다 칙칙하게 찍히는 Nikon의 D200으로 찍었다는 걸 감안한다 하더라도 다음의 원본과 비교해 보자.

 

 

정상 부근은 해가 들지만 냉천삼거리부터 저기까지 중간에는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깨끗한 시야가 확보될 수 없는 날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정으로 녹색을 살리고 정상의 눈도 더 하얗게 만들었다. 그래도 후보정한 사진을 두고 '거짓'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왜냐면 '있을 법한' 장면이며 색상이니까.

 

 

사진에 푹 빠져서 사는 사람들이 정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게 바로 '사실적'이란 함정이다. 애초부터 하나의 렌즈만을 갖고 있는 사진기(SLR과 같은)라면 대체로 눈깔 두 개를 갖고 있는 인간과는 달리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렌즈마다, 인간의 눈으로 느끼는 거리감과는 다른 거리감을 갖고 있다. 게다가 색도 다르다. 무엇보다 인간의 시야에서 많은 걸 잘라낸다. 그럼으로써 '왜곡'이 가능하다.

 

그러니, 사진을 꼭 '있을 법한'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서만 사용할 이유도 없어진다. 말걸기는 예술에 있어서는 '리얼리즘'은 뻥이라 생각하는데, 사진을 하는 많은 이들은 '리얼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해는 듯해 답답함이 있다.